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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현실 반영 세태… TV를 점령한 ‘돌싱’ 콘텐츠

[싱글라이프]

입력 2016-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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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MBC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 (사진제공=MBC)

 

“‘돌싱’은 중고가 아니다. 다만 FA(프리 에이전트: 자유계약선수)로 돌아온 싱글일 뿐”(MBC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 대사)

‘돌싱’. ‘돌아온 싱글’의 준말이다. 지난해 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은 이혼율 상위 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회원국 중에서는 단연 1위다. 평균 기대 수명 100세 시대, 평생 혼자 살기엔 외롭다. 한번 더 사랑하고 싶고 한번 더 가정을 꾸리고 싶다. 더 이상 남의 눈치만 보고 살기엔 남은 인생이 아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혼(양방 혹은 일방) 커플은 전체 신혼부부의 20%에 달했다. 결혼하는 커플 5쌍 중 1쌍이 돌싱이라는 의미다. 돌싱이 늘면서 대중문화도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TV드라마는 이혼한 주인공을 내세우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돌싱남녀가 가상 커플을 맺는다. 돌아왔다고 개그 소재로 삼는 일도 흔하고 돌싱 앵커가 당당하게 뉴스를 진행한다.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의 대사처럼 ‘돌싱남녀’는 중고가 아닌 FA에 나선 싱글인 셈이다.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점령한 돌싱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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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아이가 다섯' 싱글맘·싱글대디.

종영한 드라마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걸그룹 출신 이혼녀 한미모(장나라)와 사별한 싱글대디 송수혁(정경호), 이혼한 의사 구해준(권율)의 삼각 로맨스로 이혼이 늘고 있는 우리 사회 단면을 조명했다. 연출을 맡은 권성창PD는 “현실적인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30대 돌싱들의 경제력, 스킨십, 재혼 등의 고민을 드라마 속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KBS2 드라마 ‘아이가 다섯’은 이혼한 뒤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안미정(소유진)과 사별 뒤 두 아이를 양육하는 싱글대디 이상태(안재욱)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연출자 김정규PD는 “요즘 이혼율이 높은 만큼 재혼율도 높아 드라마 내용이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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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욱씨남정기' 여주인공 욱다정.

이혼이 주된 설정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성격과 갈등을 표현하는 요소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JTBC ‘욱씨남정기’의 여주인공 욱다정(이요원)은 세번 이혼한 여성이다. 남자 주인공 남정기(윤상현)는 아내가 도망갔지만 차마 이혼도장을 찍지 못해 홀로 노부와 아들, 동생을 부양하는 홀아비다. 

 

종영한 드라마 JTBC ‘마담앙트완’의 여주인공 고혜림(한예슬),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의 여주인공 강혜수(유이)도 아이가 있는 이혼녀다.

사별로 인한 돌싱도 있다.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최근 드라마 속에서 사고로 아내를 잃은 50대 노신사 유민호(노주현) 장가보내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드라마는 섣불리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중년 재혼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한 김수현 작가는 전작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도 재혼 뒤 또다시 이혼을 선택한 오은수(이지아)의 이야기로 재혼가정 꾸리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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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불타는 청춘'의 돌싱커플 김국진과 강수지. 두 사람은 일명 치와와커플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제공=SBS)

예능에서도 이혼은 더 이상 숨길거리가 아니다. SBS ‘불타는 청춘’은 강수지·김국진과 같은 돌싱스타들을 가상커플로 설정했다.

 

비록 웃음을 주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이들의 쇼윈도 사랑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며 현실에서 이뤄지길 기원하고 있다.

늘어나는 ‘돌싱’ 콘텐츠에 대해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이혼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TV의 ‘돌싱’ 콘텐츠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주부 대상 오전 토크쇼에서 선입견을 주는 소재로 사용됐다면 지금은 드라마를 통해 판타지를 안기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건강한 욕망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돌아온 싱글 스타들, 안방에서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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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 김국진·김구라.


배우 윤여정은 1985년 가수 조영남과 이혼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동안 TV출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106년에는 TV만 틀면 ‘돌싱스타’들이 맹활약을 펼친다. 이들의 활동은 실제 ‘돌싱’에 대한 편견을 줄여주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MBC ‘라디오스타’를 진행하는 방송인 김국진과 김구라는 대표적인 ‘돌싱’ 스타다. 이들은 방송에서 자신들의 이혼 경험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온라인으로 방송된 tvN ‘신서유기’ 역시 멤버 은지원에 대해 ‘여의도 이혼남’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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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Plus '현정의 틈, 보일樂 말락' 고현정.

스포츠스타 출신 방송인 서장훈이나 칼럼니스트 허지웅 역시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이혼 경력을 언급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혼한 배우 고현정을 비롯해 배우 김용건, 오달수, 이미연, 채정안, 허이재 등도 돌싱스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배우 오만석은 시상식에 불참한 전처의 대리수상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방송사 아나운서 중에도 ‘돌싱’ 스타가 적지 않다.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이성배 MBC 아나운서, 한석준 전 KBS아나운서가 이혼 사실을 공개했다.

스타들의 이혼이 단순히 웃음의 소재만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편견과 맞서 이혼남녀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는 방송인들도 있다. 김주하 MBN 앵커가 대표적이다. 김앵커는 지난해 7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여자들이 홀로 되는 걸 감추는 사회분위기가 싫었다”며 “내가 홀로 되고 아팠다고 걸 드러내고 당당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혼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실제 이혼을 경험한 이들은 돌싱연예인의 방송활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돌싱 소셜데이팅 사이트 울림이 실제 이혼남녀 회원 1303명(남: 844명, 여: 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돌싱 연예인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돌싱녀 36.8%가 ‘돌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제고’를 꼽았다. ‘용기를 얻게 된다’는 답변도 27.7%에 이른다. 

 

돌싱남들도 응답자의 30.1%와 14.1%가 ‘돌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제고’, ‘용기를 얻게 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울림 측은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당당하게 이혼사실을 밝히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얻는 이혼남녀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돌싱人이 본 TV콘텐츠
 

-긍정적: 이혼 뒤 재혼에 성공한 ㄱ씨 (40대 男, 전처와 자녀 有, 현재 아내와 자녀 有)


"드라마 주인공 당당해서 좋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다. 결혼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가 다른 꿈을 꾼다는 걸 알면서 서로 달라지는 모습을 참고 인내하기보다 또 다른 선택을 하는 게 서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방송되고 있는 이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특히 tvN의 ‘기억’은 중년남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다. JTBC ‘욱씨남정기’ 역시 세번이나 이혼해도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부정적: 이혼 뒤 홀로 살고 있는 ㄴ씨 (30대 女, 전남편과 자녀 有)

 

"홀로 육아 애환 희화화 불쾌"

헤어진 전 남편의 소식이 궁금하지 않은 내 입장에서 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드라마나 예능에 공감되지 않는다. 혼자 자식 키우면서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연애감정과 육아가 공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얼마 전 종영한 MBC ‘한번 더 해피엔딩’은 그나마 현실적이었다. 드라마 속 정경호가 홀로 아이를 키운 설정으로 나오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됐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KBS2 ‘아이가 다섯’의 경우 홀로 아이를 키우는 ‘돌싱’의 애환을 너무 희화화했다.


-부정적: 이혼 뒤 동거중인 ㄷ씨(40대 女, 전남편과 자녀 有, 현재 동거남과 자녀 有)

 

"출연자 또 상처 입을까 우려"

아직 우리나라는 이혼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불타는 청춘’이나 과거 ‘짝’의 ‘돌싱특집’ 편에 출연한 이들에게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방송이 소개팅계의 알파고처럼 상대를 매칭해주면 모를까 행여 방송으로 인해 출연자들이 원치않는 상처를 다시 입을까 걱정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이혼의 현실을 보여주면 궁상맞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속 이혼남녀는 늘 반듯한 좋은 직업에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다. 그야말로 경쟁력있는 판타지일뿐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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