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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성장과 나눔의 시장경제] 전성인 교수 "가계소득 증대→소비→내수활성화… 성장전략 바꿔야"

[인터뷰]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6-01-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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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3% 달성에 실패했다. 


2016년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외의 주요 경제연구소와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우증권은 현재 3.2%대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는 2.3~2.8%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성장이 이른바 ‘뉴 노멀’이 되는 시대 한국경제는 그동안의 수출주도형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이에 대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리는 방향으로 성장전략을 잡아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인 가계부채도 낮추고 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꾸준히 한국경제의 방향전환을 주장해온 전성인 교수에게 성장과 분배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 구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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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대교수가 늘어나는 가계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인식 변화와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 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전망이다. 올 한해 한국경제를 전망해본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 못미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제기관의 중론이다. 심지어 모건스탠리나 시티그룹 등 해외의 투자은행들은 수출의 경제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4%까지 낮춰잡고 있다.


- 올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다. 한국 수출액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경제가 가라 앉으면 한국의 성장률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당장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이 중국 경기 침체와 겹쳐 경제 구조가 취약한 동남아 경제에 타격을 주면 그게 번져서 우리나라까지 여파가 미칠 수도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같은 저성장시대에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방법이 있다면.

경제를 파이에 비교하면 과거에는 파이를 공평하게 자르는 것보다 크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불공평하게 자르는것을 감수해야한다.

즉 과거에는 다소 불균형한 소득분배를 통해 자원을 기업에 몰아줘서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발전모델 핵심이었다.

이같은 발전모델은 투자가 간절히 필요한 경우, 투자대비효과가 상당하다고 여겨질 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금이 부족하지 않다. 이자율이 높은 것도아니어서 자금조달도 쉽다. 문제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성장모델의 장점은 사라졌다.

지금은 소비와 내수가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소비를 늘려서 소비에 의한 성장, 내수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내수소비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또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경제학계에서는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발전전략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소비증대→경제성장→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 소비증대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책당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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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대교수가 31일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 가계부채가 1200조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가계소득 증대가 소비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현재의 가계부채는 무엇보다 ‘부채에 의한 성장’ 방식에 의존해 온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만들어 낸 결과다. 끊임없이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하는가 하면, 소비 진작 역시 가처분소득의 증대보다는 ‘빚내서 소비’하라는 정책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가계가 부채의 늪에 빠진 것이다.

가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그것도 부채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 ‘부채를 줄이면서 성장’해야 한다. 즉 가계가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소득을 높여주는 방식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변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하다”는 시각은 철저하게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보이지만 금융기관은 안 망한다는 뜻이다. 이런 시각은 매우 뿌리 깊은 것이어서 정부는 최근까지도 “가계의 부채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자산이 더 많기 때문에 큰 문제 없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되려면 정부부터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균형 잡힌 견해를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을 성장 정책과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문제가 은행이아니라 채무자의 문제라는 인식을 한번 가져보자. 채권자에 앞서 채무자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이 가계부채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의욕은 크지만 가계부채 상환 능력은 매우 낮은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의 신용채무는 과감히 탕감하여 가계부채의 총규모도 줄이고, 채무자의 삶의 조건도 향상시키고, 총수요도 진작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는 부채 증가가 성장정책이 아니라 부채 탕감이 성장정책이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 섣부른 부채 탕감은 금융기관의 부실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우조선의 숨겨진 적자규모가 6조원에 달하고, 금융기관이 감당해야 할 부실규모가 4조원에 달한다. 현재 100만~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 빚 500만원씩 탕감해줘도 5조~10조 원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도와주면 국내 금융기관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미 국내 금융기관들은 저소득층의 신용대출을 대출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자산관리회사, 즉 채권추심회사에 팔아넘기고 있다. 캠코가 2014년 일괄매입한 부실채권 9조9000억원의 평균 매입가격은 원채무액의 3.7% 수준인 3688억원에 불과하다.


- 내수도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50%에 달할 정도로 수출도 중요하다. 최근 수출이 예전처럼 늘고 있지 않다.

길게는 주변 경쟁국과 차별화된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를 통해 환율을 낮춰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통화량을 늘려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추면 자칫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는데, 지금은 EU, 일본, 중국 등 주변 경쟁국이 모두 저환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그런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양적완화는 수입물가를 높이고 물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높은데 마침 지금 저유가로 국제 원자재 가격도 낮고, 물가상승률도 0%대에 머물러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다.


◆전성인 교수는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계량경제학회 사무국장, 한국금융학회 편집위원을 지냈다. 대표적인 중도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로 꼽히며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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