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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난방비 폭탄과 엔트로피 법칙

입력 2023-03-20 14:53 | 신문게재 2023-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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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3년 1~2월 난방비 폭탄이 예고되면서 대한민국 민심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도시가스와 전기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가정집과 식당 등 곳곳에서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에너지를 민간 영역에서 맡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 미국 난방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대비 2022년 주택용 가스 요금은 미국 3.3배, 영국 2.6배, 독일 3.6배 올랐다.

‘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인류의 재앙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33년이나 지난 과거의 예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저자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엔트로피(Entropy)는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등장하는 용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 생성되거나 소멸하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태초부터 정해져 있고 우주의 종말이 올 때까지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제2법칙은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다. 엔트로피란 이 과정에서 자연물질이 변형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태, 무용한 에너지를 일컫는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제2법칙이다. 난방비 폭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석탄 한 조각을 태웠을 때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지만(제1법칙) 일부는 이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제2법칙).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가리켜 엔트로피라는 용어가 탄생됐고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 된다.

전 세계적 난방비 폭탄은 사회가 엔트로피 분수령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의 에너지 흐름에서 발생한 무질서는 계속 축적되어 정치, 경제, 사회적 비용의 형태로 나타나고 이에 따라 생산자, 소비자 할 것 없이 가격상승의 고통을 겪는 것이다. 에너지 환경이 완전 고갈을 향해 다가감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더욱 격심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아 있는 에너지를 추출하고 처리하는 데는 더 비싸고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므로 여기에 더 큰 에너지 변환비용이 요구되며 에너지 흐름과정에서 발생한 무질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택은 고사하고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빈민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엔트로피 과정의 이면에 불과하다. 에너지가 빨리 고갈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거나 준실업자 상태에5 빠진다. 이로 인해 조세부담률은 늘어나고 인간에게 봉사하는 에너지 흐름은 줄어들게 된다. 참고로 한국의 사회보장보험을 더한 조세부담률은 2017년 25에서 2022년은 사상 최고 수준인 30% 선을 넘었다.

그렇다면 엔트로피 법칙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저엔트로피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 속에서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꼭 기억하자. 아울러 세계가 혼돈 속으로 깊이 빠져들수록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 보기를 꺼린다는 사실또한 함께 기억하자.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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