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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출장 떠나는 남편 보며 아내는 속으로 웃는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당신은 행복합니까?… 마틴 슈뢰더 '만족한다는 착각'

입력 2024-02-17 07:00 | 신문게재 2024-02-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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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행복.(일러스트=백승민 기자 optimaporma@viva100.com)

‘행복’을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만족도’로 행복도를 평가한다. 무엇이 우릴 더 만족하게 만드는지 30년 넘게 과학적 탐구로 추적한 결과를 소개한다. 독일경제연구소(DIW)가 1984년부터 8만 4954명의 독일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64만 건의 설문조사 결과가 반영된 사회경제패널(SOEP, Socio-Economic Panel) 자료가 바탕이 됐다. 본심을 잘 숨기는 사람들이 언제 만족도가 높은지, 무엇이 삶의 만족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디테일 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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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한다는 착각|마틴 슈뢰더|프런티어


◇ ‘행복’보다 ‘만족’이 더 중요하다

저자는 ‘만족’이 ‘행복’보다 더 의미 있는 측정 지표라고 말한다. 만족감을 느끼면 행복하다고 단언한다. SOEP 조사 결과, 독일인 중 절반 이상이 자기 삶의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라고 답했다. 평균 만족도는 70점 수준으로, 1인당 구매력이 2000 유로 수준인 부자 나라 중 중간 수준에 그쳤다. 남미인들은 가난해도 만족도가 높았다. 콜롬비아와 과테말라인들은 평균 80점 이상이다.

저자는 사람이 자신의 만족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 만족도의 3분의 1, 장기적으로는 3분의 2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만족스런 삶을 살고 싶다면 사람들을 ‘장기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유용하며, 꾸준히 만족도를 얻으려면 ‘단기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아는 게 유용하다”고 조언한다.



◇ 가정, 반드시 꾸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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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EP 조사에 따르면 65%의 부모가 자녀를 만족도의 핵심 요인으로 여겼다. 하지만 자녀가 만족도에 미치는 ‘기여도’는 낮았다. 저자는 “자녀를 원하는 것과 별개로, 자녀 자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생아가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아이가 두 살이 된 직후부터 만족도가 떨어졌다. 여성이 남성보다, 특히 고소득 정규직 여성이 더 그러했다.

30대 중반에 첫 자녀를 출산했을 때 남녀 모두 훨씬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보다 젊은 부모는 불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저 학력자나 저 소득자라면 불만족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컸다. 30대 초반에 부모가 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만족하는 경향이 높았다. 여성은 직장 생활 시작 후 6년 뒤에 첫 자녀를 출산하면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결혼 적령기를 30대 중반으로 보았다. 30대 초반이나 그 이후에 결혼하면 만족도가 높았다. 일찍 결혼한 사람들은 불만족도가 훨씬 더 높았다. 결혼한 해에 만족도가 당연히 높았지만, 결혼 후에 매년 만족도가 떨어지다가 15년차 때 불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혼 전까지 평균 혼인기간도 15년이었다. 최악은 ‘별거’였다.

 


◇ 돈, 얼마나 벌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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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돈이 생각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수준에 맞춰 생활방식을 바꾸고 익숙해 지기 때문이란다. 남성은 28~32세에, 여성은 22~28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빠를수록 불만족도가 높아졌다. 이에 저자는 자녀가 대학 졸업 때까지 부모가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직장부터 구하기 보다는, 배우는 데 시간을 더 들이는 게 낫다는 것이다.

부자나라 국민들은 ‘비교’가 문제다. 남보다 훨씬 더 벌어야 만족도가 높아졌다. 부부 간에는 아내가 더 적게 벌 때 모두의 만족도가 높았다. 다른 조사에서도 아내가 남편보다 많이 벌 경우 부부의 불만족도가 약 8% 높아졌다. 남편이 더 많이 벌고 아내가 집안 일을 도맡는 불평등한 관계가 오히려 만족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남성은 자녀와 상관없이 근무시간이 길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기혼자는 9시간이 넘으면 만족도가 하락했다. 자녀 있는 기혼 여성은 남편이 집을 오래 비울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남편이 아내보다 4배 정도 노동시간이 긴 ‘불균형한’ 경제활동에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실직자의 불만족도는 자발적 퇴사냐 아니냐에 따라 달랐다. 당연히 해고당한 사람은 매우 높았고, 자진 퇴사자는 덜 했다.

 


◇ 관계, 친구는 많을수록 좋을까

SOEP 연구에 따르면 자유시간은 하루 3시간이면 충분하다. 8시간 이상이 되면 자유시간이 전혀 없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만족도가 계속 떨어졌다. 주말에도 3시간을 넘기면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휴가 기간도 1년에 최소 1주일 정도가 가장 적당했다. 휴가의 긍정적인 효과는 휴가 일수와 무관하게 직장에 복귀한 첫 주에 곧바로 사라졌다.

친한 친구는 5명 정도일 때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만족도가 10점 이상 높았다. 온라인 친구를 만드는 소셜 네트워크는 만족도를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 친구들을 대체하지 못했다. 저자는 “자주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봉사 활동은 특히 만족도를 높여 준다. 50세 이상은 평균보다 2배 만족도가 올라갔다.



◇ 집, 얼마나 넓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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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면적은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2명인 부부는 주거 면적이 넓어지면 만족도가 올라갔다. 경제적 여유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월세는 소득의 4분의 1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의 10%만 월세로 지출할 때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소득의 45%를 월세로 내는 사람은 불만족도가 크게 높았다.

‘독일’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어쨋든 SOEP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도시에 사는 것보다 시골에 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평생 시골에서 산 장·노년층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대도시에서 40~60km 떨어진 시골로 이주할 때 만족도가 올라갔다. 청년은 대도시로 이주하면 만족도가 상승하는 반면 장·노년층은 대도시에 멀어질수록 만족도가 좀더 올라갔다.

 


◇ 건강, 운동을 얼마나 더 해야 할까

실제 건강한 것보다 건강하다고 ‘느끼는 것’이 삶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SOEP의 조사 결과다. 평소에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불만족도가 무려 42점이나 높았다. 늘 통증에 시달린 경우 불만족도가 25점 더 높게 나타났다. 질병과 통증이 삶의 만족도를 대폭 하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인 셈이다.

노년의 삶은 ‘건강’에 좌우된다는 사실도 증명되었다. 노년기에도 자신의 건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70대 중반까지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남성은 힘이 세고 키가 클수록 만족도가 올라갔다. 흥미롭게도 키가 큰 사람은 매력적이게 보이기도 하지만 돈도 더 많이 벌었다.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1㎝당 소득이 약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표준 체중보다 더 나갈 때 불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여성은 비만일 때, 남성은 말랐을 때 더 괴로워했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실제 체중과 무관하게 스스로를 심한 비만으로 생각했다. 자기에게 더 엄격한 때문이다. 남녀 모두 체중이 줄였을 때 보다 늘었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자기 한계에 도전하려 운동하는 사람보다 재미나 보상을 위해 하는 사람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 라이프스타일, 삶에 얼마나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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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삶의 만족도’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 그리고 사교성이 만족도와 크게 연관이 있다고 강조한다. SOEP 연구 결과를 봐도,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불만족도가 5점 정도 높았다. 저자는 “자신감과 통제력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고든 올포트와 워렌 노먼이 만든 5가지 성격 특성(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적 성향)과 만족도의 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 이론을 토대로, 경쟁에 매달리지 말고 무엇보다 자기 삶에 만족하라고 권한다. 특히 자신의 생활수준에 늘 만족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족도가 11점이나 더 높았다며, 물질적 풍요는 삶의 만족도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우리는 왜 만족을 모를까

어떤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저자는 반려자가 미래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 만족도가 2.4점 높아진다고 말한다. 반려자의 만족도가 높을 때 자신의 만족도 역시 추가로 높아진다며, ‘아내가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는 말이 정말 맞다고 강조한다. 특히 반려자가 늘 성실하거나 외향적인 경우 만족도를 약간 더 높여줄 뿐이지만, 늘 개방적이라면 삶의 만족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만족감을 높이는 궁극의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자본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의 만족도만 높인다. 일단 형편이 나아지면 필요 이상의 물질적인 풍요는 만족도를 높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종교 특히 불교는 고통을 감내하고 사람에게 이롭다. 만족도 데이터에 따르면 불교는 실로 엄청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셋째, 만족을 구하려다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진다. 쾌락만 추구할 경우 한계효용까지만 만족도가 높아지고 습관화를 부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타인을 돕거나 사심 없이 교류하는 것이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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