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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경이로운 먼나라, 괴이한 이웃나라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상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기이하고 괴이한 세계 풍속사'

입력 2024-05-04 07:00 | 신문게재 2024-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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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카니발.

세계 여러나라를 경험하다 보면 ‘이런 기이한 풍습도 있었나’ 하고 놀랄 때가 있다. 인류는 한 자손이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키우고 유지하며 사는 특이한 주목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오랜 역사 속에서 저마다의 풍속과 관습을 유지하며 종족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다양한 인류의 이야기다. 기이하고 괴이하고 다채롭고 이색적인 세계 문화의 면면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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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기이하고 괴이한 세계 풍속사|이상화|노마드

 

◇ 다부 다처제 ‘조에족’, 형제가 아내 한 명을 공유하는 ‘록파족’

아마존 정글에 130여 명이 모여 사는 조에족은 아랫입술과 턱 사이에 둥근 나무토막을 끼워 넣은 ‘뽀뚜루’로 유명하다. 다부 다처제로, 종족의 혈액형이 모두 A형이다. 고립된 생활 탓에 같은 부족끼리 족내혼이 많기 때문이다. 성을 개방함으로써 젊은 남녀들이 성적 요구를 해소할 수 있고, 그만큼 임신 확률도 높아져 종족 번식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히말라야 자락에서 양과 염소를 키우며 유목생활을 하는 록파족은 여성이 무척 귀해, 젊은 남자들이 결혼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함께 사는 모든 형제가 한 명의 아내를 공유한다. 형제들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아이를 임신해도 그가 누구의 아이인지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의 아이든 똑같은 자녀로 키운다.

 


◇ 중국 여성의 족쇄 ‘전족(纏足)’

 

풍속 2-전족
중국 전족 풍습.

 

중국 미인의 10대 조건 가운데 ‘연보소말(蓮步小襪)’이 있다. 전족한 작은 발(蓮步)과 그 발을 싼 작은 양말(小襪), 즉 여성은 전족해서 발이 작아야 미인이라는 뜻이다. 전족은 송나라부터 청나라 때까지 1000년 넘게 이어온 고약한 풍습이다. 4,5세 된 아이의 양쪽 발가락을 억지로 꺾어 발바닥에 붙인 뒤에 꽁꽁 싸맸다. 그렇게 3년쯤 지나면 이상적인 3촌, 9㎝ 정도의 발 크기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전족은 한족의 귀족과 상류층의 상징이었다. 결혼한 여성의 도주를 막기 위해 혹은 출산에 유리하다고 해 그러했다는 얘기들도 있다. 청나라 때 전족 금지령이 내려졌다가 1930년대 후반 국민정부 때 완전히 사라졌다.



◇ 대 이은 복수 ‘카눈’, 스스로 죽음을 맞는 ‘축치인’

시베리아의 소수 유목민족 ‘축치(Chukchi)’인들은 러시아 제국에 맞선 용맹함으로 좀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이가 들거나 질병으로 죽게 될 상황이 오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자살이 아니었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지들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부탁받는 사람들은 그를 죽여야 했다. 그래서 현재 이 부족은 거의 멸족 상태다.

유럽 최대 빈국(貧國)에 속하는 알바니아에는 ‘피의 복수’를 허용하는 ‘카눈(Kanun)’이라는 관습법이 있다.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입었거나 심하게 창피를 당하면 대를 이어 복수하는 풍습이다. 어느 한 쪽이 포기할 때까지는 보복과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 복수를 포기하는 것은 가문의 수치이며 평생 조롱거리로 여겨졌다.



◇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만의 특이한 고행

 

풍속 3- 오체투지
조캉 사원에서 오체투지에 열중하고 있는 티베트인들.

 

오체투지는 108배, 3보 1배(三步一拜)와 함께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 수행방법이다. 합장을 하고 열 걸음 정도 걷다가 몸을 구부려 무릎을 꿇고, 이어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온 몸을 땅바닥에 붙인다. 이마와 양 팔, 양 발 등 오체가 모두 땅바닥에 닿으면 양 손을 조금 들어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가 반대 순서대로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다. 티베트인들은 신앙심이 투철해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성지(聖地)인 ‘라싸’ 순례를 숙원이라 여기고 몇 달,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런 오체투지를 감수하며 고행길에 나선다. 티베트가 워낙 황량한 자갈밭이라 무척 힘든 여정인데, 이들이 향하는 마지막 목적지는 티베트불교의 총본산인 ‘조캉 사원’이다.



◇ 독특한 결혼문화… 탄자니아 자라모족과 베트남 자오족

탄자니아의 자라모(zalamo)족은 신혼부부의 첫날 밤 모든 애정 행위를 감시원들이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독특한 풍습으로 유명하다. 성 경험이 풍부한 중년 여성들이 함께 들어가 신랑 신부의 알몸 신체로 정상 여부를 확인하고, 부부의 모든 행위를 관찰하고 평가한다. 서로에게 장애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로 양가가 사전에 합의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의 스위스’라 불리는 사파(Sapa)에 사는 소수민족 자오(Dao) 족은 주말마다 열리는 장터에서 일종의 ‘사랑 시장’을 연다. 오며 가며 서로 눈이 맞으면 즉석에서 짝을 맺어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아이가 생기면 마을의 경사로 여겼다. 성을 즐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녀를 많이 낳아 종족을 늘리려는 고육책이었다.



◇ 유랑민족 ‘집시’가 남긴 버스킹과 히피

 

풍속 7-집시.
유럽에서 유랑하던 집시들은 버스킹과 히피라는 희대의 유산을 남겼다.

 

유랑 민족 ‘집시(Gypsy)’는 전 세계에 700만~1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유럽 아리안족이 이동해 고대 인도에 정착했다가 추방당하면서 살 곳을 찾아 떠돌아 다니던 사람들이다. ‘집시’라 불리기를 싫어해 스스로는 남자 또는 남편을 뜻하는 ‘롬(Rom)’이라 부른다. 자주 이동해 고정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웠기에 여성들은 점쟁이, 남성들은 거리의 약장수가 많았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음악성이 뛰어났다. 이들이 남긴 유산이 거리 공연 ‘버스킹(busking)’이다. 먹고 살기 위해 거리에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관중들이 던져주는 동전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또 하나는 히피(hippy) 문화다. 꾸밈 없이 자연스런 모습과 생활태도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집시가 바로 히피족의 모델이다.



◇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담긴 ‘리우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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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 카니발.

브라질을 식민지화한 포르투갈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려 아프리카 흑인들을 대거 수입했다. 16~17세기 브라질 인구의 3분의 1이 흑인 노예였다. 토속신앙인 부두교를 믿었던 이들에게 가톨릭을 강요했지만 따르지 않자, 포르투갈은 가톨릭 종교 의식만이라도 따르라며 가톨릭 축제에 적극 참여하라 압박했다.

흑인 노예들은 사순제나 사육제 같은 행사에 참여해 고향 아프리카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담아 쌓인 한을 쏟아냈다. 그들이 아프리카 고유의 리듬과 장단에 맞춰 격렬하고 신나게 춘 춤이 ‘삼바’였고, 이것이 리우 카니발의 시작이었다. 축제는 해마다 2월 초, 사순절 직전까지 약 5일 동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다. 길이 약 700m의 삼보드로무 공연장을 가로지르는 축제 행렬이 장관이다.

 


◇ 여성에 대한 매질과 명예살인

 

풍속 4-명예살인. AFP연합
이슬람권의 명예살인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진=AFP 연합)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의 원리주의 이슬람 국가들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한다. 그 대표적 풍습이, 부정한 여성을 가족과 친척들이 처형하는 ‘명예살인’이다. 억울하게 성폭행을 당했어도 가차 없이 처형당했다. 명예살인에 관여한 남성들은 법적 처벌을 받지만 고작 6개월 형 정도다. 지금도 제도 존속 필요성을 국민들 절반이 지지한다고 한다.

남아메리카의 야노마미 족은 폭력적이고 호전적이다. 잦은 전쟁 탓에 성인 남자들은 모두 전사(戰士)였다. 자연스럽게 남성 우월주의가 형성되며 일부다처제가 되었다. 문제는 여성 폭력까지 정당화되었다는 점이다. 사랑 하는 여자일수록 더 심하게 매질을 당했고, 여자들은 오히려 이를 행복해 했다. 하지만 요즘은 매질을 피해 떠나는 여인들이 많다고 한다.



◇ 일본의 한겨울 알몸 축제, 페루의 새해맞이 싸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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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다카 마쓰리.

혼슈 서부 오카야마(岡山)의 알몸 축제 ‘하다카 마쓰리’는 500년 역사를 자랑 한다. 1만 명 이상의 남자들이 전통 속옷인 ‘훈도시’만 착용한 채 알몸으로 한겨울의 차디찬 물속에 뛰어든다. 이 때 승려들이 던져주는 작은 나무 막대기 ‘싱기(神器)’를 잡으려는 치열한 몸싸움이 펼쳐진다. 이 막대기를 잡으면 일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페루의 ‘타카나쿠이’는 잉카 문명의 발상지인 쿠스코 인근 지역 토착 원주민들의 전통 축제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남녀 상관 없이 평소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끼리 피 튀기는 주먹다짐 끝에 화해하는 축제다. 싸우다가 상대방이 넘어지면 멈춰야 한다. 싸우다 지치거나 다쳐 심판이 끝내고 화해시켜 주면, 사람들은 둘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 생니 뽑고 번지점프 시키는 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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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누아투족 성인식.


수단 남쪽의 다사나시(Daasanci)족은 물이 부족해 모래로 목욕할 만큼 열악해 생존력이 강하다. 특히 성인식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10세 때 성인식을 치르는데, 아랫니 2개를 마취도 않고 뽑는다. 신음이나 울음을 터트리지 말아야 성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도망 못가게 두 발목에 쇠붙이로 된 족쇄도 채운다. 아이를 낳은 뒤에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의 로만데콘족은 난골(Nanggol)이라 불리는 성인식 날짜가 정해지면 나무로 30m 높이의 탑을 쌓는다. 성인이 될 소년들은 차례로 위로 올라가 두 발목을 칡넝쿨로 된 끈으로 묶고 번지점프 하듯이 뛰어내린다. 남자의 머리가 맨 땅에 닿아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소년들도 많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사진=네이버포털·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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