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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감사

<시니어 칼럼>

입력 2023-10-26 14:23 | 신문게재 2023-10-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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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세 가족은 매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으로 행복을 누린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언제나 소통할 수 있지만, 얼굴을 맞대고 촉감과 숨소리를 느껴야 만남이다. 이웃사촌이란 자주 만나 정이 들어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다. 젊어서는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려 자주 볼 수 없었지만, 퇴직 후 저만큼 비켜앉아 뒷산을 바라보며 자연에 취할 수 있어 감사하다.


우리는 칠순을 훌쩍 넘겼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나 청춘이다. 만남은 초등학교 어린 소년 때부터 시작했다. 동네는 다르지만 오가면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60여 년의 기나긴 세월 탓에 할아버지가 됐어도 만나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이 젊어진다. 얼마전 여행지는 6박7일 제주도로 정했다.

여행은 삶의 품위를 높여 준다. 나들이는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바람 소리와 들꽃 향기만 맡아도 삶이 풍요롭다. 행복은 누려야 내 것이 된다. 중국 장가계를 다녀온 지 10여 년이 지났어도 협곡과 유리길 절벽 이야기만 나오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추억은 가슴속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래서 여행은 누구랑 같이 가느냐가 중요하다. 세 가족이 여행을 자주 가려면 건강해야 한다며 손가락을 걸었다. 건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늙고 싶지 않지만, 자꾸만 세월이 흐른다.

영원한 동반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선택받은 하늘의 축복이다. 순번을 정해서 음식값을 내자고 했지만, 애초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서로가 앞다투어 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기금을 조성해서 공동경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가끔은 특별한 날이라면서 음식 먹기 전에 계산하는 친구도 있다. 지난봄에는 친구 S가 거금을 찬조했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집이 매매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친구의 선한 일은 오른손만 알지 왼손은 모른다. 통장 정리를 하고서 뒤늦게 알았다. 칠 남매의 맏이로 동생들에게 부모 이상의 존경을 받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항상 동생을 먼저 챙기기 때문이다. 그의 품성을 10분의 1이라도 닮기를 원하지만, 아직도 숙제로 남았다.

건강한 사람은 겸손과 품성이 바르고 자기관리가 남다르다. 친구와 함께 있으면 매사가 즐겁다. 혼자 살면 외롭지만, 어우러져 살아야 행복이 있고 건강이 따른다. 지난 사월, 원주 워크숍에 참가하여 족구 시합을 하다가 그만 역동작에 걸려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다. 걸을 수 없으니 사는 게 아니다. 헬스장은 벌써 오 개월째 결장이다. 운동과 멀어지면 근육부터 신호가 온다. 두 다리를 비교해 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동안 불편 없이 살아왔다는 게 신기하다. 건강하게 살면서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다. 사람은 겪어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고령자임을 망각하고 몸을 함부로 썼다. 보듬어 주지 못하고 소홀히 했음을 고백한다. 삶의 방식이 바꿔야 할 때다. 당뇨와 비문증, 전립선에 적색 신호등이 켜져 있다. 거울을 쳐다보니 반백의 머리카락이 마음을 흔든다. 얼굴도 어둡다. 여러 가지 궁리를 해보지만,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같이 웃고 함께 슬퍼해 줄 세 가족이 옆에 있어 고맙다.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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