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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를 넘어 한국의 미를 세계로 알려 나가는 정재인 작가

입력 2016-05-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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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 배경과 제작 기법을 넘나들며 극과 캐릭터 성격에 꼭 맞는 디자인으로 호평

- 한류 드라마, 영화, 아이돌 K팝 주얼리까지 섭렵한 유일무이한 디자이너

- 주얼리 디자이너를 넘어 소품 디자이너, 그리고 미술 작가 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멀티 플레이어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작은 소품들마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한 순간 지나쳤던 장면이 캡처되어 작품과 캐릭터를 통괄하는 전체 이미지를 대변하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화제의 중심이 되는 드라마 주얼리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이다. 민휘아트주얼리가 손을 대면 화면의 태가 달라진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장신구 별에서 온 그대전지현과 김수현의 수정죽절비녀, ‘닥터이방인이종석의 하트 반지, ‘가면수애의 목걸이 등 수많은 한류팬의 눈과 마음속에 각인된 아름다운 주얼리들이 모두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이다.

 

전통 장신구부터 파인 주얼리까지 분위기와 제작 기법이 모두 다른 이 작품들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디자인된다. 이렇게 제작된 장신구들은 작품의 영상미를 더욱 수려하게 만들고, 캐릭터의 감정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휘아트주얼리는 여느 패션 브랜드들과 상당히 차별화된다. 민휘아트주얼리는 이제 새롭게 재해석된 한국 장신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 명사가 되어 버렸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를 창조하고 선도하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디자이너는 그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고 세계로 전파하는 문화 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입체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으로 시대와 작품을 읽어내는 디자이너의 눈은 한류 콘텐츠의 아름다움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2016년에도 그녀의 행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이후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에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에서도 그녀가 디자인한 장신구와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김수현과 f(x) 전 멤버 설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리얼에서도 그녀의 장신구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또한, 올해의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한중합작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 ‘보보경심: ’, ‘화랑: 더 비기닝’, 영화 묘성인의 장신구 작업에 한창인 그녀는 전 세계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려나갈 준비에 한창이다.

 

고증을 바탕으로 정통 제작 기법으로 구현해 은은한 기품이 돋보이는 별에서 온 그대수정죽절비녀부터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준 장옥정, 사랑에 살다궁중 장신구까지 전통 장신구라는 틀 안에서도 다양한 아름다움을 선보여 온 그녀의 작업이기에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Q. 많은 채널을 통해 작품들이 조명되고 있다.

A. 많은 사람들과 여러 분야의 일을 하다보니까 큰 흐름이 보인다. 어떤 작품이 기획되고 있고, 어떤 앨범이 나오게 될 것인지, 언제 어떤 시상식이 있는지도 알게 된다. 하나의 일을 해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일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같은 시상식에 참석하는 분들끼리 아이템이 안 겹치게 한다 던지 비슷한 톤의 경쟁 작품의 경우, 비슷한 장신구는 피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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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드라마를 통해 조명된 작품 중에 애착 가는 디자인이 있다면?

A. ‘천의주의 비밀, 무림학교의 천의주 열쇠 목걸이. ‘무림학교를 통해 비춰진 주얼리들 다 좋았다. 드라마에서 주얼리들이 내 예상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졌고 장면마다 너무나도 예쁘게 나왔다. 현장에 가보지는 못했는데, 이소연 감독님께서 우리 디자인을 좋게 봐주셨다고 들었다. 아이템을 보낼 때 마다 이번에도 역시 감독님께서 너무 좋아하셨다는 말씀을 항상 같이 전해 들었다. 모든 디자인을 다 한 번에 OK 받았다. 의상팀장님께서 나와 감독님이 비슷한 면이 있다며 감독님이 난 역시 잘 찍어라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유쾌한 타입이라고 했다.(웃음) 근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잘 찍으시는 분이다. 주얼리가 빛 반사가 있기 때문에 촬영이 어렵기도 하고 예쁜 각도가 다 따로 있다. 매번 조명이나 효과를 많이 신경써주셨더라. 그리고 장면 마다 여러 번 타이트 샷이 다 들어갔다. 볼 때마다 감동 받았고 감사했다.

 

Q. 본인도 난 역시 잘 해라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타입인가?

A. 잘했다고 느끼기 보다는 그저 내가 한 것들을 보면 기쁘고 감사하다. 아직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내 작품이 비춰지게 되면 아직도 신기하고 좋다. 내가 한 것들은 보고 또 봐도 좋다.

 

Q. 겸손도 지나치면 흠이다. 좋다고 평가 받는 일들을 다 하고 있으면서 늘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한다.

A. 칭찬받으면 좋지만 그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들이 고맙고 좋은 거지 나 진짜 잘한다며 들뜨지는 않는다. 세상에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 괜찮나 싶다가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괴롭기도 하다. 언제쯤 잘 한다는 생각이 들까 싶다. 그래서 내가 디자인한 것들을 찾아주고 착용해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일이 재밌기도 한데 일단 맡아서 하게 되면 최고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로 만나는 거니까 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하고, 좋은 결과물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나는 미술 파트에서 장신구 분야가 세분화 되면 모두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없는 분야를 만들고 중요성을 보여주려면 내가 더욱 더 눈에 띄게 잘해야 된다. 보는 사람 모두가 저게 뭐야? 누가 했지? 나도 같이 하고 싶다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주어지는 기회마다 잘해내고 싶다. 한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잘 해내려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크게 호평 받았던 작품은 다 그런 과정이 있었다. 특히, 내가 하려는 일의 형태가 아직 자리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배려가 없으면 힘들다.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은 결과물들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Q. 적극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원래 성격이 적극적인 편인가?

A.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뭐든지 인연이 따로 있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진짜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잘 풀리지 않을까 하는데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가면때 만났던 남건 감독님께서 내가 일은 열심히 하면서 사람 관계에서는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람 관계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며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관계라도 스스로 부딪히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요즘에 많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그 말씀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나를 많이 돌아보게 하는 말씀이다.

 

Q. 많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A. 세상에 아주 나쁜 사람은 없고, 한 쪽 면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지 않나. 누구든 좋은 면이 있고, 장점이 있다. 좋은 마음으로 대하면 다 좋은 마음으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솔직하게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하다보면 안 풀릴 일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내 일 하기에도 급급해서 남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하나의 일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의 입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퍼즐처럼 맞춰질 때가 있다. 결국 아무 일도 아닌 일인데 크게 잘못된 일처럼 비춰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니까 만났던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된다. 전 작품 때 못 봤던 좋은 부분들을 다음 작품 때 보게 되고 그렇더라. 사람은 여러 면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는 좋은 감정으로 일하고 싶다. 그리고 내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 나는 나를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나와 계속해서 소통하는 팀과 일하면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온다. 나는 디자인을 하고 제작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 매일 못 간다. 그래서 매일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큼 현장 분위기나 극의 톤을 알기 힘들다. 현장팀에서 진행 사항이나 보완 사항 등을 계속 전달 해줘야 내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 연락이 자주 오는 팀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나는 요청이 오면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까 요청이 많이 오는 것이 좋다.

 

Q. 항상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디자이너마다 자기 세계가 있지 않나. 소통을 중시하는 이유가 있다면?

A. 방송 일은 내 패션쇼나 컬렉션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니 나만의 작품 세계를 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맞는 창의력을 발휘해야하는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그림이니까 소통이 중요하다. 인터뷰들을 많이 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더 느꼈다. 인터뷰는 항상 녹음을 하는데도 말했던 바와 다르게 담기는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신뢰도가 쌓인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만 응하게 된다. 한동안 내 전달력에 문제가 있나 고민도 했다. 내가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지만 원래 소통이 어려운 것 같다.

 

Q. 소통을 통해 작품이 개선되기도 하나?

A.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의 주얼리를 디자인해보면서 주얼리가 안 어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 그 사람만의 느낌을 담아서 디자인하면 안 어울릴 수가 없다. 근데 내가 어떤 캐릭터에 맞춰서 풀세트로 디자인해 보내도 현장과 소통이 안돼서 아이템이 다 따로 착용되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특히, 현장에서 장신구를 관할하는 팀이 분장, 미용, 의상, 소품 다 나눠져 있기 때문에 많은 팀과 사진이나 피드백 등 바로바로 소통이 되어야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중요한 주얼리가 뒷면으로 착용되어 화면에서 안 예쁘게 비춰진 일이 있었다. 정말 공들여 제작했던 것인데 매우 속상했다. 착용하기 전에 나한테 착용 방법을 한 번 더 확인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새벽 시간이라 미안해서 전화를 안 하셨다고 하셨다. 근데 잘못 나오게 되면 두고두고 속상한 일이 된다. 내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라도 좋으니까 편하게 연락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작업하고 있는 영화 묘성인에도 계속해서 보여 지는 중요한 아이템이 있다. 하나의 아이템이지만 세훈씨께 어울리는 길이감, 우치엔씨께 어울리는 길이감, 소품으로 놓여 졌을 때 예쁜 길이감이 다 다르다 보니까 같은 아이템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다. 영화에서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비춰지겠지만 워낙 중요한 아이템이다 보니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많은 분들과 의논하면서 제작했다. 그렇게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묘성인스태프 분들과 소통이 매우 잘 된다. 내가 현장에 잘 못 가보니까 그런 길이감이나 느낌들도 다 체크해서 알려준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자세하게 알려주고 각각의 촬영 날짜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니까 나도 제때 내 할 일을 할 수가 있다. 너무 잘 알려주시니까 내가 현장에 갈 필요성도 못 느낀다. 안 가 봐도 내가 할 일들을 잘 알겠고 모든 상황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여러 가지로 나를 신경써주고 배려해주는 마음들을 알기에 나도 더 잘 하고 싶어지고 그렇다. 때마다 내 주얼리가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시고, 항상 고맙다며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여러 가지로 진심을 담아 잘 챙겨주시는 것이 다 느껴진다. 이러니 추가로 부탁이 들어와도 흔쾌히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실 이런 팀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팀은 다음 작품 때 만나도 정말 반갑고 일이 들어와도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

 

Q. 현장 스타일링에 관여도 하나?

A. 그런 부분은 맡기는 편이다. 콘셉트를 정해서 개별 제작이 들어가면 거의 예상한 대로 쓰이기는 하는데 현장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안다. 많은 팀과 일하다 보니까 같은 주얼리라도 각자의 방식대로 스타일링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거기서 받는 영감도 있다. 내 디자인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전달만 잘 해달라고 한다. 사실 나는 미적인 기준이 확고하게 서 있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도 있다. 그래서 아니다 싶은 것은 확실하게 보인다. 근데 각자의 영역이 있다. 원래 협업이라는 것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부분이 많아야 되는 것 같다. 내가 사람 간에 트러블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 상해야 되나 싶으면 일 자체가 하기 싫어져 버린다. 좋은 기분으로 일하고 싶다. 서로 기분 좋게 일해야 좋은 에너지들이 나와서 좋은 결과물도 나온다.

 

Q.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 협업 한다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미술팀은 예민한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A.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기에 타인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면 관여를 안 하려고 한다. 근데 사실 나의 경우에는 지적 받는 일이 싫지 않다. 둘이 있을 때이기만 하다면 말이다.(웃음) 이런 것들이 다 자료로 남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데 우리끼리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극마다 톤이 있는데 그 톤에 적합한 디자인이 그 극에 좋은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 톤이 극이 진행되면서 바뀌기도 하는데 내가 그 흐름을 계속 따라가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해내려면 계속해서 소통해야 한다. 더군다나 내가 현대적인 액세서리부터 전통 장신구까지 폭 넓게 제작하고 있는데 사극에 모던한 액세서리가 가면 어색하지 않나. 그래도 현장팀에서 가져가겠다고 하면 보내기도 한다. 어떤 아이템이라도 디자인 자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것들이 따로 있으므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느낀다. 그런 피드백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면 방송 일 대신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을 것 같다.

 

 

Q. 타인과의 소통 없이 정재인 디자이너만의 색을 담은 디자인이 있다면?

A. 인터뷰 사진 촬영 때는 대부분 내가 디자인한 의상과 주얼리를 착용한다. 특히, ‘여성조선매거진에는 주얼리와 의상은 물론 구두부터 미술 작품까지 내 생각만을 담아 디자인한 작품들로만 구성된 컷들이 실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작품이 담긴 사진이다 보니 나의 디자인 색깔이 많이 묻어난 컷이 아니었나 싶다. 매거진을 통해 의상 디자인을 몇 번 소개하다 보니 의상 디자이너로 활약할 생각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도 받는데 그건 아니다. 넓은 의미의 디자이너로서 의상에도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다. 추후에 새로운 디자인 라인을 개발하게 된다면 의상보다는 소품이나 미술 작품 쪽일 것 같다.

 

Q. 주얼리부터 의상과 소품 디자인, 미술 작품 등 하나의 직업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일을 한다. 사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A. 원래 디자인과 미술 영역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나는 디자인을 하더라도 그저 예쁠 것 같아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디자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언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구현되는 형태가 다른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그런 개념을 가지고 디자인에 접근하기 때문에 주얼리 안에서도 전통 장신구를 하기도 모던한 액세서리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미술 작품에도 어떤 메시지를 담는데 주얼리의 소재를 활용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이스 주얼리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드라마 작업을 통해 소품 디자인과 미술 작품 개발에 폭 넓게 참여하게 됐는데 재미를 느꼈다. 장신구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은 거의 내가 하지만 소품은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내가 대본을 보다가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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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본을 분석하고 직접 제시했던 소품 디자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A. SBS ‘가면에서 수애씨가 연정훈씨께 건넸던 USB. 온라인에서도 많이 이슈가 됐고, 다른 감독님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들었다. 드라마의 이름이 가면이라서 가면 모양으로 제작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건 아니다. 이전에 수애씨와 연정훈씨가 서로에게 가면쓰지 말라는 대사를 주고받았었다. ‘가면을 쓴 연정훈씨의 실체가 담긴 USB라서 가면 모양으로 디자인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지훈씨가 멀리서 USB를 발견하고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하는데, 일반 USB로 하면 멀리서도 보인다는 설정이 억지일 것 같았다. 그래서 USB 안에 LED를 넣어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제작했다. 주지훈 씨도 “UBS가 저렇게 반짝반짝 거리면서 쳐다봐달라고 하는데 안 쳐다볼 수가 없다.”며 내 디자인 의도를 알아봐주셨다. 또한, 연정훈씨가 USB를 밟아서 산산조각 난다는 지문이 있었기 때문에 USB를 크게 만들고, 크리스탈로 제작했다. 밟았을 때 깨진 투명한 유리 조각들로 산산조각 나는 느낌을 살리고자 했는데 그 느낌이 잘 산 것 같다. 준비도 철저하게 했는데, USB가 노트북에 꽂힐 것이라는 말을 사전에 듣고서는 가면모양을 양쪽 방향으로 다 새겨서 준비해갔다. 노트북은 USB포트가 양쪽에 있는데 어느 방향에서 촬영하게 될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정재인인터뷰4

 

 

Q. ‘가면은 주얼리부터 USB나 만년필 등의 소품, 미술 작품까지 정재인 작가의 다양한 재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특히, 미술 작품들은 놀라웠다. 수년간 경력을 쌓은 미술 작가의 작품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로 눈이 즐거웠다.

A. ‘가면으로 많은 칭찬을 들었다. 외국 드라마 시스템에서는 주얼리와 소품부터 인테리어까지 전체적으로 보는 디렉터가 따로 있다고 하던데 나도 가면때 여러 팀과 소통하면서 폭 넓게 일했다. 이때까지 일했던 형태와는 또 다른 형태로 일해서 기억에 남는다. 특히, 미술 작품들이 가면’, ‘용팔이를 통해 연이어 선보여지게 되면서 초대 전시회도 하게 됐는데 그 후로 나를 미술 작가로 아는 분들도 많아졌다. 이번에 보보경심: 에서 가면 제작에 참여한 이후창 작가님도 내가 미술 작가인 줄 알았다고 했다. 특히 주지훈씨의 방에 걸렸던 자개 작품이 멋졌다며 부성철 감독님께서도 매우 칭찬하셨던 작품이라고 했다. 미술 작품도 감독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그렇게 많이 해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억대의 주얼리 PPL 대신 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셨기 때문에 내가 그 금액 이상의 좋은 작품들로 작품에 기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하려고 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미술이 예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게 돼서 기뻤다. 오히려 내가 또 도움을 받게 됐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부터 매번 큰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시는 감독님께 항상 감사드리고 있다.

 

Q. ‘장옥정은 전통 장신구지만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아름답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놀라웠던 작품이다.

A. 함께한 사람들이 정말 좋았고. 다들 나를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실력 면에서 보면 장옥정때의 실력이 가장 형편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 때 현장에 처음 갔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도 모르는 것들은 천천히 가르쳐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바로바로 소통이 돼서 내가 장면마다 다른 장신구를 디자인해낼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내가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전통 장신구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못했었다. 그런 마음으로 한 것도 아니어서 더욱 놀라웠다. 아직도 장옥정하면 , 장신구가 참 예쁜 드라마였지라는 말씀들을 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하다. 올해 사임당, the herstory', '보보경심: ’, ‘화랑: 더 비기닝등 장신구가 부각되는 사극을 많이 맡게 돼서 장옥정을 넘어서는 작품이 나오게 될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세 작품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내가 다른 작품보다 신경을 덜 쓸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모든 팀의 첫 인사가 다른 작품 때문에 바쁘시죠?”.(웃음) 우려하시는 부분이 뭔지 아는데 그런 일 없게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주얼리는 그냥 있을 때와 착용했을 때 또 다르기 때문에 현장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나는 현장에 자주 못 가보니까 많이 이야기해줬으면 한다. 현장팀에서 사진과 피드백을 자주 줘야지 시간 내에 더 적합한 디자인을 해낼 수 있다.

 

Q. 동시에 큰 사극들을 진행하면 힘들 것 같다.

A. 2014년에도 여러 편의 사극을 동시에 한 적이 있었다. MBC ‘야경꾼일지’, KBS ‘조선총잡이’, SBS ‘비밀의 문’, tvN ‘삼총사를 거의 비슷한 기간에 진행했다. 게다가 영화 사도’, ‘조선 명탐정 : 놉의 딸’, ‘간신’, ‘도리화가’, ‘조선마술사’, ‘김선달’, ‘암살’, ‘협녀: 칼의 기억’, ‘상의원등도 연달아 같이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이번에는 그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작품 수로 따지면 훨씬 적기는 하지만 모두가 장신구의 비중이 큰 드라마인데다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두개나 있기 때문에 더 할 일이 많다.

 

 

정재인인터뷰5

 

 

Q. ‘보보경심: 의 배우 이준기는 조선총잡이’, ‘아랑사또전에 이어 세 번째 작업이다.

A.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고 좋다. ‘조선총잡이포스터에서 착용된 이준기씨의 반지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웃음) 이준기씨가 멋지게 연출해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 반지를 찾았는데 장근석, 슈퍼주니어 최시원 등 우리가 협찬하는 거의 모든 남자 연예인 분들이 그 반지를 착용하기도 했다. 사실 그 반지가 설정에 없던 것이다. 나는 포스터에 상징적인 반지가 있었으면 했는데 모두가 반대했다. 근데 이준기씨가 반지를 본드로 붙였으니 반지는 못 뺀다면서 유쾌하게 도와주신 덕분에 잘 촬영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그 반지를 착용했지만 나한테는 영원히 윤강이 반지로 기억될 것 같다.

 

아랑사또전때도 신민아씨가 단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준기씨가 노리개를 손으로 잡아준 덕분에 노리개만 화면에 클로즈업된 장면이 있었다. 내가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직접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두 작품 때 도와주신 것들에 대해 항상 감사해하고 있다. 세 작품 같이 해보면서 느낀 것인데 이준기씨는 정말 좋은 사람 같다. 센스와 배려심이 넘치는 분이라서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 즐겁다. 이준기씨와 작업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신기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이준기씨를 좋아한다. 그렇게 모두가 좋아하고 칭찬하는 사람은 이때까지 이준기씨와 유승호씨 밖에 못 봤다. 꼭 다시 작업하고 싶었는데 함께 하게 돼서 정말 좋다.

 

그런 식으로 장신구에 대해 특별히 신경 써 준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다 생각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번에도 작가님이 이준기씨가 항상 반지를 끼고 있다고 전해주셨다. 작가님이 그 반지를 왜 그렇게 끼고 있냐고 물어보면 이준기씨가 그냥 그 반지가 좋다고 하신다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번에 이준기씨의 장신구 설정들이 있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지 기쁜 마음으로 협조하려고 한다.

 

Q. 또 고마웠던 연예인과 주얼리 아이템이 있다면?

  

A. 우리 장신구를 착용했던 분들께 다 감사하고 좋은 마음이 든다. 원래 설정에 없었는데도 신경써줘서 생긴 것들이 더 기억에 남기는 하다. 몇 가지 이야기 해보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제작 발표회 때 유아인씨가 장신구에 신경써준 것이 감사했다. 특히 반지는 원래 예정에 없던 것이기도 했지만 그 때만 해도 내가 남자 장신구를 만드는 실력이 형편없었다. 여러 가지로 잘못된 반지였다. 반지가 휙 빠질 정도로 사이즈도 맞지 않았다. 내가 다 민망해서 착용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유아인씨가 잘 보이도록 신경 쓰겠다고 하셨다. 인터뷰 때 갑자기 양손을 들어주셨는데 그게 기사 사진으로 다 찍혔다. 현장에서 지켜봤는데 정말 감동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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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보는 소녀박유천씨가 신세경씨께 선물한 프러포즈 반지도 기억에 남는다. JYJ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꾸준히 오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박유천씨를 만났을 때 더 반가웠다. 박유천씨가 반지 타이트 샷도 많이 신경써주고 반지로 재밌는 애드립을 많이 해줘서 그 회차 내내 반지가 정말 많이 나오게 됐고 이슈가 많이 됐다. 원래 대본에 없는 대사들도 해주셨다. 반지 살 때, “반지 예쁘다는 대사와 신세경씨께 반지를 끼워줄 때 반지를 쳐다보면서 예쁘다고 한 대사는 대본에 없던 것이다.

 

 

정재인5

 

 

가면주지훈씨가 수애씨께 프러포즈하며 선물했던 물방울 다이아몬드결혼반지도 기억에 남는다. 인서트 컷 딸 때 반지 케이스 안에 반지가 뒤집혀져 있어서 찍는 내내 모니터 보면서 속상했다. 반지를 바로 꽂아서 다시 가자는 얘기를 못하고 있었는데 주지훈씨가 반지를 어느 방향으로 끼워주면 되냐고 사람들 앞에서 크게 물어봐준 덕분에 착용하는 컷에는 제대로 나오게 됐다. 수애씨도 반지가 돋보이게 신경을 많이 써줬는데 가면내내 두 분께 감사한 일이 많았다.

 

 

정재인인터뷰9

 

우리 결혼했어요태민씨가 꽂은 머리핀도 기억에 남는다. 아침 촬영이었는데, 나은씨만 장신구를 착용하는 설정이 있어서 아쉽다고 했었다. 근데 태민씨가 머리핀을 양쪽에 두 개나 꽂더니 이런 거 잘 어울리는 게 내 고민이야’, ‘동막골 소녀 닮았다는 이야기들을 해서 정말 놀랐고 고마웠다. 덕분에 방송에도 장신구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밌게 나오게 됐다.

 

Q. 최근에 작업하는 배우 중에 인상 깊은 배우는 없나?

A. ‘보보경심: 의 홍종현씨. 촬영장에서도 내가 있는 자리까지 와서 먼저 인사하고 매번 장신구 예쁘다고 해주셔서 예의 바르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촬영장에서는 많이 이야기하지 못해서 어떤 분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 전에 극 중에서 착용할 장신구에 대한 상의 차 숍에 방문하셨다. 그 때 이야기 해보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장신구에도 관심이 많으신 분 같아서 더 좋았다. 다른 배우 분들이 뭘 착용하신지도 다 알고 계신다. 황자들 중에 가장 장신구를 많이 착용하고 화면에 잘 나오게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 홍종현씨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신 덕분에 중요한 장신구 장면이 생기게 되기도 했다. 새로운 장신구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앞에서는 생각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너무 기뻤다. 가시자마자 바로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고 현재 열심히 제작 중이다.(웃음)

 

홍종현씨가 차갑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사람이 좋다. 겸손하고 친절하다. 특히, 전시된 장신구들을 보면서 만드느라 많이 힘들 텐데 사람들이 하루 만에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 않냐고 했는데 너무 놀랐다. 그렇게 말씀하신 분은 여태까지 처음 봤다.

 

Q. 보통은 하루 만에 만드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들 말하나?

A. ‘대단하다’, ‘신기하다고 한다. 근데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하루 만에 만들었다고 한 것은 아니고, 홍종현씨가 너무 자세하게 쳐다봐서 민망해서 말씀드렸던 것 같다. 하루 만에 만들었으니 자세하게 보면 부족할 수 있다는 뭐 그런 핑계였다. 하하.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더 놀랐다. 근데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일을 하는 분들은 다 그렇게 한다. 촬영 중에는 항상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뀌는 것들도 많은데 다들 금방 잘해내신다. 이 분야에 능력자 분들이 참 많다. 많이 배우고 있다.

 

Q. 방송 전문가 다 됐다.(웃음)

A.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도 이제 3년을 채웠다.(웃음)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지만, 상황을 알게 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더 협조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장면만 봐도 어떻게 찍혔는지, 얼마나 신경 써 준 건지 다 보인다. 근데 요즘에 같이 작업하는 분들은 너무나도 센스가 넘쳐서 일부러 장신구가 잘 나오도록 신경 써 준건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근데 일부러 신경 쓴 것이라고 따로 말해주기도 하니까 다시 한 번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고 그렇다.

 

Q. 방송 디자인은 브랜드의 컬렉션 디자인과는 성격이 많이 다를 것 같다.

A. 상황에 맞는 것이 따로 있다. 꼭 예쁘고 멋진 디자인만이 정답은 아니다. 비슷한 느낌의 주얼리라도 주어지는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설정에 맞게 새로 제작하는 것이 선택되는 일이 많다. 주얼리는 공정이 있기 때문에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래도 방송 디자인은 시간 내에 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타협할 부분은 타협하면서 시간 내에 최대한 잘 맞는 것들을 해내야 한다. 솔직히 급박하게 제작하면 성에 안 찰 때도 많은데 많은 분들께서 신경써주시는 덕분에 화면에 예쁘게 나온다.

 

Q. 방송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A. 상황과 캐릭터에 맞는 디자인. 그리고 늘 기존에 안 보던 새로운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 시청자 분들께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일단 의뢰 오는 쪽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려고 한다. 최근에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의 중요한 아이템 개발을 의뢰 받았다. 제작사 PD님과 작가님께서 내가 할 수 있도록 만든 씬이라며 잘해보자고 말씀해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 제작사 측에서는 이 주얼리를 MD 상품화 할 계획이 있으니 상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하셔서 그 부분 또한 중점에 두며 개발 중이다. 사실 그동안은 디자인을 하면서 얼마나 팔릴 것에 대한지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근데 이번에 참여하는 사전 제작 작품들에는 모두 제작사측에서 상품화를 염두에 둔 아이템들이 있다. 그래서 더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 또한 상황에 맞게 제작하고 있는 것이므로 재밌게 느껴진다.

 

Q. 얼마나 멋진 아이템이 또 탄생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A. 작가님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작가님과 대화를 나눌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된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도 늘 따뜻한 말씀만 해주신다. 작가님 자체가 사임당 같은 분이라고 느낀다. 내 고충에 대해서도 알아주시는데 그걸 뛰어넘어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촬영 스케줄이 밀리면서 지금 일주일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계속해서 수정해보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시는데 너무 멋졌다. 그런 장면에 내 주얼리가 들어가게 된다니 정말 꿈만 같고, 감격스럽다. 디자인에 대한 부분들도 많이 열어주셔서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하고 있다.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각 분야의 최고로 손꼽히는 명장 선생님들께 자문을 구하고 있다. 대본이 나오기 전에 미리 이 아이템에 대해 들었고 중간 과정 과정을 작가님께 보여드리고 있는데 수정 대본을 보고는 작가님께서 얼마나 생각해주신지가 또 느껴져 감동받았다. 일을 하면서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마음이 느껴지면 정말 다른 생각이 하나도 안 든다. 무조건 잘해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Q.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디자인할 때 가장 큰 영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가?

A. 나를 믿어주는 마음과 진심으로 생각해주시는 마음들인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사람이 날 얼마나 생각해주는지가 다 느껴지지 않나. 진심이 느껴지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는 기분이다. 잠도 안 오고 내가 이것을 잘해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솔직히 내 디자인들이 내게는 내 새끼들 같고 소중하지만 다른 잘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한 것이 아닌 다른 물건으로 나와도 무슨 큰 변화가 있겠나. 그런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게 함께 하자고 하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시간이 지나서 극 속에 중요하게 나왔던 아이템들을 보더라도 그 아이템을 제작할 당시에 관계자 분들께서 얼마나 신경써주셨는지에 대한 기억들이 함께 떠올라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는 한다. 그런 고마운 마음과 말들은 전부 다 기억난다. 기억력이 좋아서 다 마일리지처럼 쌓아 놓고 있다.(웃음) 내가 그 도움들을 되갚을 기회가 오면 꼭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

 

Q. K-POP 주얼리 제작자로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현아, 걸스데이 등 최고의 스타들과 매번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A. 기존에 있는 것을 협찬 보낼 때도 있고, 콘셉트에 맞춰서 새롭게 제작할 때가 있는데 맞춰서 제작하는 것이 더 새롭고 좋은 그림이 나온다. 협찬하는 팀은 제작하는 팀만큼은 신경을 못 쓴다. 제작하는 팀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그 사람만의 느낌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서 최대한 맞는 주얼리를 개발하려고 한다.

 

Q. 제작할 때 꼭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A. 사이즈를 꼭 잰다. ‘야경꾼일지때 동방신기 유노윤호씨가 춤출 때 반지가 날아간 적이 있다며 사이즈를 꼼꼼하게 재는 모습을 보고, 가수들의 장신구는 사이즈를 꼭 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착용하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한다. 한 콘셉트 내에서도 멤버별로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특색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전 자료들도 찾아서 본다. 그동안 어떤 것을 착용해 왔는지, 어울리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그간 소비된 이미지 및 새롭게 제시할만한 스타일 등을 알아본다. 자료들을 쭉 보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다들 어릴 때부터 활동을 시작하니까 성장과정이 다 자료로 남아 있지 않나. 어린 나이에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다 이겨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내가 원래 K팝을 즐겨듣던 사람이 아니어서 보통 사람들보다 K팝에 무지한데 자료들을 보다 보면 K팝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세계로 알리고 있는 그들이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콘텐츠에 내 주얼리가 함께 한다는 것이 고맙고 또 영광이다. 좀 더 예쁘게 보여 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게 된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나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 싶다.

 

Q. 트와이스 'Cheer up', 틴탑 사각지대’, 갓세븐 ‘Fly', BAP 'Feel so good', 더블에스301 'pain' 등 디자인에 참여하는 팀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A. 틴탑 외에 다른 팀은 협찬으로 진행했다. 협찬하는 팀은 제작하는 팀만큼은 못 챙기지만 각 팀의 콘셉트에 맞춰서 다른 주얼리를 보내려고 했다. 트와이스는 레이어드 되는 스타일의 주얼리들, SS301은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는 안무를 고려했고, BAP는 밝은 콘셉트에 맞는 주얼리, GOT7은 강한 디자인의 실버 주얼리를 보냈다. 특히, BAP 대현씨와 SS301 규종씨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이때까지 협찬하면서 대현씨처럼 주얼리를 많이 착용하는 분은 처음 봤다. 그리고 많은 아이템을 공식 석상에서 잘 보이도록 연출해줘서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남았다. 다른 스타일리스트팀에서도 대현씨가 자주 착용하는 아이템들을 다 알아볼 정도다. 특히, 어떤 반지를 연습할 때도, 무대에서도, 밥 먹을 때도 착용한 뒤에 그 사진을 다 SNS에 올려줬다. 그것을 보고 어떤 팬 분께서 그 반지를 그려서 내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 반지는 BAP 지난 앨범 ‘Young, Wild & Free'때 협찬한 것인데 대현씨가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이번 투어까지 쓰시라고 말씀드렸다.(웃음) 규종씨는 무대마다 반지가 유난히 잘 보였다. 이번에 콘서트에 초대해주셔서 갔는데 콘서트에서도 반지가 너무 잘 보였다. 일부러 잘 보이도록 신경 쓴 것이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감동받았다. 그렇게 신경써주시니까 많은 사람들이 주얼리를 보게 되고 주얼리가 예쁘다는 말들이 나온다. 두 분의 주얼리에 대해서 유독 많은 칭찬을 듣고 있다. 고맙고 좋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신경써주는 마음 때문에 디자이너는 좀 더 좋은 디자인을 해주고 싶어지고 아티스트는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을 받게 되니까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되고 있다. 트와이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V앱 촬영할 때도 꼬박꼬박 주얼리를 착용하고 사진을 보내준다. 트와이스는 오디션 프로그램 식스틴 때부터 쭉 협찬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음악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모습들에 괜히 나도 뿌듯하고 기쁘다. EXID, AOA, 포미닛 현아 씨도 계속해서 함께 일하고 있다. 함께하는 가수 분들과 스타일리스트 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Q. 브랜드가 연예인에게 협찬하는 이유는 협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함이다. 민휘아트주얼리는 하는 일은 굉장히 많은데 그에 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거나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 중에서 부업으로 우리 디자인들을 판매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시라고 한다.(웃음)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하는 것이 재밌어서 판매나 마케팅보다 디자인 일에 집중하게 된다. 어차피 디자인을 하려면 대상과 상황을 상상해야 하는데 매번 새로운 모델과 콘셉트가 실제로 주어지니까 재밌게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케이팝 등 방송일과 관련된 디자인을 많이 의뢰받고 있는데 방송일은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리 예쁘고 완성도 있는 아이템이라도 시간 내에 안 나오면 소용없다. 시간 내에 일을 제대로 못해내면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일이 가장 싫다. 이런 성격이 방송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급박한 시간을 두고 의뢰가 와도 한 번도 펑크 낸 적이 없다.

 

Q. 앞으로 판매나 마케팅과 관련된 계획은 없나?

A.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BAP, SS301, 틴탑, GOT7, AOA 다 해외 일정이 잡혀 있다. 일본, 중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지에서 한국에서 활동했던 곡들로 공연한다. 그 때 주얼리 역시 한국에서 착용했던 것들로 착용한다. 같은 착장이 계속해서 보여 지니까 팬아트에 주얼리가 같이 그려지고, 주얼리를 사고 싶어 하는 외국 팬 분들도 있다. 내가 따로 판매할 수도 있지만, 책임감이 없으니까 잘 안 하게 된다. 근데 이번에 드라마의 경우에는 제작사와 함께 MD 상품을 구성하게 되니 책임감이 생겨서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그래서 모두에게 좋은 판매채널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수입이 많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근데 매니지먼트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새로운 수익구조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외국 팬들은 특히 옷이나 주얼리 같은 패션 아이템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공연 때마다 판매하는 MD 상품들을 봤는데 지금은 천편일률적인 아이템들이 많아서 팬들도 소장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무대에서 실제로 착용했던 디자인을 활용한 MD 상품을 개발해서 실제 착용한 멤버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사실 이 이야기를 구체화 시키려고 했었다. 2년 전 쯤에 제작에 참여했던 아이돌 그룹의 일본 팬미팅 자리에 갔었는데 그 때 한국과 일본 매니지먼트와 이야기를 해봤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는데, 착용하는 연예인 당사자에게까지 수익을 준다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잘 안됐다. 근데 나는 그 부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얼리를 많이 착용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갔으면 한다.(웃음) 어차피 없는 수익을 창출하는 개념이니까 서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만들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일도 오래 갈 수 있다.

 

Q.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

A. 가 드라마와 영화, K팝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일하고 있다 보니 무대 장신구를 맡았던 아이돌 그룹 멤버를 드라마 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하고, 사극 영화에서 만났던 연기자를 현대물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등 많은 분들과 일이 계속 된다. 더불어서 한국의 아름답고 새로운 문화를 같이 만들어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요즘에는 내가 참여하는 작품의 해외 일정이 많으니까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 '보보경심: ’, ‘화랑 : 더 비기닝’, 영화 묘성인이 한국만을 위해서 제작되고 있는 작품들이 아니다 보니까 작품 제작 이후에도 새로운 해외 프로모션들이 다 잡혀 있다. 모든 작품에서 장신구가 중요하게 다뤄지다 보니 제작사 측에서 장신구에 대한 마케팅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

 

내가 이번에 디자인에 참여한 아이돌 그룹들도 이번 한국에서 발매했던 음반으로 외국에서 프로모션 활동 중인데, 한국 활동 때 착용했던 장신구들로 해외의 무대들을 꾸미고 있다. 착용 사진들을 받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단순히 외국에서 한국의 노래나 주얼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국의 콘텐츠를 알리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서 고맙고 자랑스럽다.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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