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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언쟁만 하는 '불통 대한민국'… 미래사회 소통전략은?

[2017 신년기획] '4不 탈출' 돌파구를 찾아라

입력 2017-01-05 07:00 | 신문게재 2017-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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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중앙대 교수1
신동희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소통이 있어야 할 부분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소통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부분에서는 ‘사이버블링(사이버 폭력)’, ‘모욕’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단면입니다. 일상화되어버린 인터넷에서의 소통은 다양한 사회적 담론이 아닌 ‘진보와 보수’, ‘금수저와 흙수저’ 그리고 ‘지역 감정’ 등을 극대화시키며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가정, 학교, 회사, 정부 등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는 ‘불통’에 대한 원인을 신동희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이 같이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과 연결되는 문화 거버넌스나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같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모습들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규제나 정책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뉴미디어와 사회’,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연구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신 교수는 변화된 소통창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떻게 하면 성숙된 시민의식과 소통문화를 갖을 수 있을지 한 시간 넘게 그동안의 생각들을 쏟아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이버상에서 대부분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어떤 상황인가.

“한국인들은 감정의 배출구로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향이 짙다. 온라인 내에서는 면죄부를 주는 곳이란 생각이 팽배하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야기를 증폭시켜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에 더 폭력적이고 강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것이다. 욕설, 개인신상 털기 등 현실에서 보기 힘든 문제들이 인터넷상에서 만연하게 퍼지고 있는 이유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큰 틀에서 자유롭게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법적 테두리를 넘는 경우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주어지기 때문에 국내와 같은 현상이 덜 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이 사유의 깊이가 없어지고 단편적인 소통에만 익숙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통계청 조사 결과에도 스마트폰 사용 일상화로 과의존이 증가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 내성 현상을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장치들이 필요한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마약, 섹슈얼 등 건전하지 못한 컨텐츠들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 어른들이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들과 함께 온라인 내 긍정적인 문화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는 스마트폰을 켜지 못하게 하는 제도나 규칙이 일어나고 있다. 교수와 학생간 건전한 상호작용과 교육을 방해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어떠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하며 이슈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는 담론의 한 과정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과정을 뛰어넘고 금방 인터넷으로 단편적 지식을 찾을 수 있기에 분석력, 통찰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도 학교에서 15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에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3D 그래픽을 이용한 홀로그램, IOT(사물인터넷)등을 적절하게 조합시켜 학생들의 창의성을 작동시킬 수 있는 교육장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IT강국이라고 하지만 기술발전에 비해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대한민국 역사상 큰 오점을 남기는 정치적 이슈도 발생했는데 앞으로 정치, 학교, 가족, 기업 , 언론 모두 소통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꼭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무엇이며 방법들을 알려달라.
 

신동희 중앙대 교수3
신동희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개인의 성향이 현실보다 인터넷 상에서 더 짙어지고 강화된다”며 “유교적인 문화에서 눌려있던 한국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이 두드러지는 측면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한국이 IT강국이라고 불리지만 실질적으로 부족한점이 많다. 먼저 창조경제는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같이 무에서 유로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점이 문제였다.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IT는 생태계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전체적으로 무르익은 분위기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기술이 재생산되고 사회나 사람들한테 받아들이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없이 ‘무엇인가를 빨리 만들어 내라’ 하니 이상한 문화융성정책만 나온 것이다. 유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경제인데 반대로 가다보니 ‘미래부만 만들어 창조가 됐다’란 자조적인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또한 대중이나 컨텐츠 등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따라주지 못하는 가운데 새롭게 건물을 짓고 부서를 만들어버리고 그 안에서는 관치주의, 성과주의, 탑다운 조직문화로 정착되어 버린 점들이 불통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더불어 오프라인에서 기본예의를 지키는 것처럼 인터넷 내 예절문화도 정착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정치적인 담론이 건전하게 이뤄진다. 처음 인터넷이 나올 당시 ‘오프라인에서처럼 온라인상에서도 법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 결론은 사회문화를 향상시키고 성숙시키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단기간에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개인의 생각 성숙도가 댓글 등 사이버 상의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민관 협력체계와 함께 시민 성숙도 및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발전된 소통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신동희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 일리노이 대학교(Southern Illinois University)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Syracuse)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2009~2016년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정교수, 인터랙션연구소 소장과 BK21플러스사업(인터랙션)단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정교수다. 그 밖에 △성균관대학교 SKKU 펠로(2011)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2014) 선정 △교육부,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사업 해외초빙학자(2008-2013)△ 한국언론학회, 한국HCI학회, 미디어경영학회, 정보통신정책학회, 한국정보사회학회 이사 △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교환교수(2015∼2016)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 '인간초연결사회를 살다', '빅데이털러지', '인간과 빅데이터의 상호작용', '디지털 광고환경 변화와 언론사의 대응전략', '스마트 융합과 통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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