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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 잔혹한 인간" 동물들의 SOS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위고 클레망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입력 2024-01-06 07:00 | 신문게재 2024-01-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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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프랑스의 유명 생태운동가인 저자가 동물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쓴 책이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나 우월감을 바로잡고,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물 다양성의 붕괴와 기후 위기 앞에서 동물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행위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은 ‘윤리’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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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위고 클레망|구름서재

◇ 잘못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

우리는 ‘토끼’ 하면 ‘당근’을 떠올린다. 하지만 놀랍게도 토끼는 풀을 먹고 살지, 당근을 먹지 않는다. 누군가 토끼가 땅속에서 튀어나온 당근의 푸른 잎을 먹는 걸 보고 생겨난 오해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38년에 시작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벅스 버니>에서 토끼가 내내 당근을 갉아먹고 있는 장면이 나왔던 까닭에 그런 오해가 진실로 둔갑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동물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현실과 거의 일치 않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인간이 아닌 모든 것을 우리보다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기 일쑤다. 자연에 대한 인식과 현실 사이에 스스로 ‘거리’를 만들어 간다. 이런 왜곡된 인식은 동물에 대한 무시와 혐오, 부당한 착취와 폭력, 학대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 인간도 동물이다

인간은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다. 그들과 다르고 특별하며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는 다른 생명체들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저자는 “종의 계층에서 우리가 절대 최상위에 위치할 순 없다”면서 “실제로 우리의 지능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근거도 박약하다”고 꼬집는다.

동물행동학자 엠마뉘엘 푸이데바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굳은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충격적인 예로 ‘까마귀’를 든다. 까마귀는 자동차가 빨간 신호에 멈추면 물고 있던 딱딱한 견과류를 도로에 떨어트린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자동차가 지나가면 견과류가 부숴지고, 까마귀는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와 잘게 부숴진 먹이를 주워 먹는다.

저자는 인간이 ‘본능’을 지배할 수 있기에 동물을 넘어섰다는 믿음에도 메스를 가한다. 동물들 역시 공동이익이나 타 개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줄 안다고 강조한다. 흡혈박쥐는 굶은 동료에게 삼킨 것의 일부를 토해내 나눠주고, 몽구스는 동료 구출 구조 작전까지 펼친다. 사하라 사막의 개미는 걸음 수를 셀 수 있고 서식지로 돌아가기 위한 궤도를 계산하고 지름길까지 찾는다.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고 동료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동물도 아니다. 니콜라 마테봉은 “모든 동물이 고유한 발성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종마다 가진 고유한 의사소통 방식을 모두 ‘언어’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범고래에게는 고유한 지역 방언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의 지능으로 다른 지능들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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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야생동물에게 피난처가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하루 2억 마리의 동물이 도축된다. 닭-돼지-양-소의 순이다. 한국에서도 2022년에 분당 2000마리 꼴로 소와 돼지, 닭이 도축되었다. 대부분 몸이 묶인 채 거의 산 채로 죽음을 맞는다. 잔혹하고 허점 투성이인 도살 규정이 문제다. 목 베인 소가 의식을 되찾는 장면들이 목격되고, 살아있는 동물이 죽은 동물을 못 보게 하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다.

사육 공장부터 처참하다. 더 이상 생산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날까지 강제수정이 되풀이된다. 기업형 양계장에서 닭의 생존 기간은 길어야 40일이다. 모두 일찍 죽도록 프로그램 되어 학대받는다. 짧은 주기로 수정을 하니, 어미 돼지는 제 자식인지도 모르고 잡아먹으려는 경우도 생긴다. 항생제 투여는 일상이다. 거의 모든 식용용 가축들이 평생을 갇혀 지내다 생을 마감한다.

문제는 현재의 육류 소비량이 동물 친화적 축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육류 생산량을 줄이기 전에는 해결되지 못할 문제다. 여기서 이른바 ‘동물 착취의 역설’이 언급된다. ‘진지한 무지’와 ‘인지 부조화’에 더해 ‘나 혼자 육식을 끊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에 여전히 동물 도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 모두가 행복한 쇼는 없다

서커스 동물들은 생애의 대부분을 폐쇄된 곳에서 비참하게 살아간다.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은 의미 없는 반복행동을 자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스테레오타이피(상동증)’라고 부른다. 조직적인 동물 학대로 인해 이들은 잡혀온 직후부터 심리적 파괴 과정을 거친다. 인간(사육사)에게 복종 않으면 처벌과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까지 이 과정은 반복된다. 

사람들은 동물원 동물들이 행복하다 생각하지만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동물원이 멸종위기의 종을 보호해 준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동물원은 자유를 박탈당한 야생동물을 전시해 돈 버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곳이라며, 사실상 이 가운데 80%는 자연에서 사라질 위험이 없는 것 들이라고 말한다. 근친교배된 ‘백호’ 같은 동물은 이제 야생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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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총소리를 멈춰라 

생계용 식량을 얻기 위해 야생동물을 죽여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부유한 나라에서 사냥은 여가 활동일 뿐이다. 여전히 멸종 위기 동물들이 재미로, 합법적으로 사냥당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호동물에게 총을 쏠 수 없지만 이를 위반해도 징역형·벌금형 같은 유죄판결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매년 수천 마리의 동물이 죽은 채로 발견되거나 야생동물 보호센터로 보내진다.

통합 보호지역에서도 노루나 사슴, 맷돼지 개체 수 조절을 핑계로 사실상 도살 행위가 허용되고 있다. 매년 사냥꾼들이 죽이는 동물의 80%는 ‘새’인데, 90% 가량이 양식장에서 사육되다가 사냥을 목적으로 풀려난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풀려난 동물이 야생동물과 접촉하면 잡종 교배로 이어져 자연 개체군을 약화시키고 질병을 확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베너리 사냥’이라는 것이 있다. 끝없는 추격 끝에 사살된 동물은 사냥개에게 먹이로 주어진다. 사슴은 머리와 뿔을 트로피로 만들어 전시된다. 옛 귀족들처럼 시대 의상을 차려 입은 참가자들에게는 ‘즐거움 지속’만이 유일한 규칙이다. 사냥당하는 동물 수가 많지 않으니 ‘조절’이라는 명분도 말이 안된다. 근처 농가에서는 소음에 고통받거나 인명 살상 피해까지 입는다. 


◇ 모두를 위한 안식처를 찾아서

지구 생태계의 75%가 인간의 활동으로 파괴되었다. 몇 십 년 안에 100만 종에 가까운 동식물이 사라질 위기다. 야생 지역이 경작지나 도시로 변해, 세계 야생 척추동물의 개체수는 1970년에서 2014년 사이에 60%나 감소했다. 육상 생물의 10~15%가 서식하는  아마존도 위기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스 본토 면적이 사라질 만큼 빠른 속도로 삼림벌채가 진행되고 있다.

살충제로 인해 지난 30년 동안 유럽에서 곤충 개체수는 75%나 줄었다. 조류 감소의 가장 큰 원인도 살충제다. 경관의 획일화도 서식지 파괴의 한 요인이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울타리와 휴경지 같은 다양한 서식지를 늘리지 않으면 농업 생산량은 줄 수 밖에 없다. 해결책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재건하고, 특히 육류 소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공간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여긴다. 경제적 이익이 생태계의 건강보다 먼저라고 보고  모든 환경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생물 다양성의 파괴를 부추긴다. 저자는 “다른 생명체를 위해 약간의 공간을 남겨두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도 지구 표면의 30% 정도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국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지를 대신 매입해 야생동물들을 위한 평화구역으로 바꾸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아스파스(Aspas)’라는 곳이 있다. 덕분에 ’베르코르 야생보호지역‘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단체는 프랑스 영토의 10%에서 자유로운 진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이 비율은 1% 미만이다.

2020년 현재 내륙과 해안 수생태계의 16.64%, 연안 및 해양의 7.74%가 보호지역에 속해 있다.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만 개가 넘는 보호지역 중 0.1%도 안되는 약 60개 지역만이 ‘그린 리스트’에 포함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특정 지역 보호는 보호받지 않는 인접 지역에까지 긍정적인 확산 효과를 준다”고 말한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행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적어도 해로운 개발계획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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