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비바100] 인간사회 명운, 인구에 달렸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제니퍼 D. 스쿠바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입력 2024-01-13 07:00 | 신문게재 2024-01-12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4011118
(사진출처=게티이미지)

고령화와 인구 폭발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수 많은 현상들을 다각적이고 분석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대전환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놀랍다. 인구 역학과 국제 정세의 상관관계 연구에 몰두해 온 저자는 출생과 죽음, 이주라는 3가지 키워드를 놓고 ‘지구 80억 인구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제시해 준다. 책 곳곳에 한국의 사례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인구통계학적 상황을 곱씹어보게 된다.

 

2024011201050006143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제니퍼 D. 스쿠바|흐름출판

 

◇ 왜 지금 인구학인가


세계인구가 80억 명을 넘어섰다. 20세기 100년 만에 16억 명에서 61억 명으로 급증했다. 21세기 들어선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차이가 극명한 ‘차별적 인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최빈(最貧)개도국에선 높은 영아 사망률에도 1분에 240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선진국에선 25명에 불과하다. 1950년에 47세 미만이던 전 세계 기대수명은 이제 남성이 70.8세, 여성은 75.6세에 이른다.

유럽에선 이민자들 덕분에 인구가 순증 한다. 전 세계 난민은 8000만 명 정도다. 대도시로의 이동도 확연하다. 현재 도시 인구는 55%, 북아메리카는 82%에 달한다. 1000만 명 이상 메가시티가 40곳에 육박하고, 2000만 명 이상 메가시티도 증가 추세다. ‘경제성장 없는 도시화’로 지구가 ‘빈민가 행성’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계 인구 증가의 98%는 개도국에서 일어나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그만한 인구를 뒷받침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 출생-사망-이주, 세계를 이해하는 키워드3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 중인 10개국은 니제르, 앙골라, 말리, 우간다, 콩고 등 모두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다. 이들은 20~30년 내에 엄청난 청년 집단과 대면하게 될테지만, 민주국가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위연령이 29.5세까지 하락한 뒤 민주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은 50% 정도, 15세까지 떨어지면 그 가능성은 8%까지 떨어진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1960년대 10%에 불과하던 피임률이 2000년에는 55%까지 급증했다. 이란은 그렇게 강제적으로 20년 만에 평균 출산율을 5.5에서 2.0으로 떨어뜨렸다. 가임기 여성 피임률은 선진국에서 60%가 넘지만 가난한 나라에선 15%에 불과하다. 비정상적인 출생 성비는 출산율 감소와 여아 혐오가 낳은 결과다. 중국은 한 때 117.9까지 기록했었다. 저자는 “이런 남성 초과 성비는 폭력과 인신매매, 매춘, 심지어는 내전까지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령화는 재앙인가

대략 세계 인구의 13~14%인 10억 명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이 연령 집단은 매년 3%씩 증가한다. 선진국의 중위연령은 2035년이면 45세에 이른다. 여성들이 임신을 미루며 나타나는 저출산이 큰 이유다. 한국 여성의 첫 임신 나이는 평균 31세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저자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복합적인 압박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말한다.

최근에는 ‘미혼 출산’이 주목된다. OECD 국가의 미혼 출산 비율은 1970년 7.2%에서 2016년에는 40% 가까이로 높아졌다. 혼외출산을 터부시하는 일본과 한국은 2~3%에 불과하다. 미국이 1970년대 10%에서 지금은 40%에 이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혼외출산이 증가 추세다. 프랑스에서는 무려 60%에 이른다.

저자는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민자 유입을 늘리거나, 은퇴 연령을 높이거나, 사회보장 혜택을 줄이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인들이 직장 생활을 연장하고 가정친화적 정책으로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면 경제활동참가율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에서 노동 정년이 더 길어지고 자원봉사나 손주 돌봄 같은 일이 노인들에게 주어진다면 고령화 충격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운로드

 

◇ 죽음은 불평등하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통제력은 인류의 큰 힘 가운데 하나다. 2016년 기준으로 저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 간 기대수명의 격차는 18.1년으로 매우 크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다 죽을 수 있을지 보여주는 수치가 ‘건강보정기대수명(HALE)’인데, 2016년에 기대수명과 이 수치 간 차이가 여성 9.5년, 남성 7.8년이었다. 이 역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차이가 크다.

저자는 “건강 지표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 건강이 열악해지면, 가계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위한 비용이 늘어나고 결근 등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국가 경제도 흔들린다. 건강과 사망률은 이주민, 그리고 환경 문제와도 교차한다. 살던 곳에서 쫓겨난 인구집단은 특히 질병 발생에 취약하다. 기대수명이 감소하거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 발생률이 갑자기 늘어난다면, 보건의료 기반을 다지는데 얼마나 투자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이민, 받아들일 것인가

이주는 출산, 사망과 함께 인구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가장 예측이 어렵다. 세계 경제 성장과 함께 많은 곳에서 기회가 창출된 덕분에 1949년 이후로 이주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이민자의 3분의 2가 고소득 국가들로 옮겨갔다. 저소득 국가 이주자는 4%에 불과했다. 필리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이민자들이 보내준 송금이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였다.

원해서 이민을 가는 것 만은 아니다. 난민과 망명신청자, 실향민도 이민의 한 형태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절반이 성적 착취 노동자로 팔려가거나 강제 결혼당한다. 2018년의 인신매매 건수만도 4만 9000건이다. 분쟁과 폭력으로 인한 ‘국내’ 실향민도 2020년에만 5500만 명이었다. 전 세계의 1%가 분쟁과 박해로 고향을 떠나고 있다. 전 세계 난민의 3분의 2가 시리아와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등 다섯 나라에서 나온다.

저자는 ‘인간 우선의 이민 정책’을 강조한다. 캐나다나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이 모두 ‘기술 노동자’만을 받아들여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슬람 이민자들에까지 문호를 열 것을 촉구한다. 일본과 한국에도 보다 개방적일 것을 권고한다. 193개 유엔회원국이 서명한 ‘안전하고 질서 있는 정상적 이주를 위한 국제협약’에도 강제 구속력을 부여하자고 촉구한다.


◇ 예정된 미래, 그러나 열린 결말

저자는 “인구통계학적으로 ‘절호의 기회’는 15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30% 미만이고 65세 이상이 15% 미만일 때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때 중위인력은 26~40세 정도다. 이런 연령 구조에 따른 이익을 ‘인구배당효과’라고 부른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한 때 연간 7%에 가까운 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 덕분이었다. 반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같은 여건에서 인적자본 투자를 않고 유리한 연령구조를 경제성장에 활용하지 못했다. 저자는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인구배당효과는 저절로 나타나지 않으며, 적극적인 초기 투자를 통해 확실한 기반을 다져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급성장하는 아프리카 나라들 다수가 ‘일자리 없는 성장’을 하고 있으며, 고용 시장도 이들 청년층을 흡수하지 못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결국 “준비되지 않은 나라들은 인구배당효과가 가져온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인구통계의 6가지 주의사항

저자는 세계 인구 통계자료를 다룰 때 꼭 명심해야 할 6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인적자본이 곧 국가경쟁력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앞으로 경제개발 수준이 높아지고 인구가 고령화하며 노동 수요가 증가하면, 고소득 국가들은 해외 이주자를 대량으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세계의 도시화다. 그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도시가 모든 혁신과 자본, 인재, 투자를 끌어들이지만 그곳은 ‘승자독식의 세상’이라고 경고한다. 넷째, 고령층에 대한 재정지원과 조기 퇴직을 약속한 나라들은 결국 기존의 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경제위기에 빠지고 출산율도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섯째로 그는 “정책은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 수 없다”며 인구배당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성장의 기초를 놓을 정책들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인구 격차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년층’이 많은 나라들이 결국 높은 경제성장과 평화의 인구배당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렇게 세계는 불평등이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므로, 우리는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