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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좀 달라도… 우린 단일종이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염운옥·조영태 외 '인디아더존스(In The Other Zones)'

입력 2024-01-20 07:00 | 신문게재 2024-01-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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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 할까? 이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인종주의와 그에 따르는 혐오와 편견을 없애자고 호소한다. 나아가 ‘타자화’와 ‘비 인간화’를 극복할 합리적 대안으로, ‘함께 살려면 함께 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마음을 열고 나가 그들을 맞자”고 호소한다. <인디아더존스>라는 제목은 짐작하듯이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따왔다. 다른 곳(Zones)이란 뜻도 되지만, 다른 공간에 뚝 떨어진 ‘존스(Jones)’를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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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더존스(In The Other Zones)'|염운옥·조영태 외|사람과나무사이

◇ 인종 그리고 인종차별

염운옥 경희대 교수는 “인간은 모두 단일종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다”며 “따라서 인류를 인종으로 나누고 우열을 매겨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유네스코도 호모 사피엔스는 단일종이며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고 했다. 염 교수는 “결국 우리는 이동하는 ‘호모 미그란스(Homo Migrance)’이자 호모 하브리두스(Homo Habridus), 즉 잡종인간”이라고 말한다.

‘인종’이라는 개념은 유럽인들이 16세기 신 항로 개척기에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다른 인종으로 규정하면서 본격 부각되었다. 그러다 18세기에 스웨덴 생물학자 린네가 ‘호모 사피렌스’라는 이름과 함께 의도적으로 ‘위계’를 부여하면서 차이와 차별, 불공정과 불합리, 그리고 폭력과 학대가 인정되기 시작됐다. 그의 ‘백인 우월주의’는 극단적인 우생학자들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어떤가. 유엔이 ‘인종차별이 명백히 존재하는 나라’로 규정한 나라다. ‘다문화’라는 긍정적 표현이 편견과 조롱의 단어가 되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지속해서 ‘느린 폭력’을 자행해 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염 교수는 “인종주의를 없애려면 우리의 인식, 우리 사회의 복합적·구조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면서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용기’를 촉구한다.

 


◇ 다양성의 시대의 생존법

이주와 이민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만들어 낸다. 1990년에 세계 인구는 53억 명, 그 중 2.9%인 1억 5000만 명은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곳에서 살았다. 2020년에는 78억 명 인구 중 3.6%인 2억 8100만 명으로 불었다. 30여 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다양성이 그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2021년 현재 해외 이주민이 198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 정도다.

한국의 최대 난제는 ‘인구 절벽’이다. 2020년부터 인구가 자연적으로 줄고 있다. 2023년부터 2033년까지 10년 동안 25~59세 생산가능인구가 327만 명이나 줄 것으로 관측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노동력이 줄면 내수시장 축소와 함께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2030년쯤에는 우리 잠재성장률이 OECD 국가 중 최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0.7을 위협받는 합계출산률로는 인구절벽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정년을 높이거나 이주민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생산성 하락과 사회 여건 상 장기적인 대안으론 부족하다. 조 교수는 산업 구조 자체의 전면 개편을 촉구한다. 제조업 현장에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로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자는 틀에 박힌 구 시대적 논리에서 벗어나, 산업 구조 자체를 미래형으로 개조하자는 것이다.



◇ 다양성과 공감, 그리고 행복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인류는 과연 다양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문명이야말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 오직 인간 만이 만들어낸 놀라운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인류가 이러한 놀라운 집단을 이루고 살게 된 것은 인지적 공감, 보편적 윤리, 교육을 통한 공감을 통해 이른바 ‘공감의 원심력’을 키워온 덕분이라고 말한다.

장 교수는 ‘다양성 지수’를 높일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공간 축에서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서울 수도권 이외 지역에 거점 지역을 정해, 보다 자족적인 도시로 만들자는 얘기다. 둘째, 시간 축에서 경쟁 밀도를 낮춘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곧바로 가지 않고 취업을 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세상 경험으로 먼저 유도하자는 것이다.

셋째, 역량 측면에서 밀도를 낮추자고 말한다. 대학입시나 직장 입사시험에 다양한 선발기준을 만들어 공정하게 평가하고 각자 능력을 인정받게 하자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인종이 혼합되어 어우려져 사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꾸도록 유도하자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다인종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케 하자는 것이다.



◇ 미디어가 저해하는 다양성

전통적인 미디어가 다양하고 이질적인 집단의 모습을 충분히 포괄적으로 그려내기는 어렵다. 영화에 얼마나 여성이 자주 노출되는 지를 바탕으로 성 평등 여부를 측정하는 ‘벡델 테스트’에 따르면 완전히 기대 밖이다. 오히려 소수 집단의 모습을 배제하거나 축소함으로써, 그 집단의 사회적 가치와 중요도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하다’는 메시지를 던져 차별과 불평등을 키운다.

2018년 제주도에 500명의 예맨 난민이 입국했을 때도 우리 미디어들은 ‘난민 쇼크’ 같은 자극적 제목으로 ‘난민 공포’를 부추겼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나 성 폭행범 같은 위험집단으로 몰았다. 민영 고려대 교수는 “미디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 보다, 오히려 갈등을 과잉 재현해 피로감과 냉소를 유발한다”고 비판한다.

민 교수는 특히 현대인들이 디지털 알고리즘에 지배당해 ‘필터 버블’이라는 울타리에 갇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미디어 이용자들도 이제 차이를 차별하는 미디어 메시지를 분별하고, 확증편향의 오류와 부작용을 성찰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스 미디어 역시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매개하고 중재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와 낙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범죄심리학자답게 “다양성 수용의 문제가 자칫 ‘혐오 범죄’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아직 반사회적 적대주의나 혐오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혐오범죄방지법 등으로 일단 폭력 행위를 제재하고, 이후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염운옥 교수는 예맨 난민 사태를 언급하며, 이주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수정 교수도 이주 외국인 관련 사건이 순식간에 확대 재생산되며 ‘과잉 일반화’ 되는 점을 경계했다. 두 사람 모두 이주 외국인 범죄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공개되고 효과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해자 통계 뿐만아니라 피해자 통계도 함께 제공되어야 이 문제를 구조적이고 넓게 사안을 볼 수 있일 것이라고 말한다.

염 교수는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단순히 ‘노동력’으로 취급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백인 외국인과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외국인을 같은 마음과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짚어볼 것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이제 이주민들과 손잡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주민이나 그 자녀라도 한국 사회에서 내국인과 똑같은 교육을 받고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우리 의식과 법, 제도를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생존의 필수조건 ‘다양성’

장대익 교수는 “다양성도 진화하는 것이며, 학습해야 하며,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미 다양성을 추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태 교수도 “우리나라는 이동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었고 유교식 교육 시스템이 다양성 확산에 어느 정도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장 교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지수’라며 “생존하려면 공감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교수는 생산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아 관련해 “외국인이 필요해 적극적으로 한국에 오게 했으면서도 정작 이주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 아닌 2등 국민으로 취급하며 차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구청이나 이민청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이민 관련 정책을 세심하게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수단 정도로 급하게 진행해선 안될 것이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얼마 전 서울대가 내놓은 중장기 발전 계획 가운데 서울대 해외 분교 안을 높이 평가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친 뒤, 대학원생으로 국내에 들어오게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우리 Z세대나 알파 세대는 태생적으로 글로벌한데도 오늘날 교육현장에서는 그런 특성에 맞게 교육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싫어한다는 점부터 명확히 이해하고 배우는 일이 전제되어야 교육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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