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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무심고 켜진 걱정, 오늘은 꺼두세요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그램 데이비 '걱정이 많아 걱정입니다'

입력 2024-01-27 07:00 | 신문게재 2024-01-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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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걱정 가운데 91%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이 걱정을 낳는 것이다. 과도한 걱정은 또 다른 문제를 들춰내 더 많은 걱정거리를 안긴다. ‘~하면 어떡하지’라는 끊임 없는 걱정은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영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를 ‘파국적 걱정(catastrophic worrying)’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은 그렇게 삶을 소진시키는 불필요한 ‘걱정 습관’에서 탈출하는 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걱정하는 습관은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라며 만성적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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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어떡하지…’


저자는 “걱정이 걱정을 낳아 삶을 고통에 빠뜨리는 ‘파국적 걱정’은 인간을 통제불능 상태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내 천성이 그래”라며 자조하고 체념한다. 하지만 저자는 걱정이 ‘천성’이 아니라 ‘오래된 학습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걱정이 만성화된 ‘걱정꾼’들은 생전 처음 해 본 걱정에도 ‘~하면 어떡하지’라는 추론을 거듭한다. 상상에 불과했던 것을 현실로 탈바꿈시킨다.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이들은 그 걱정으로 점점 더 고통을 받고, 감정은 더 부정적으로 변한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저자는 “대부분 걱정은 부정적 감정에서 나온다”며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준다면 파국적 걱정에 쏟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천성이 그렇다”는 잘못된 믿음

만성적 걱정꾼들은 “나는 타고 나기를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미미한 수준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걱정의 원인은 애착과 연관된 양육 스타일, 부정적인 인생 사건, 뇌 기능 손상 등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한다. 특히 거부적이고 변덕스런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 방식이 불안정 애착과 회피 애착을 낳는다고 경고한다. 간섭이 심하고 가혹하고 통제적인 양육은 타인을 못 믿게 만들고 세상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당 못할 것이라 믿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자식을 위한다고 한 일이 자식을 망친다는 것이다.

◇ 실제 위험보다 더 부풀려지는 ‘걱정’


저자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하는 걱정거리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좋은 관계를 잃을까 봐,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내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서, 일에서 실수할까봐, 돈이 부족할까봐 등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소한 걱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SNS 소셜 미디어가 특히 청소년들의 사회적 비교를 부추겨 고독감과 불안, 걱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런 총체적인 현상을 ‘SNS의 저주’라고 비판했다.

◇ 악당 커플 ‘걱정’과 ‘불안’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은 걱정 수준이 유의미할 정도로 높다. 불안장애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낳아 특정 공포증이나 공황장애, 범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걱정은 정말로 우리를 심신 모두 병들게 한다. 걱정이 많으면 불면증이 따르고,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불면증이 불안과 우울증,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등의 중대 위험 요인인 만큼, 불면증 치료가 곧 유용한 정신건강 예방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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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과 불안을 다스리는 법


불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감정이지만 사실은 모호함을 더 부정적이고 집요하게 해석하도록 우리를 잡아 끈다. 저자는 불안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하나는 ‘상태 불안’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하루 이틀 정도 불안이 지속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특성 불안’이다. 매일같이 또는 장기간에 걸쳐 경험되는 만성적인 불안이다. 강박장애나 공황장애, 범불안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저자는 불안 관리를 위한 10가지 과학적 조언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이해하라. 불안은 나를 망칠 수 없다. 지금 느끼는 불안한 감정이 합당한지 검증해 보자. 불안을 조장하는 과도한 규칙에서 벗어나라. 회피하지 말라. 불안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라. 용기를 내어 새로운 시도를 해 보라. 큰 그림과 계획을 짜 보라. 지인과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라.’

◇ 걱정이 습관이 되지 말아야


파국적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나쁜 일을 예방해 준다고 믿는다. 걱정했던 일이 안 일어났을 때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걱정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의 미신화’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걱정’을 자칫 ‘강박’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강박을 만족시키려 걱정거리를 더 샅샅이 찾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걱정거리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파악했다. 중요하지 않은 걱정, 중요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걱정, 중요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이다. 그는 걱정을 키워 강박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걱정하는 내용이 아니라 걱정하는 일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 무심코 켜지는 ‘걱정기계’ 끄는 법

걱정꾼들이 겪는 고통 가운데 하나는, 한번 걱정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도한 걱정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두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하나는 목표지향적 원칙(GD, goal directed rule)으로, 활동의 목표를 정하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중단지향적 원칙(FLS, feel like stopping rule)이다. 전적으로 자신의 느낌에 입각해 활동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걱정꾼들은 대개 목표지향적 원칙을 더 많이 사용한다.

저자는 “‘걱정 습관’을 개선하려면 완벽주의자들에게 흔한 목표지향성이 약화된 중단지향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FLS 원칙의 일상생활 적용 방법을 일러준다. 냉장고 등 눈에 잘 띄는 곳곳에 이 원칙이 적힌 종이를 붙이고 원칙대로 해 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매일 새로운 중지 원칙 하나를 택한 후 그 원칙을 일상에 적용했을 때 달라진 점 등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 만성적인 걱정을 다스리려면


병적인 걱정 성향을 줄이려면 가장 먼저 ‘걱정’을 제대로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소해 보여도 매일 떠오르는 걱정거리를 몇 주에 걸쳐 모두 적어보고 당시 기분도 함께 기술한다. 이후 걱정했던 일이 실제 일어났는지 체크한다. 이런 ‘걱정 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걱정이 현실화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어떤 상황에서 유독 걱정이 더 많아지는지, 그것이 합당한 것인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어 ‘걱정 범주 워크 시트’를 작성한다. 중요하지 않은 걱정, 중요하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걱정, 중요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을 나눠 생각을 한다. 이 연습을 마치면 아마도 많은 걱정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일’로 분류될 것이다. 해결된 걱정거리를 지워가다 보면, 나머지들도 사실상 벌어지지 않는 것 들임을 알게 된다. 다음은 더 넓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걱정을 바라보는 단계다. ‘이 일이 나를 더 강하게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다 잘 풀릴거야’ 같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이 파국으로 치닫는 걱정을 내려놓게 해 준다.

◇ 걱정의 장점만 취하면 살아가기


저자는 걱정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며, 유익한 기능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걱정은 미래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생산적 계획을 세우게 해 주고, 위험한 결과를 예측하게 해 준다. 걱정이 감정의 완충제 기능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걱정하다가 실제로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오히려 안도한 경험을 다들 해 보았을 것이다.

결국 걱정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면은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을 삶에 더 적응적인 활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부적응적인 원인, 특히 가까이 있는 원인과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특히 관찰과 대응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근거리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을 권한다. 공인된 치료사와 대면으로 진행되는 인지행동치료도 권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지?”라는 질문으로 바꿀 것을 주문한다. ‘걱정’ 대신 ‘현재’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집중하고 음미하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에 감사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더는 파국적 걱정의 노예로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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