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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건강보험 적용률 5%뿐… 환자부담 줄여야 한다"

[인터뷰] 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 "세계화에 앞장서겠다"

입력 2015-12-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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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인터뷰8
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윤모기자)

 

‘융합’, ‘투자’ 그리고 ‘학문 간 포용’.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이 밝힌 핵심 키워드다. 

신 회장은 “유능한 인적 인프라와 선조들이 물려주신 각종 좋은 의서, 경험들이 이렇게 많은데 국내 규제들과 연구에 대한 투자부족, 양·한방 학문간의 불균형이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체의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근무하고 있는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실에서 만난 신 회장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자비를 들여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전세계를 돌고 있다며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그의 간절함이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국내 양한방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의료기기사용, 의료일원화, 감염병 정책 수립 등에서 지속적인 대치전이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그는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우직하게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의학의 현 주소는 어떤가?

“한국의 한의학은 현대인의 질환을 직접적으로 접근해 질병을 치료 하는 치료의학으로서 발전을 해왔다. 중의학과는 다르게 실존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 선택권이 제도에 의해 제한되게 됐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이용함에 있어 건강보험이 5%밖에 적용이 안되고 나머지 95%는 비급여, 즉 환자 본인 부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비에 압박받고 있다. 여기에 한방 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 때문에 2009년 10월 한방상품에 대한 실손 보험이 없어졌다. 하지만 서양의학은 실손 의료보험이 100%, 건강보험은 약 95% 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자기부담이 거의 없다. 결국 보험혜택 부족은 한방기피 현상을 만들었고 환자들의 선택이 양방쪽으로 기울어진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한의학계가 4년 전부터 실손 의료보험에 대한 한방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노력을 해왔는데 최근 이에 대해 보험업계와 공동으로 합의문을 작성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게 됐다. 2016년에는 특약과 정액상품을 먼저 출시하고 이에 대한 위험부담률과 통계들을 봐가면서 2018년 표준약관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그 밖에 더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는가?

“한의학에 대한 표준화가 빨리 정착돼 건강의료보험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이 되려면 치료법, 진단법이 표준화 되어야 하고 표준화된 코드 부여로 급여체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치료법이 너무 다양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의 능력에 따라 치료방법들이 다르기 때문에 한방치료 코드부여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도 2016년도부터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한의학을 표준화하는 표준임상진료지침 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방표준임상진료지침이 만들어지면 일단 코드화부여가 쉽고 코드화 부여가 되면 건강보험으로도 진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한방진료에서도 건강보험이 많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학문들과 융합해 발전하고 있는 현대 한의학. 현실은 제약이 많은데 어떤가?

“선친께서 양·한방을 다 하셨다. 그래서 난 어렸을 때부터 이들을 다 이해하면서 공부해왔고 지금 양·한방 통합병원을 운영하면서 서로의 학문을 존중하고 밸런스를 유지해가고 있다. 진정으로 환자한테 도움이 되는 것은 서로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서로의 학문과 문화자체를 받아들이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학문이라는 것은 서로 모르면 알아서 우열을 나누면서 장단점을 더해 융합으로 치료하려고 해야지 들어가보지도 않고 무조건 아니라는 것은 서울을 가보지도 않고 ‘서울은 좋지않다’고 얘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학문이라는 것은 서로가 많이 들여다보고 연구하고 공동세미나 통해 이해를 서로 돕고 장단점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학문을 하는 자세며 의료인의 기본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0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 중국 중의과학원 교수가 화제다. 이는 중국 정부의 투자 성과라는 얘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은 모택동 집권 시절 ‘중의학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공산주의 이념과 위반된다. 중의학을 없애야 한다’ 등의 이유로 말살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등소평이 등극한 후 ‘존재하는 것이 과학이고 효과가 있는 것은 그 자체가 과학인 것이다. 치료효과가 있는 것을 아직 입증하지 못하는 것은 과학 자체가 아직 미흡한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등소평때부터 다시 중의학이 부흥하기 시작했고 헌법에도 중의학을 발전시키고 민족의학으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보장했다. 중국의 의학산업은 국가가 밀어주고 발전시켜 전 세계에 수십조의 부가가치를 내고 있다. WHO에서는 2050년까지 5000조원의 대체의학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 예측했다. 결국 주류의학과 대등 또는 능가하는 정도로 시장이 커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투자는 개인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연구·개발(R&D)비용이 국가가 아닌 대부분 자비로 이뤄지고 있어 학자들이나 연구원들이 연구할 의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생한방병원 R&D 연구센터도 국비가 아닌 자비로 수십억을 들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 사명감이 없지 않은 이상 누가 한의학에 이렇게 투자를 하겠나. 이제는 정부가 해주고 제도권에서 해 줘야 한다. 국민이 참여해 기부금을 내서 지원을 해 노벨상을 타게끔 하는 의학자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유능한 사람들의 인프라와 선조들이 물려주신 각종 좋은 의서들과 경험들이 이렇게 많은데 말이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애로사항이 많지만 더 큰 시장과 미래를 보고 10년간 꾸준하게 해외에 가서 강의하고 직접 치료는 것을 보여주며 한의학을 알렸다. 5년 전에는 이참 한국관광공사사장과 같이 1년에 5개국을 다니면서 한의학 치료를 외국의사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해외 방송에 나가 인터뷰를 하면서 방송 도중 환자를 치료하고, 못 걷던 사람이 걸어다니는 것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한국의 한의학을 홍보했다. 중동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200여명의 의사들에게 직접 교육을 하고 미 정골의학협회(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 AOA)의 최초 정식 학점 인정을 받았다. 미국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이후 연간 1억 2800만 달러의 연구비를 편성하는 등 대체의학 및 침치료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 의료계는 치료의학으로 과학적인 연구와 체계화된 치료법이 만들어져 있는 한의학에 큰 관심을 보이며 수년 전부터 초청강연 및 공동연구를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도 자생의 비수술 척추치료법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해당 논문을 통해 관심을 갖고 나에게 접촉을 해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 강의의 좋은 반응으로 내년 5월에도 미국의사들을 상대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잡혀있다. 또한 카타르에서 병원합작을 요청해 왔으며 러시아 국립의대와 카자흐스탄 대통령 병원 MOU, 멕시코, 몽골 등과도 교류를 갖고 있다. 특히 한의학 최초로 외국의 양의사들에게 자생치료법을 국내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신준식 이사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하고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자생한방병원·자생의료재단 이사장,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 척추신경추나의학회 명예회장,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 정골의과대학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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