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
‘쾌적하고 편리한 주택지는 상권형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의 배경은 이렇다. 쾌적하다는 것은 녹지공간이 많다는 것이고, 녹지공간이 많은 만큼 인구밀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녹지공간은 접근성도 떨어뜨린다. 낮은 인구밀도와 접근성은 상권발달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지방도시가 수도권 도시에 비해 장사가 안되는 것은 소득수준보다는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소형 상권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걸어서 상가를 찾는다. 반경 500m 안에 속하는 1차 상권이 중소형 상권의 범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범위 안의 인구밀도가 상가 매출을 좌우한다.
주거의 편리성도 상권에는 장애요인이다. 주거하기 편리하다는 것은 교통이 좋거나 병원, 초·중등 학교가 가까이 있는 경우이다. 교통이 좋아지면 인근 땅값이나 집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상가 시세도 덩달아 오르지만 상가투자자나 예비창업자들은 이런 곳은 피하는 게 좋다. 교통이 편리해진다는 것은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동하기 쉬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동네상권에 전철역이 생기면 거주자들은 더 큰 역세권으로 이동, 큰 상권에서 지갑을 연다. 고속철이 생기면서 지방 백화점들이 죽을 쑤는 이유는 지방의 큰 손들이 상품구색이 다양한 서울의 백화점으로 원정쇼핑을 떠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상권의 역세권은 쪼그라들고 큰 상권의 역세권은 더욱 번창해진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지의 전철역 주변은 유동인구만 많을 뿐, 장사에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식음료 업종이나 패션· 뷰티 업종은 집에서 멀어도 큰 상권에서 해결하려는 소비심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역세권이라고 무작정 들어가서는 안되는 이유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나 생활서비스 업종은 주택지 전철역 주변도 무난한 입지에 속한다. 귀가길에 집 근처 김밥집이나 세탁편의점이 눈에 띄면 가까운 가게를 이용하게 마련이다. 초·중등 학교도 상권에는 걸림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학교 근처는 밤에 어둡다. 어두운 곳은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학교 근처 가게들이 장사가 잘 안되는 이유다. 학생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구점이나 학원 같은 업종도 학교 근처에서는 안되는 경우가 많다. 땅값이 싼 고지대에 자리잡은 학교일 경우 특히 그렇다. 경사진 곳은 사람들이 돈 쓰는 곳이 아니다. 그냥 흘러갈 뿐이다. 다만 학교가 평지에 있고, 그 지역 중심상권과 연계되는 곳이라면 문구점, 학원 등 업종이 유망할 수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