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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 "'의료 선진화' 지금이 골든타임"

[브릿지 초대석]"남북 의료격차 30~50년… 교류 확대로 의료개선 절실"

입력 2015-1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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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대 안암병원장 인터뷰11
김영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응급환자 뿐만이 아니라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 의료계의 변화도 마찬가지죠.  시간과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대비하며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부정맥분야 국내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는  김영훈  고대 안암병원장(57)은 이같이 말하며 "대비없이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환자가 생명을 잃거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의료 선진화에도 커다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첨단을 달리고 있는 우리 의료수준에 비해 북한 의료상황은 '암흑기'라며  '북한 의료 개선 방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메르스로 인한 교훈', '북한 의료 개선 방안', '의료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그의 신념과 노하우를 풀어냈다.

 

 

-5개월이 넘는 동안 메르스 바이러스로 대한민국이 공포에 휩싸였다. 우리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메르스 교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나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똑같다. 바이러스 전염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병원을 처음부터 공개 해야 한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어떤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 우리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우리는 글로벌 재난에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국가간 공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국가간 공조를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고 감염병 전문가 뿐만 아니라 재난 상황에 아주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한 미리 대비가 필요하다. 고대병원의 경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엄격한 국제 표준의료서비스 심사를 거치면 발급되는 JCI인증을 받았다. 1225개 지표를 토대로 자세하게 점검을 하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고대병원도 음압 시설이 없었는데 JCI검증을 받으면서 그들의 요구로 만들게 됐다. 2013년 국내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개념 조차 없었을 때 우리나라 최초로 ‘메르스 종합 상황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 훈련 때문에 메르스에서 자유로웠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 우리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연습이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8월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창설과 함께 남북 보건의료 교류에 시동이 걸렸다. 어떻게 첫발을 내딛고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까?

“10년 내에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 북한 의료 수준은 우리에 비해 30~50년 정도 뒤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민간인들이 치료받기 위해서 장마당에서 약 등을 직접 사서 병원에 가져다 주고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통일을 생각한다면 지금 현재 북한의 의료와 환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는 7개 의과대학이 있는데 국내 의료진들과 의료용어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북한 의대 졸업자들 중 국내 의료진들로부터 약 3년간의 교육과 훈련을 받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또 IT 강국답게 북한과 인터넷을 통해 시술하는 장면 등 새로운 진료형태를 보여주고 관리를 통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남·북한 의료진들이 함께 교육, 컨퍼런스, 심포지엄, 공동연구, 현장실습 등 영역을 확장하면서 북한의 의료수준을 우리와 비슷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목표다. 이달 중 당국의 방북 허가가 나오는 대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하고 올 예정이다.”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뒤지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방향을 제시한다면?

“옛날 시스템과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병원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진료하면서 생기는 많은 빅데이터, 임상작업이 산업화 될 수 있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진료의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다시 연구·개발(R&D)에 재투자 될 수 있는 그런 병원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들이 재단이나 대기업의 도움 없이 R&D를 하기 힘들며 어느 정도 병원 규모가 되어야 환자들이 오고 빅테이터도 수집하며 고난도 환자를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가 산업화되서 병원의 진료현장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필립스( Philips), 지멘스(Siemens) 등 선진국 대기업들이 병원의 경험과 빅데이터를 공유하며, R&D를 함께 하는 ‘혁신센터’(innovation center)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투자와 관행이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앞으로의 패러다임은 중증환자 위주다. 원격진료를 하면서 나오는 진료의 연구화가 수익창출로 이어지고 해외환자도 유치하며 대기업의 혁신연구센터(innovation reference center)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국내 병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렇지 안으면 미래가 없다.”



-원격의료에 대한 다양한 찬반의견들이 계속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격의료는 상당히 필요한 부분이다. 원격의료는 이미 선진국이나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 의사와 의사, 의료기관과 의료기관 사이에 이뤄져야한다.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없다. 물론 동네병원들을 죽인다는 등 반대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큰 그림을 보고 관련 대응책을 만들면 된다. 장기간 모니터링이 필요로 하는 만성환자들의 경우 모니터링을 하다 문제가 있으면 근처 병원으로 가게끔 유도하고 더 큰 문제 발생시 메신저나 찍은 심전도 사진 등으로 진단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의사가 외국에 있어도 한국 환자가 데이터를 보내주면 판단과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의사들의 진료 자체가 저평가 되고 있어 이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시작되면 의료수가가가 더 떨어진다. 전체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정리가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형병원들은 어떻게 발전·개선되어야 하며 고대안암병원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국내 의료보험 시스템하에서 미국처럼 환자 한명을 보는데 30~40분 진료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여건에서도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꿔 나아가야 할 시스템이 분명히 있다. 조금 더 환자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환자수만 늘리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환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복잡한 환자의 경우 대형병원에서 혈액검사, 엑스레이, CT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하는데 해당 과의 의사들이 연계해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대형병원과 작은 중소종합병원이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병원들이 중증환자를 돌보는데 힘쓰고 호스피스나 장기간 병원에 요양해야 하는 환자들은 근처 중소종합병원으로 보내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불필요한 환자를 비워야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따라서 고대 안암병원은 2016년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감염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없도록 1인 중환자실이 지어진다.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면서 약 10% 정도는 해외환자 유치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첨단융복합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패러다임도 바꾸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중심병원으로써 산업화도 하고 해외의사들을 트레이닝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훈 병원장은 

고려대학교 의학 학사, 동 대학원 내과학 석사와 순환기내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센터장, 중국 대련대학교 의과대학 초빙교수, 제1대 고려대학교의료원 부정맥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1997~98년 미국심장학회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부터 제26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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