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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보인다… 어둡고 오염된, 무서움 감춘 북한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임철희 '우주에서 본 한반도'

입력 2024-02-03 07:00 | 신문게재 2024-02-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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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난 해 남북한이 경쟁적으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한반도에서 때아닌 ‘인공위성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대 교수인 저자는 관측위성을 통해 관찰한 한반도, 특히 북한의 다양한 실상을 전해 준다. 원래는 지구의 산림과 환경 변화를 관찰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를 전망하다가 북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위성 촬영을 통해 전하는 북한의 실태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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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본 한반도|임철희|21세기북스

 

◇ 인공위성으로 본 북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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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한반도 야간 위성 사진.(사진출처=X 캡처)

인공위성 사진에서 북한은 늘 남한보다 어둡다. 에너지 부족 탓이다. 북한의 에너지 자립도는 2017년 한 때 91.4%에 달했으나, 에너지 공급량은 2021년 현재 남한의 고작 4% 수준이다. 1인당 소비량은 0.47TOE로 남한의 7.9%로, 우리의 1960년대 후반 수준이다. 남북 간 1인당 에너지 소비규모 격차도 1990년 1.8배에서 2021년에는 12.6배로 확대되었다.

현재 북한 인구는 약 2570만 명으로 추산된다. 평양이 300만 명을 넘었지만 그 외는 ‘100만 도시’도 없다. 청진이 65만, 함흥 54만, 원산 36만, 신의주 32만 정도다. 북한의 도시화율은 2023년 현재 63.2% 수준이다. 인공위성으로 보면 평양과 신의주, 남포, 원산 등에 인구가 몰린 양상이다. 북한은 2025년까지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호의 아파트 건설 계획을 진행 중이다.

 


◇ 많은 광산과 환경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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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의 북한 최대 노천 철광석 광산 ‘무산광산’. (사진=VOAKOREA)

 

북한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 1위, 텅스텐과 흑연은 세계 10위권이다.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철, 동, 연광의 매장량은 우리의 최대 100배 수준이다. 북한의 광업 비중은 2017년 기준 GDP의 11.7%로, 0.1%인 우리보다 월등하다. 광산은 총 728개로 추산된다. 금속광산이 260곳, 석탄광이 241곳, 기타 비금속 광산이 227곳이다. 광업은 늘 북한의 ‘희망’이다.

함경북도의 ‘무산 노천광산’은 북한 최대 철광석 광산이다.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광산과 채굴이 확대되는 게 위성으로 확인된다. 동아시아 최대 아연 매장지인 함경남도 검덕지구 광산들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석탄이다. 위성으로 보면, 무분별한 적치와 폐기물 방치가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명한 운선 금광광산에서도 광물 찌꺼기와 폐기물로 인한 하천 오염이 확인된다.



◇ 폭발 위기의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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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백두산 천지.(사진출처=게티이미지)

우주에서 관측한 백두산은 폭발 징후가 완연하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12㎝ 정도 융기했다 가라앉은 후 2015년에 다시 들썩였다. 2003년부터 정상의 나무들이 화산가스로 말라가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60℃ 전후의 천지 주변 온천 수온도 2015년에는 83℃까지 올랐다. 온천 화산가스의 헬륨 농도는 일반 대기의 7배에 달했다.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레이더 영상으로 지표면 변화를 분석하면 실제 분화 징후가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백두산의 지표 변위 등으로 볼 때, 지각 활동과 단층 움직임이 활발해 분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저자는 “백두산 분화 활동이 더 거세져 이산화황 배출이 증가하면, 우리의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인 ‘천리안-2B’가 실시간으로 농도 변화를 관측해 미리 대비케 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 민둥산 투성이 북한

남북은 1965년 전후로 산림 녹화사업을 시작했지만 북한은 식량과 자원 부족으로 성과를 못내고 있다. 높은 산지에는 아직 숲이 남아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 주변은 농경지나 황무지로 바뀌어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강계시를 1988년과 2019년에 위성촬영해 보니 황색의 맨땅이 드러나 보였다. 탈북민들이 많이 거쳐 오는 제2의 국경도시 혜산시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북한 산림의 20~30%인 200만~300만 ha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40배 면적의 산림이 1990년에서 2000년대 사이에 사라졌다. 그나마 김정은 정권이 ‘산림건설총계획’이라는 20년 장기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년 서울의 3.3배에 이르는 20만 ha 이상을 조림하는 게 목표지만, 실제로는 4만~5만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의 확연한 기후변화 징후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09℃ 오를 때 한반도는 1.6℃나 올랐다. 북한은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45℃ 올라, 남한(0.36℃)를 압도했다. 황폐해진 산림 탓에 산사태와 홍수위험은 크게 높아졌다. 북한은 2021년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꼽은 ‘기후변화대응 취약 우려국’ 11곳 가운데 하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MODIS 인공위성으로 보면, 북한의 지표면 온도 상승세가 확연하다. 북한은 도시 확장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확한 기후변화의 시그널로 읽힌다. 기후변화 징후는 태풍 경로로도 확인된다. 과거에는 한반도 북부까지 올라온 적이 거의 없었으나 2010년대부터는 중국 지린성까지 북상했다. 2023년 ‘카눈’은 처음으로 한반도 중앙을 관통했다.



◇ 북한이 옮겨주는 미세먼지

 

미세먼지

 

석탄, 중유 등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북한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36.5㎍/㎥로 한국(28.3㎍/㎥)보다 1.3배나 많다.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의 25분의 1인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3~2.6배다. 우리 수도권의 15%가 북한발 미세먼지라고 한다. 북한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에 평균 43.5였으나 2018년에는 42.7로 추정된다. 평양은 47.2로 서울의 2배다.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평균 추정치는 북한 전체가 41.8, 평양이 49.6이었다. 남한은 전체가 27.5, 서울이 25.5 수준이지만 지금은 모두 18㎍/㎥까지 개선되었다. 중국 중부와 만주, 요동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질수록 북한과 우리 미세먼지 농도도 올라간다. 인구 많은 평양, 조선·제련 산업이 주력인 남포, 최대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평안남도 북창 등의 오염이 특히 심하다.



◇ 식수원이 되지 못하는 강

대동강,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예성강 등 큰 하천들이 ‘식수원’ 기능을 못한다. 세계식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를 사용하는 인구가 10명 중 6명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수준이다. 하수처리 비율도 14%에 불과해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 주요 하천들의 오염이 매우 심각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유엔환경계획과 북한이 공동 조사해 2012년 공개한 보고서에선 이미 대동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의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 주었다. 그나마 202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통강 수질개선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수질개선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위성사진을 보면, 우리는 산업단지가 밀집된 낙동강 하류도 덜 혼탁한 느낌을 준다.



◇ 사라지는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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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나선 철새보호구. (사진=람사르협약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북한 서해안은 전체가 사실상 갯벌이다. 압록강 하구와 청천강 하구가 유명하다. 동해안에도 두만강 하구 갯벌이 있다. 청천강 하구 문덕 갯벌과 나선 철새보호구는 람사르습지로도 등재돼 있다. 하지만 대규모 간척으로 갯벌 환경파괴가 우려된다. 김일성은 1980년에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30만 정보 간석지 개간을 지시했고, 김정은도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간석지 개발을 역점과제로 꼽았다.

북한에선 총 12곳에서 주요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계도와 홍건도가 가장 크다. 2010년 이후 개간한 면적이 서울의 3분의 1인 200㎢를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에 노동신문은 평안북도 월도 간척사업으로 900만 평의 새 땅이 확보되었다고 보도했다. 인공위성으로도 2010년대 이후 꾸준히 간척활동이 이뤄지는 모습이 촬영된다.



◇ 핵실험은 주춤해도 우라늄 채굴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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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촬영 모습.

 

‘영변’의 면적은 여의도의 3배가 넘는 8.9㎢다. 5MW 원자로와 핵연료 가공공장, 방사화학실허실, 우라늄 농축시설이 들어서 있다. ‘풍계리’에서는 여섯 차례 모든 핵실험이 이뤄졌다. 1000m 이상 산으로 둘러쌓인데다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이라 방사선 누출 위험이 적다. 다만, 백두산 지하 마그마 지대와 인접해 화산폭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성 촬영으로는 최근 핵실험장이 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황해북도 평산 광산에서는 대북 제재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에도 우라늄 채굴에 따른 폐수노출이 확연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하 갱도 확장이 지나치면 주변에 싱크 홀이 생기는데, 이 곳에서도 실제 관찰된다. 핵실험은 쉬어도 우라늄 채굴은 더 활발하다는 얘기다.



◇ 곳곳에 산재한 정치범 수용소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하지만 수감자만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 전체 인구의 0.8% 수준이다. 사법절차 없이 살인과 고문이 자행되는 곳이다.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자강도 등 ‘험지’에 주로 위치해 10곳 정도가 운용되고 있다. 함경남도 요덕수용소는 큰 마을처럼 보이지만, 마을을 둘러싼 간 울타리가 위성으로 촬영되어 확인되었다.

1급 정치범이 수용된다는 청진수용소는 자전거 제작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16호 관리소’라 불리는 함경북도의 명간수용소는 동서 30km, 남북 20km로 세계 최대 규모다. 평안남도의 ‘14호 관리소’ 개천수용소는 교화가 불가능한 1만 5000명의 종신형 및 사형자들만 모아둔 완전통제구역이다. 위성에서 보면 ‘한남 더 힐’과 유사한 느낌을 주지만 탈출이 불가능한, 한반도에서 가장 무서운 공간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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