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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찌질해야 제 맛, ‘연애의 맛’ 오지호

입력 2015-05-1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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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는 최근 19금 영화 ‘연애의 맛’에서 산부인과 의사 왕성기로 출연했다.(사진제공=미디어플렉스)

“더 해도 돼요. 좀 더 망가져도 되고 알몸연기도 좀 더 할 수 있어요.”


‘연애의 맛’ 대본을 볼 때도, 자칫 민망해질 수 있는 19금 신을 찍는 현장에서도 오지호는 늘 이렇게 외쳤다. 이미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공사를 너무 심하게 해서 웬만한 걸로는 가려지지가 않는 거예요. 손으로 가렸어야하는 건데 너무 큰 쿠션으로 가리다 보니 19금 느낌이 하나도 안났죠.”

길신설(강예원)이 왕성기(오지호)네 집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도망가려다 들킨 상황, 알몸으로 너부러져 있던 왕성기가 부랴부랴 중요부위를 가리는 장면에서였다.  

 

너무 철벽방어를 하느라 지나치게 커져버린(?) 중요부위가 그는 이상하게도 자꾸 아쉬웠다.


“19금인데 너무 미안하잖요. 제가 부끄러워하면 서로 너무 불편하고…‘미인’ 때도 촬영 내내 벗고 다녔어요.”



◇철벽방어로 너무 커져버려 난감했던 중요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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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는 최근 ‘연애의 맛’에서 호흡을 맞춘 ‘강예원’에 의해 엉덩이, 거기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사진제공=미디어플렉스)

이처럼 거칠 것 없는 오지호를 진땀나게 하는 이가 있으니 함께 호흡을 맞췄던 길신설 역의 강예원이다. 강예원의 돌발 발언에 오지호의 ‘엉덩이’와 ‘거기’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곤 했다.

“너무 서슴없이 얘기하니까…근데 또 적절하게 수위를 맞추는 걸 보면 고단수예요.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면서 그 친구의 장점을 알게 됐어요. 보통 4차원이라고 하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데 예원이는 긍정적이고 열려 있어요. 다른 사람 얘기를 잘 들어주니 편했죠.”

‘지켜주고 싶었어’라는 왕성기의 한마디에 무너져버린 길신설, 강예원은 그 말이 진정 설렜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촬영할 때는 너무 불편했어요. 그 장면이랑 채팅하는 신은 어두운 데서 혼자 찍었거든요. 얼굴만 있으면 되니까요. 재밌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하지 않게 웃음이 터진 장면이죠.”


◇찌질하고 망가져야 제맛인 조각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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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얼굴로 삐긋거려야 제맛인 조각미남 오지호는 ‘연애의 맛’에서도 맹하고 어설프다.(사진제공=미디어플렉스)


“예원이가 예전에 했던 얘기가 있는데 멀쩡한 것 같은데 찌질한 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저 스스로도 멋있거나 부자인 남자보다는 찌질하고 삐끗거리는 연기가 편하고 재밌는 걸 보면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이목구비는 물론 잘 다듬어지 근육질 몸매까지 빠지는 것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오지호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는 찌질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장철수가 그랬고 ‘칼잡이 오수정’의 고만수가 그랬으며 ‘내조의 여왕’ 온달수와 ‘직장의 신’ 장규직이 그랬다. 멀쩡한 얼굴로 삐끗거리기로는 ‘연애의 맛’ 왕성기도 만만치 않다.

오지호 스스로가 ‘킹조지’라고 부르는 왕성기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맹하고 어설프다. 길신설의 가슴에 쏟은 음식물을 무의식적으로 문지르며 닦아주거나 자신을 유혹하는 맹인영(하주희)의 “제가 이런다고 헤프다고 생각하시면 안되요”라는 콧소리에 “헤퍼 보여요”라고 말해버린다.  

 

툭하면 산발을 하고 코피를 흘리며 우스꽝스러운 비명을 질러대는가 하면 틈만 나면 “오해한 거 아니겠지?”라며 전전긍긍이다. 이렇게나 찌질하고 못나빠진 조각미남이라니…. 이는 오지호만이 할 수 있는 연기이며 배우로써의 차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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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미인'으로 욕을 먹으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사진='미인' 스틸컷)

사실 그도 배우생활을 시작할 땐 ‘천장지구’ 같은 느와르를 꿈꿨다. 하지만 그의 데뷔작 ‘미인’은 아무 것도 모르는데다 연기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상황에서 촬영했다.

“정적인 연기를 하면서 불편했죠. 욕도 먹기 시작하고…. 처음엔 내가 왜 욕을 먹어야하지 했는데 한참 뒤에야 ‘돈 주고 영화 보러 오는데 당연히 욕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게 뭘까 고민하고 찾아내려 노력했어요. 선생님들께서 ‘웃음이 좋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는 늘 즐겁고 재밌게 생활하는 사람이다. 그걸 보여주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는 선배들의 조언에 눈과 어깨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출연한 것이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였다.  

 

그 이후로 ‘환상의 커플’, ‘칼잡이 오수정’, ‘내조의 여왕’, ‘직장의 신’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오지호는 허우대는 멀쩡한데 어딘가 허술하고 찌질한 조각미남의 전형이 됐다.



◇‘오지호’라는 콘텐츠, 10년 단위로 계획세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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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는 ‘아일랜드-시간의 섬’으로 16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사무국)

이 같은 캐릭터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작 ‘환상의 커플’부터였다. 꼭 서른이었던 그는 이후 10년을 촌스럽고 찌질한 미남 캐릭터에 주력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 중에 다소 진지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속내는 10년 뒤쯤으로 미뤄둔 채였다. 그리고 계획보다는 조금 이른 2010년 드라마 ‘추노’를 만나면서 그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마냥 가볍고 촌스럽던 오지호는 ‘추노’를 통해 부족하나마 진지함과 묵직함을 배웠다. ‘추노’ 이후 ‘처용’, ‘하녀들’ 등 다소 무거운 드라마 속 캐릭터를 맡을 기회도 생겨났다.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됐어요. 할 수 있을 때까지 (로맨틱 코미디 속 찌질하고 헐렁한)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부터 또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해야죠. 좀 더 다양하게….”

그리고 그는 9일 막을 내린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아일랜드-시간의 섬’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극 중 오지호가 연기하는 케이는 외로운 남자다. 

 

큰 사고 후 삶의 종착역이라 생각하고 찾은 곳이 부모의 고향 제주도, 영화는 그곳에서 가족의 영혼을 만나면서 희망을 얻어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따른다.

“어둡고 후줄근한,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저예산 예술영화 속에서 ‘오지호’라는 콘텐츠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죠. 100% (갖춘) 인간이 아니니 저라는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는 감독님의 힘이 필요했어요. 예기치 못하게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저는 또 새로운 콘텐츠를 얻게 됐죠.”

그는 스스로를 ‘콘텐츠’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일랜드-시간의 섬’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흑백으로 상영했다. 박진성 감독의 염원이었지만 그 역시 만족한다는 귀띔이다.

“컬러로만 보다가 흑백으로 보면서 ‘자뻑’했죠. 올 여름이나 가을에 극장에서 개봉할 때는 컬러로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목표는 최고가 아닌 ‘온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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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는 6월부터 ‘귀신보는 형사 처용’ 시즌 2 촬영에 매진한다.(사진제공=CJ E&M)

아일랜드-시간의 섬처럼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작품이 중국 애니메이션 쿵푸베이비(功夫宝贝)’.

 

쿵푸베이비는 베이징의 환욱문화미디어(环旭文化传媒) 작품으로 ‘나 홀로 집에’를 연상시키는 실사 애니메이션이다. 

 

우슈를 잘하는 18개월짜리 아기와 그 아기의 할아버지 별장에서 보물을 훔치려는 악당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한판 승부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열심히 생각하다보면 잘 들어맞는 작품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최고를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제 목표는 ‘온리원’이 되는 거죠. 한국 영화사에 제 영화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오지호’라는 콘텐츠를 갈고 닦으며 최고가 아닌 온리원을 꿈꾸는 그는 6월부터 ‘귀신잡는 형사 처용’ 시즌2 촬영에 매진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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