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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칼럼] 모든 물건엔 사연이 있다

입력 2023-09-11 07:00 | 신문게재 2023-09-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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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부동산센터 대표
이호영 부동산센터 대표

종로구 평창동에 살던 A씨는 아들이 곧 결혼을 앞둬 30년 이상 살았던 단독주택을 팔았다. 강남이 직장인 아들 내외를 위해 강남구의 아파트 전세금을 보태주고 본인은 빌라를 보러 다녔다. A씨는 대출도 없이 3억원으로 방 세 칸짜리 아파트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고,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작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면서도 평수가 넓은 신축빌라를 구매하기에 이른다.


A씨는 아들의 이삿짐을 싸 강남으로 보낸 뒤 잔금을 치르기 위해 신축빌라로 향했다. 잔금을 치르고 이사 오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A씨가 가지고 있던 50인치 TV를 놓을 자리가 없었다. 거실의 폭을 떠나 창문에서 방 사이의 한쪽 벽의 길이가 1.5m밖에 안 돼서 한쪽에는 소파를 놓고 한쪽으로는 에어컨을 놓은 뒤 남는 벽면에 TV를 걸 수도 바닥에 놓을 수도 없었다. A씨는 이 모든 사실을 이사를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됐고 TV를 결국 안방에 걸어야만 했다.

모든 물건에는 사연이 있다. 건축물도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다. 주택이든 사무실이든 창고든 컨테이너든 사람이 다니고 앉고 움직이고 누워 있는 공간이다. 밥을 짓기 위해 불을 지피던 아궁이 부엌문화에서 입식 부엌문화로 바뀐 것도 100년이 채 안 된다.

권투에서 ‘리치’라고 하는데 양팔의 길이를 말한다. 각자 다르겠지만, 필자는 한쪽 팔을 벌린 손끝에서 다른 쪽의 어깨까지가 석 자였다. 집을 보러 가서 줄자가 없을 때 이 양팔 줄자(리치줄자)를 유용하게 사용한다.

과연 자녀 방의 책상 의자의 높이와 주방의 식탁 의자의 높이가 같다고 생각하는가. 주방 식탁의 높이와 사무실 책상의 높이가 같다고 생각하는가. 그럴 수도 있다. 지금 줄자를 꺼내서 각각의 높이를 재어보면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높이가 같은지 틀린지는 직접 높이를 재보면 알게 된다.

계단실의 계단의 높이가 폭과 길이 등은 모두 인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알고 있는가. 건축물은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인구와 빈도에 따라 계단실의 크기도 비례하고 있다.

늘 곁에 있어 보지 못하고 주변에 항상 있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생활 속에서 ‘왜?’라는 의구심을 한 번이라도 갖는다면 누구든 뜻하지 않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보고(경험하고) 앞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독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위대한 ‘발명’은 아니라도 자신만이 알고 있는 ‘틈새(기회)’는 되기 때문이다. 

 

이호영 부동산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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