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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권력자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데버라 그룬펠드의 '수평적 권력'

입력 2023-11-18 07:00 | 신문게재 2023-11-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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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권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다는 ‘권력의 수평적 본질’을 탐색한 책이다. 스탠퍼드대학 석좌교수인 저자는 “우리 모두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진심으로 보살피는 방법으로도 지위를 높일 수 있다”며 “권력을 잘 사용하는 것이란 그런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권력을 연기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됨을 믿는다”고 말한다. 권력이 주는 힘과 달콤함의 유혹을 이겨내고, 권력을 두고 우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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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권력|데버라 그룬펠드|센시오

◇ “우리는 모두 권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권력이 클수록 더 나은 삶을 더 오래 누릴 수 있고, 죽은 후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고 여긴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을 추구한다. 하지만 막상 권력을 갖더라도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모르기에, 권력만 잡으면 모두가 악당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권력은 지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지위가 없어도 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권한이 없어도 권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력은 영향력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영향력은 권력의 ‘효과’라는 것이다. 그는 “한 마디로 권력은 사회통제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권력을 잘 쓰려면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권력은 개인의 특성이나 소유물이 아니며, 개인에게 주어진 권리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와 명성, 카리스마, 자신감 등 권력과 동일시되는 개인의 특성들은 사실은 권력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권력은 영원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특정 상황에 누가 더 큰 가치를 더하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유일무이한 지식이나 기술에 더 큰 권력이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권력이 사회계약의 일부이며 ‘감정’이 아니라고 힘 주어 말했다. 권력을 차지한다고 저절로 존경이 따라오거나 사회적 지배력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권력을 과시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그 권력은 보잘 것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다. 그는 특히 권력은 ‘지배’가 아니라 ‘관계’라고 역설한다. 권력은 협조와 연결, 신뢰가 바탕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권력은 ‘자기 목적을 위해 타인을 통제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능력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모두가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급자라도 자신의 가치만큼 권력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권력은 그것을 휘두르고 과시하고 누가 우월한지 사람들에게 일깨워줄 수 있는 반면에 권력을 억누르고 숨기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일깨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권력을 잘 쓰려면 이런 ‘권력의 두 얼굴’을 편하게 다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부패한 권력자의 세 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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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집단의 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권력을 부여받은 사람이 이기적인 목적, 특히 집단 구성원들을 희생하면서 개인의 목적을 이루려 권력을 쓰는 것은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다른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진심으로 헌신하지 않은 채 휘두르는 권력은 온갖 남용과 부패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권력이 부패할 때 생기는 몇 가지 현상도 지적한다. 첫째, 억제에 대한 거부다.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둘째, 타인에 대한 대상화다. 타인을 개인 목표 달성의 도구로 취급하고 착취하는 경향이 높다. 셋째, ‘나에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다. 자신의 요구가 도를 지나쳤음을 인정할 자제력이나 창피함, 미안함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패한 권력자를 악당과 과대망상증, 돈 후안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악당은 타인에게 책임을 지우려 권력으로 겁을 주어 지배력을 유지한다. 불필요하게 비판적이거나 가혹하거나 모욕적이며, 인격까지 흠을 잡는다. 과대망상증 유형은 자신이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도움 되지 않는 관계는 쓸모가 없다고 여기고 패배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돈 후안 유형은 권력을 사용하는 이유가 성적인 지배력관 인정을 추구한다. 권력이 성 비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학습된 무력감’에서 먼저 벗어나라

부패한 권력은 우리를 ‘무력한 피해자’로 느끼게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환심을 되찾는 것뿐이라고 믿게 만든다. 저자는 “악당과 싸우려면 이런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력자의 ‘악한 매력’에서 도망치라고 말한다. 권력 남용자에게서 빠져나와 스스로의 그림을 그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당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들의 아홉 가지 대처 법도 일러 준다. 먼저, 위험신호를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거절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둘째, 미끼를 물지 말라고 한다. 악당과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자책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책은 곧 상대의 전략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넷째는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명백한 경계와 우선 순위와 결단력을 갖추거나, 적어도 갖춘 듯이 행동하라고 말한다. 다섯째는 공적인 공간에서 멀리 떨어지지 말라는 것이다. 사적인 맥락이나 역할이 불분명한 맥락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여섯째는 경계를 지키라는 주문이다.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곱 째는 ‘저지하라’이다. 감정에 치우쳐 목소리를 높이거나 야단을 피우기 보다 “방금 한 말이 진심인가요?” 하는 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여덟째로, 이를 악물고 환하게 웃어라. 분위기를 주도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필요하며, 가끔은 허세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공감 드러내기다.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존중’을 보이라는 것이다.


◇ 부패한 권력의 방관자가 뒤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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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나서는 자’가 되라고 독려한다. 세를 규합해 ‘공동의 항의’가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집단 행동의 문제를 누구나 남의 책임인 듯 취급하면 문제는 더 악화되고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된다”면서 공동행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단언한다. 다만, 위험을 감수하고 타인의 협력을 유도하는 신뢰 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또 ‘인식하고, 지적하고, 조용히 저항하라’고 제언한다.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는 사소한 위반 역시 훨씬 나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지적하고, 조용히 저항하라고 말한다. 사정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사소한 불의에도 행동하지 않고 합리화한다면, 학대를 그냥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나서는 자’가 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무리에 합류하라. 과거 ‘미투’ 운동에서 보았듯이, 권력남용에 대처할 때는 의사소통과 협력이 공동행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유머 구사하기다. 가해자를 농담의 소재로 만들 방법을 찾는 것이다. 권력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영향력이 별로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는 뜻을 슬쩍 비추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벌칙 구역 만들기다. 문제가 되는 사람을 일시적으로 쫓아내 소외시키는 것이다. 부정적 결과를 경험케 해 반성의 여지를 줌으로써 무라 내 권력 오남용을 단속할 수 있다. 마지막은, 관심 있는 듯 행동하기다. 저자는 “우리가 자신을 관객보다 배우로, 구경꾼보다 출연자로 여길 때 권력 남용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 내가 가진 권력,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저자는 “한 인간을 판단하는 척도는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지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권력자는 스스로 롤 모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행동에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리 범위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정적 영향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리더십 잠재력을 확인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첫째는 ‘성취지향성’이다. 권력을 의무로 여기는 리더는 지위나 인정, 평판에 대한 자기욕구보다는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말한다. 두번째는 ‘헌신 지향성’이다. 카리스마나 호감도 보다는 ‘따뜻한 권력자’가 되어 따뜻함과 유능함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은 ‘집단에 대한 헌신’이다. 개인의 이익이나 기회를 희생하는 습관,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권력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지닌 리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준을 고루 갖춘 ‘선한 권력’이 결국 승리한다”면서 “권력을 잘 쓰려면 우리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약점과 강점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두려움에 이끌려 행동할 때 두려워하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희망을 품고 행동할 때 우리는 권력을 너그럽게 사용하고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신뢰의 기반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에게는 그것이 권력의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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