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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편하지만 냉정한 진실… 미국은 한반도를 떠났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김동현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입력 2024-03-09 07:00 | 신문게재 2024-03-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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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미국 국영방송 VOA에서 펜타곤을 수년 간 출입한 한국인 기자다. 한미 관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저자는 ‘혈맹(血盟)’ 미국에 대한 우리의 다소 맹목적인 믿음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미국은 이제 ‘의미 있는 동맹’만을 중시하며, 어떤 동맹이든 이제 자신과 힘을 모아 함께 세계 평화를 지키자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할 결속력을 보여달라고 겁박한다.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으며, 따라서 냉정하게 미국의 속내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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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을 모른다|김동현|부키

◇ 미국의 잃어버린 20년 “미국의 군사우위는 끝났다”


미국은 2018년 <국방전략서>에서 ‘위협의 우선순위’를 밝혔다. 1순위가 중국과 러시아, 2순위가 북한과 이란, 3순위가 테러 극단주의 단체였다. 이 순위에 따라 군 자원과 집중력을 배분하겠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무분별하게 관여했던 미군을 재편하고 재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군이 물러나면서 생기는 병력 공백은 각자가 알아서 메워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2022년 <국방전략서>에서는 중국을 가장 종합적이고 심각한 도전으로, 러시아를 급성 위험으로 명시했다. 이어 미국은 “미국 군사 우위의 시대는 끝났다”고 공표했다. 2023년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서 미국의 군사력 평가는 ‘약함’이었다. 특히 2곳 전장에서의 동시 수행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됐다. 공군은 준비 태세에서 최하위 판정을 받았다. 전략 폭격기 노후화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붙으면 고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2023년 국방예산이 8167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을 포함해 상위 9개 나라의 총합보다 많은데도 그런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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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그 결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매치'가 펼쳐질 전망이다.(AP=연합)

◇ 트럼프, 바이든 모두 ‘부담금 분담’ 거세게 압박

펜타곤은 매년 실질 국방 예산 증가율 3~5%를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1%대 중반이다. 재무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급급할 수 밖에 없다. 2022년 <국방전략서>에서 미국은 기존 2순위였던 북한과 이란을 3순위인 테러 단체와 뭉뚱그려져 ‘기타 위협’으로 재분류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최우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사시 핵 억제력 등의 지원은 하겠지만, 대부분의 지상전은 전적으로 우리가 분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에서 한미 정부는 2020년부터 5년간 유효한 11차 협정 때 분담금 총액을 1조 389억 원으로 동결하고 2021년에 14% 가량 증가한 1조 1833억 원에 합의했다. 2022년부터 3년 간은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더 전방위 요구를 했다. 미국은 우리가 GDP의 2%대 만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게 불만이다. ‘일방적’이던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미국이 아시아에서 공격받으면 한국은 당연히 방어전에 참여하는 ‘쌍무적’ 관계로 바뀌었다. 타이완이 침공돼도 마찬가지다.

  


◇ 한국은 중국의 미국 저지 ‘제1도련선’의 중심에

중국 군사 전략은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를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섬과 섬을 이어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는 ‘도련선(island chain)’ 개념을 만들었다. 가장 안쪽의 제1도련선은 크릴열도에서 일본~타이완~필리핀~말레이시아에 이른다. 2도련선은 오가사와라제도~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까지다. 가장 바깥의 3도련선은 알류산열도~하와이~뉴질랜드를 잇는 방위선이다. 한국은 제1도련선 가장 안쪽이다.

중국 방위전략은 미군이 제2도련선과 제2도련선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중거리 미사일과 대함탄도미사일,극초금속 미사일 무인기, 잠수함 전력에 전파교란용 반 위성 장비 개발 등에 힘쓰는 이유다. 저자는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방위 의무가 북한 침공에 한정되어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는 미군이 참전하는 한 태평양 지역 전체를 포괄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펜타곤은 한국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그물망을 끊을 수 있는 ‘가위’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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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처음으로 두 강력한 적성국을 맞아야 하는 미국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과 거의 대등한 핵 역량을 갖춘 두 적성국을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핵탄두는 이미 400개를 넘겼고 2035년이면 1500개가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현재 러시아가 5889개, 미국이 5244개, 중국이 410개 수준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는 2차, 3차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핵무기의 ‘양’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힘을 모으면 미국도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중국은 오랫동안 지켜 온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재검토할 심산이다.

북한도 핵무기를 이미 67~116개 보유했으며 2027년에는 151~242개에 이를 전망이다. 때문에 미국도 한국과 일본에 전술 핵을 공유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현재는 괌에 전술 핵을 배치해 놓고 유사시에 이를 이용케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실적으로도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서면,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이기에 가능했던 핵 원료수급 길이 막혀 원자력 발전 가동부터 중단될 수 있다. 핵 공유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 ‘지소미아’는 군사 정보전의 기초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월에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다. 미국이 한국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규제 철회를 압박하도록 할 생각이었으나, 펜타곤은 “자기 발에 총을 쏘는 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쏘는 미사일의 각도에 따라 한국과 일본이 획득하는 정보가 다르기에 지소미아 파기는 군사·안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데 한국 정부가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협정 당시 내용은 모든 범위의 군사 기밀을 양자의 ‘취사선택’에 따라 교환할 수 있었고, 협정 전문에도 ‘북한’이라는 특정한 단어가 없어 중국과 러시아에 관한 정보도 두 나라가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적성국의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시킨다는 ‘발사의 왼편’ 전략을 표방하는 미국으로선 한·일 양국의 정보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더구나 지금은 초음속 미사일의 시대라, 빠른 정보 취득과 대응이 승리의 열쇠다. 미국은 이제 ‘선제공격’까지도 중요한 전략인데, 한국과 일본이 이에 응할 환경이 되어 있지 않을 경우 낭패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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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북한을 넘어 중국 견제가 목표인 한반도

북한은 2019년 5월 4일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발사 후 비행 궤적을 불규칙적으로 바꾸는 미사일을 처음 선보였다. 이러면 한반도에 배치된 패트리어트나 사드는 무용지물이 된다.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개발 잠재력을 북한도 가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위기감에 미국은 급기야 2021년 5월에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기존의 180㎞에서 800㎞로 풀어,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게 했다. 사실상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

미국은 타이완 유사 시 한국이 특정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한반도 본토에 대량의 탄약과 장비를 저장해 둔 미국은 이 무기들을 언제든지 타이완 대응에 전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장거리 고정밀 타격 역량에도 기대가 크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은 한국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하며 압박하고 있다.

 



◇ 전작권 반환과 미일 연합사 창설 가능성

현재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에, 전시작전통제권은 전쟁 발발에 한해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2012년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이 추진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가 다시 조기 환수를 추진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에서도 전작권 반환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한미군 병력을 위급한 다른 지역으로 언제든 빼 갈 수 있다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워싱턴은 3만 명에 달하는 주한 미군 병력을 한반도에 묶어 놓는 것이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라 ‘차출’이라고 표현한다. 한반도 방위를 미국이 전적으로 신경쓰기 힘드니, 세세한 문제는 한국에 맡기자는 것이다. 저자는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북한 문제를 떠맡도록 하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미국이 최근 일본과 완전히 독립적인 ‘미일연합사’ 창설을 적극 추진 중이라는 점도 우리에게 전작권 전환을 압박하는 한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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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미중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의 선택은…

“미국은 절대 동맹국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늘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에 책임을 지라고 강요한다.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하라고 겁박한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도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현지 공장에는 중국 정부도 뭐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계속 약한 국가인양 행동하는 데 불만이다. 북한 외 다른 귀중한 정보들을 간과하는 것에도 비난한다. 일본에도 밀리는 정보력은 미국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미국이 최대 우군인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결성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만 가장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은 모두 미국이 뛰어든 전쟁에 참전한 나라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기꺼이 대 중국 견제 의무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국민들에게 이를 설득할 수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혹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독자 첩보 능력 등 우리만의 고유 첩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간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미 선택을 강요받는 그 지점에 와 있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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