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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평등 극심한데… 금수저 혼자 먹을텐가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부자들의 나눔 실천… 척 콜린스 '억만장자가 사는 법'

입력 2024-03-30 07:00 | 신문게재 2024-03-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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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관한 책이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자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파한다. 저자는 시카고 최고의 정육업자 오스카 마이어의 증손자인 ‘금수저’다. 하지만 26세 때 자신에게 주어진 50만 달러의 신탁자금으로 첫 기부를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나눔의 삶을 실천하면서 동료 금수저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독려한다.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의미하게 탄소 태우는 일을 중단하고, 지역으로 돌아와 친구들을 위해 나눔을 베풀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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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가 사는 법|척 콜린스|한국NVC출판사

 

◇ ‘3루’에서 태어난 상위 1%

저자는 “인류가 역사상 전례 없는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부자들은 근본적으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파괴자들로 인식되기 일쑤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과도한 불평등’이 슈퍼리치들에게도 좋지 않다면서, 인류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려면 부자들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부자 동료들에게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위해 일하자”고 요청한다.

여기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부를 분배하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다행히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한다. 그가 주도하는 ‘열린 마음의 부자들’이라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부자들은 자신들의 시간과 인맥, 기술과 자본을 건강하고 공평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공동체 건설에 바치고 싶어한다며 “그런 부름을 받기를 기다리는 부자들이 많다”고 전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자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음에도 스스로 3루타를 친 줄 안다. 남들보다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저자 역시 26세 때 첫 기부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특권이 구조화된 채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고백한다. 다만, 부를 사회에 넘겨줌으로써 ‘불평등한 체제’와 그로 인한 고통으로 스스로 위축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저자는 “어떤 부자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현명하고, 더 창조적으로 일했다”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감쌌다. 하지만 “특권이 주는 편안함은 중독성이 있다”면서 “특권은 부자들의 감수성과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계급 전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공감’과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부자들의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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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의 부’란 무엇인가

저자는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대다수 부자들과 달리 “상속세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자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하게 자란 아이들이 교육과 고용에서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도록 해 줄 도의적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담아 빌 게이츠 시니어와 <부와 공공의 부>라는 책도 낸 바 있다. 그는 부자들이 흔히 말하는 “나 혼자 했다”는 말을 부정한다. 막대한 규모의 공공 투자가 없었다면 그들의 부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부자가 사회에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적절한 기재이자, 그들에게 부여된 놀라운 기회들에 감사를 표하는 수단이 ‘상속세’라고 말한다. 공공투자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다음 세대 모두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 소유 재산의 일부분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마치 자기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인 양 스스로를 재 포장하는 사람들에게 큰 우려를 표명한다.


◇ 남보다 유리한 조건과 ‘특권’

저자는 부자들의 ‘특권’을 ‘약물’이라고 단언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중요한 특권들을 까맣게 잊고 산다고 말한다. “부자는 등 뒤에서 불러오는 바람을 알지 못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맞바람을 맞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계급과 인종의 특권은 우리를 마취시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끊어내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2차 대전 이후 유례 없는 엄청난 정부 지출과 1950년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진 소득세율, 절반 정도로 낮아진 법인세 덕분에 오늘의 부자들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는 ‘정부보조금’이라는 단어가 금기어가 되었다고 꼬집는다. 자신들이 받은 보조금은 마땅히 받을 만한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받은 그것은 후생복지, 혹은 거저 주는 돈 정도로 치부하기 일쑤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부나 교육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일이 최근 30년 동안 가속화되고 있다”며 “자기 자식들이 누리는 기회를, 지역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누릴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집으로 돌아오기’의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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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를 파괴하는 ‘자선산업복합체’

저자는 “자선 자체는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자산산업복합체’를 통해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비판한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하려 자선 행위를 하는 이들이 차고도 넘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자들의 기부금 대부분은 기존의 건실한 대형 교육기관이나 병원, 예술단체들로 들어간다. 극빈층을 위한 자선은 극히 제한적이며 불평등 심화, 생태계 파괴, 위기의 청년층 구제 등 ‘변화’에 투입되는 돈은 거의 없다.

저자는 “자선산업복합체를 통해 이동하는 지나치게 많은 돈은 기부자의 엘리트 신분과 특권적 이해관계 강화에 동원될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또 선거에 영향을 주려 정치권에 제공되고, 사립 교육기관에는 기부자 자녀와 후손들의 해당 학교 입학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선 산업’이 매우 빠르게 커지면서 그에 따른 권력 남용과 비효율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 기부도 ‘자선’의 차원을 넘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 장난감 마련 기금을 조성하기 보다는 부모들이 장난감을 사줄 수 있도록 최저생활임금 운동을 조직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암 연구에 기부하기 보다는 공해유발기업을 억제하는 집단에 기부하자는 것이다.

‘내 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부자들에게 저자는 “그들의 애완동물 자선활동 같은 것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보조해 주어야 하나”라고 반문한다. 그는 자선 부문의 개혁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할 수록 소비세를 낮춰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재단의 간접비를 기부금 지출한도에서 제외하고, 독립된 이사회 구성을 촉구한다. 재단도 10~20년 정도로만 운영하며, 밀도 있는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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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마음의 부(富)

저자는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변화하려면 최저임금을 올리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집중화된 부를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부에 대한 소유권이 민주화되고 이른바 ‘약탈적 자본주의’가 아닌 ‘생성적 자본주의’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하는 탓에, 그들이 감당해야 할 납세 의무가 현재의 중산층과 장차 중산층이 될 납세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저자는 “이제 부자들도 멀리서 간접적인 자선에 만족하지 말고, 바로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에 동참하며 우리의 공동체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으로 더욱 평등한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기가 ‘희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공동체와 자연,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 부자들이여, 집으로 돌아오라

특권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특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부자들의 특권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최선일 수 있다. 저자는 “이제부터 부자들이 할 일은, 부자들의 특권을 이용해 그 특권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위해 작동하는 건강한 공동체와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 여정의 첫 출발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의 부에 주목하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공익을 위해 애쓸 것을 호소한다. 그리고 부를 집으로 가져와 서로 나누고,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라고 촉구한다. 다른 사람들, 특히 노동계급 사람들의 리더십을 지지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규합해 행동에 나서라고 독려한다.

저자는 ‘합심’을 각별히 강조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특권층 동맹자’ 들과 함께 할 것을 권고한다. 수퍼리치들이 동맹자가 된다면 그 일은 더 빨리, 덜 폭력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부자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한다. 특권과 특전, 안락함에 둘러싸여 있지만 부자들도 상처가 있고 어둠 속에 있기도 한다면서 ‘상호 공감’을 갖기를 호소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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