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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인터뷰] 시비지심(是非之心)과 목민심서(牧民心書)

입력 2017-05-26 11:15 | 신문게재 2017-05-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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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지난 해 정 의장은 도의회 의장직에 선출되자마자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자신에게 맡겨진 의장직 수행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명감에는 자신을 믿고 의장직으로 선출해준 동료의원들을 향한 신의도 담겨있다.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겉모습은 부드러우나 속마음은 단단한 심성을 가진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3선 도의원(더민주, 안양4)의 47세 젊은 의장. 그는 지난 2014년 당선과 함께 향후 도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리고 지난 해 도의회 의장에 당선된 후에는 내년 지방선거 불참을 선언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돌아온 답은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도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이었다. 22일 오전 임시회 회기 중인 경기도의회 의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멀리, 더 곧게

충남 아산이 고향인 정기열 의장은 재안양충청향우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초선 시절부터 거의 모든 지역사회 경조사에 나타나는 부지런한 일꾼, 지역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동분서주하는 도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만나자마자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했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그 이유였다. 이 질문에 정 의장은 의장 집무실 뒤편 액자를 가리켰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선물했다는 액자는 ‘더 멀리 더 곧게’라는 글이 적힌 묵화였다.

“평소 정세균 의장께서는 ‘의정활동에 있어 정치적 목적을 갖지 마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이는 ’더 멀리 더 곧게‘ 라는 글의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만약 내가 내년 지방선거 시장 선거를 나간다고 하면 나머지 1년 동안 의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 지방 선거 출마를 의식하면 선거법 등 각종 규제에 묶이게 돼, 지역발전을 위해 예산을 더 보내려고 해도 선거법에 영향을 받는다.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또 나로서는 나머지 1년의 귀중한 도의회 의장 임기를 한 개 지역의 시장을 하려는 그런 정치로 소비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나를 의장으로 선출해주신 동료 의원들을 향한 소신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의 아쉬움도 클 듯싶어 경기도지사나 국회의원 출마 등 가능성도 닫혀 있는지 물었다.

“정치는 내 평생 천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게 본업이 따로 있는데 하나님께서 잠시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라는 소명을 주시고, 그 길을 10년간 충실히 걸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주어진 의장직을 최선을 다해 마친 뒤, ‘멋지게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후 그에 따른 정치적 기회가 올 것이다. 내게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는 ‘내려놓기. 되돌아보기. 재충전’의 시간들로 채워질 것이다. 지난 도의원 10년 동안 가족의 희생이 작지 않았다. 이제 휴식기도 필요하고, 또 앞으로 배울 것도 많다. 정치에 오래 머물다보면 관성에 젖는다. 예전엔 서운하지 않을 일도 의장 신분으로는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성에 젖지 않고 진일보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도지사는 공천을 받으면 출마할 생각은 있지만, 인지도, 신뢰성 등 나의 부족함을 알고 있다. 앞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그 부족함을 채워나갈 생각이다.


- 2018년 7월 1일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돌아가는 도의회 의장

정 의장은 신문배달부터 피자집 직원, 카드영업사원, 보험영업사원 등을 전전하다 27세부터 현대자동차 영업을 시작했다. 자동차영업 10여년의 세월은 그에게 돈과 사람을 안겨주었다. 억대 연봉을 이루었으니 세일즈맨으로서의 능력도 탁월했다. 그는 2018년 도의원 임기가 끝나면 자신을 기다려준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복직할 계획이다. 그는 “다시 팜플렛을 들고 각 상가를 방문하면서 예전처럼 영업을 잘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 역시 내게는 용기라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 현직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의장에 취임하면서 젊은 의장의 덕목으로 열정, 긍정, 소통을 들며 경기행복시대를 약속했다. 그리고 자치와 분권, 연정, 경제민주화, 문화예술, 평화라는 5가지 시대적 가치를 제시했고, 많은 성과를 도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취임 후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를 포함한 지방의원들의 노력과 시대적 요구가 결합된 지방분권 개헌이 내년이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발표와 실행이 안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취임 이후 재차 약속했다. 이제는 개헌의 고민, 즉 개헌 때 살아있는 지방분권을 할 수 있도록 아젠다를 세워야 한다.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통령이 아닌 시도지사들이 해결하는 시대가 돼야한다. 살아있는 지방 분권이 될 수 있도록 세입세출부문, 감사부문 등의 권한을 지방에 분산해야 한다. 지방은 자체사업이 10프로도 안되고 대부분 중앙 매칭 사업인데 이를 개혁해야 한다. 시스템과 제도를 보완할 시기가 올해와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이다. 현재 지방 자치와 분권을 위해 세미나와 학술대회 개최 등 올인을 하고 있다.”

정 의장은 또 “경제민주화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좋지만 나는 간접고용의 직접고용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의회 직원들은 모두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또 도와 도 산하 760명의 용역파견 근무자들을 산하기관에서 무기직 등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려고 협의 중이다. 7~8월 중 조만간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라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밝혔다.

정 의장은 맹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이야기 하면서, 是非之心 智之端也(시비지심 지지단야: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지(智)의 근본(根本)이다)를 강조했다. 특히 시비지심. 옳고 그름의 판단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다산 정약용의 牧民心書(목민심서)를 탐독하며 정치철학을 배웠다.

“우리는 머리로서 이것은 옳다 잘못됐다 판단하지만, 과거 어쩔 수 없이 관행적 타성에 젖어 살면서 행한 시대적 과오도 있다. 그리고 오래전 관행이 현재 불법이 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는 무 자르듯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잘못을 개선하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생각과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그는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인생철학이면서 정치철학이다. 이를 도정 활동에도 접목시켜왔다. 관리들이 해야 할 일과 마음 자세의 근간에는 반드시 애민사상이 있어야 한다. 시민의 억울한 일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관이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어렵고 힘든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정약용 선생님의 실용주의적 사상을 배우고 싶다. 만약 정조의 사망 이후 정약용 선생이 귀향살이를 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했다면, 그의 실용주의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도 바뀔 수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정치는 권력이 있어야 어렵고 힘든 사람을 챙겨줄 수 있다. 나쁜 정치란 정의로움을 가장한 치사스러움이다. 정치인들은 최소한 정의롭지는 않더라도 치사한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약용 선생이 귀향을 안가고 현실 정치에 계속 참여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면 당시 조선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에게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최근 청문회를 보면 그 사람이 그 직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냐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일하고 상관없는 과거의 실수나 잘못, 사고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의 2~30년전의 과오를 갖고 흠집내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 한 번의 과오로 평생 쌓아온 명예가 실추되어서는 안 된다. 국무총리나 장관 등은 도덕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 사회적 통념과 관행으로 행해진 행위가 오늘날 그 사람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결국 무능력자가 장관에 오르는 것, 무사안일주의자가 올라와서 무능력한 행정을 보이는 것은 국가발전에 더 큰 장애물이다. 굴곡 없는 삶을 산 리더가 없듯이 능력위주의 검증,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언론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도민들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큰 길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런 과정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경기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 의장은 지난 대선 때 경기도의회 의장으로서 또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22일간의 선거기간 내내 불철주야 애를 썼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경기도에서 문재인 후보는 압승을 거두며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통합대통령을 강조했다면, 정기열 의장은 책임연정을 통한 경기행복시대를 약속했다. 모든 인생길은 시작과 끝이 있다. 그리고 그 끝이 시작보다 아름다울 때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여망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며 적폐 청산 등 당면한 시대적 요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으로 정기열 의장 역시 경기도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과거 악습을 철폐하는 등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분명 더 귀한 소명이 준비돼 있다.


-약 력-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EMBA 졸업

재안양충청향우회 부회장

전)경기도의회 문화정책 연구포럼 회장

전)경기연구원 의정포럼 회장

제7대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 간사

제8대 경기도의회 보건복지공보 위원, 민주당 대표의원

제9대 경기도의회 의원

-수상 경력-

2012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광역의원부문 대상

2011 의정대상 광역의원부문

2017 제13회 경기도 사회복지사 대회’ 사회복지대상



수원=김현섭 기자 khs98sno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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