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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오세혁 연출과 이진욱 음악감독의 피아노 선율만큼이나 아름다운 ‘감동人들’

라흐마니노프의 박유덕·안재영, 달 박사 김경수·정동화 그리고 HJ컬쳐 한승원 대표
‘나나흰’의 강필석, ‘톡톡’ 서현철,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의 김광보 연출
이진욱 음악감독 대본·작곡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이야기, 오세혁 연출과 함께 무대 올릴 계획

입력 2017-02-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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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이진욱 음악감독(왼쪽)과 오세혁 연출.(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레미제라블’이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작품을 보면 혁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는 뮤지컬 같아요. ‘연극은 언어가 주는 진중한 맛이 있다면 뮤지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음악이 주는 힘이나 메시지가 엄청 큰 것 같아요.”

‘늙은 소년들의 왕국’ ‘보도지침’ ‘톡톡’ 등 연극 대본 집필은 물론 각색, 연출까지를 아우르다 2016년 ‘라흐마니노프’ ‘나와 나타샤의 흰 당나귀’(이하 나나흰)로 뮤지컬 연출로까지 영역을 넓힌 오세혁 연출은 연극과 뮤지컬의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러시아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박유덕·안재영)와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김경수·정동화)의 일화를 다룬 뮤지컬 ‘라흐마니노프’(2월 4~3월 12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가 재연으로 돌아왔다.

‘교향곡 1번’(Symphony no.1) 혹평 후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라흐마니노프가 달 박사를 만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2)을 작곡하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는 작품의 이진욱 음악감독은 1월 16일 열린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음악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출님이 리액션이 좋으시잖아요. 진짜 좋으면 눈이 두배로 커지고 점점 얼굴이 앞으로 와요. 되게 솔직한 분이죠. 저희는 연출님을 뮤지컬 연출계의 유재석이라고 해서 ‘오느님’이라고 불러요.”

이진욱 감독의 우스갯소리에 오세혁 연출이 “유느님과 비교하시면 제가 너무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거 같다”고 대꾸한다.


◇영국스타일 정동화와 품격 김경수의 달 박사, 야성 박유덕과 원초적인 안재영의 라흐마니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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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니콜라이 달 박사 역의 정동화(왼쪽)와 김경수.(사진제공=HJ컬쳐)

 

“(정)동화는 휴 그랜트 같은 느낌이에요. 너무 잘하죠”

장점 많은 배우들과 함께 해 마냥 행복하다는 이진욱 감독은 달 박사 역의 정동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 감독의 말에 오세혁 연출은 “영국 스타일의 배우”라고 말을 보탰다.

“확실한 자기 메소드가 있고 깔끔하게 맞아 떨어져요. 계산에 따른 연기지만 억지가 아니라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영국 스타일의 배우죠.”

같은 달 박사 역에 더블캐스팅된 김경수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격이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김)경수의 장점은 눈빛이에요.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어도 격이 느껴지죠. 그래서 경수는 오히려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이 배우한테도 제가 늘 하는 말이 연기를 하지 말라는 거예요. 일부러 뭘 하면 오히려 그 격이 안느껴지거든요.”

오세혁 연출의 평에 이진욱 감독은 “경수는 자꾸 뭘 하려고 하는데 가만히만 있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이 넘친다”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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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역의 안재영(왼쪽)와 박유덕.(사진제공=HJ컬쳐)

 

“(박)유덕이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접한 태가 역력해요. 확실히 음악가스러운 느낌이 있죠.”

이진욱 감독의 말에 오세혁 연출은 라흐마니노프 역의 박유덕에 대해 “짐승같은 배우”라고 표현했다.

“야성이 좀 있다고 해야 하나…기운이나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가만히만 있어도 그 기운이…야수 같죠.”

또 다른 라흐마니노프 역의 안재영에 대해서는 “원초적”이라고 평했다. 이 감독의 “동물같은 느낌”이라는 부연에 오세혁 연출은 “호흡이 변화무쌍하고 매일 다른 공연을 한다”고 덧붙였다.

“엄청 잘할 때도 있고 진짜 이상할 때도 있지만 가장 흥미진진한 배우예요. 제가 제일 가만히 두는 배우죠.”

안재영은 연습과정에서 BG음악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배우기도 하다.

“(안)재영이가 좋은 게 뭘 꾸며서 얘기하질 않아요. 오히려 직접적으로 얘기하니까 전달되는 깊이가 있죠.”

이진욱 감독의 전언에 오세혁 연출은 “공연의 주요 포인트들을 잘 정리한다. ‘나나흰’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나흰’에서도 유승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내를 만들어냈다”며 “재영이는 연극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달 박사, 쯔베레프 선생님, 실로티의 소환, 관객들의 힘
 

2017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포스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사진제공=HJ컬쳐)

“관객분들이 계속 찾아보고 공부를 하곤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세요. 세상 어디에서 어느 누가 달 박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스크바 음악원이 어땠는지, 쯔베레프 선생님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를 고민하겠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지…그분들이 훗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라고 과연 생각했을까요?”

반문 끝에 오세혁 연출은 “이런 관객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요?”라고 다시 한번 반문했다. ‘나나흰’이 공연되는 동안 백석 시인의 시집이 팔려나가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관객들의 힘이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리뷰를 남기고 공부를 하고 심지어 연출과 작가를 찾아와서 토론을 하잖아요. ‘대한민국 관객들이 세계 최고’라는 이윤택 선생님 말씀에 100% 공감하고 있죠.”

이렇게 말한 오세혁 연출은 “끊임없이 탐구하고 토론하려는 마음이 돼 있는 관객을 만나면 너무 좋아서 자꾸 말이 많아져 탈”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초연 ‘라흐마니노프’ 막공(마지막 공연) 때도 어떤 관객이 오셔서 재연에서 많이 바뀌냐고 물어보시길래 ‘저도 뭔가를 더 해볼까 했는데 배우들이 빈 공간을 너무 잘 메우고 계셔서 죄송하지만 재연까지는 그대로 좀 가려고 합니다’ 했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가시는 거예요. 너무 고맙더라고요.”



◇못 말릴 열정의 소유자, HJ컬쳐 한승원 대표
 

HJ컬처  한승원대표 인터뷰3
‘라흐마니노프’ 제작사 HJ컬쳐 한승원 대표.(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HJ컬쳐가 관객분들을 정말 잘 챙겨요. ‘라흐마니노프’ 첫 공연 때 (HJ컬쳐 한승원) 대표님이 저랑 맨 뒤에 앉아 계셨거든요. 공연 내내 ‘여기 잘 안들리지 않아?’라고 하시더니 다음날 바로 좌석 등급을 낮춘다는 공지를 올리셨더라고요.”

오세혁 연출의 목격담에 이진욱 음악감독은 “HJ컬쳐랑 일하면서 폭파시키고 싶은 장소가 한군데 있는데 대학로 인근의 24시간 하는 커피전문점”이라고 털어놓았다.

“작품 준비하면서 거기서 매일 밤샘회의를 했어요. 너무 피곤하고 모기는 계속 물고…새벽 3시 30분쯤인가 졸고 있었더니 대표님께서 졸지 말라고 막 흔들어 깨우시는 거예요.”

이진욱 감독의 폭로(?)에 오세혁 연출은 “하물며 ‘라흐마니노프’ 첫 공연 이틀 뒤가 이 감독님 결혼식이었는데 거기 와서도 작품얘기를 하셨다”고 한승원 대표의 못말릴(?) 열정을 전했다.

“쫑파티 하면서 제가 대표님께 정말 좋은 의미에서 HJ컬쳐는 대학 동아리 정신이 있다고 했어요. 대학교 동아리에서 회의를 할 때는 무조건 밤을 새잖아요. 그런데 또 밤을 새면 의외로 되는 것들이 있어요. 새벽 한두시까지는 괜히 밤을 새고 있나 후회를 하다가도 3시쯤 되면 나오는 것들이 있거든요.”


◇존재만으로도 따스한 ‘톡톡’ 서현철, 연습일지로 감동을 준 ‘헨리4세’ 김광보 연출
 

김광보 연출 인터뷰1
김광보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 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프랑스 사람들이 워낙 말이 많아서 그거만 잘 다듬었어요.”

1월 30일 막을 내린 프랑스 원작의 연극 ‘톡톡’은 오세혁 연출이 각색에 참여한 작품이다. 연극열전의 작품으로 다양한 강박증을 가진 환자들이 쉴 새 없이 호들갑을 떨면서 서로를 위안하는 힐링극이다.

“(연극열전) 대표님도 2, 3년을 고민하셨다는데 아마도 말이 많아서였을 거예요. 게다가 프랑스 코미디가 좀 신경질적이거든요. 따뜻하지 않고 노골적이고 날카롭죠. 그것만 좀 따듯하게 하고 말을 좀 줄이고….”

오세혁 연출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사랑받은 연극 ‘톡톡’의 일등공신으로 배우 서현철을 꼽았다. 대학시절 연극 ‘불 좀 꺼주세요’라는 연극을 보고 팬이 돼버렸다는 서현철에 대한 믿음은 꽤 두텁다.

“어떤 작품도 (서)현철이 형이면 되죠.”

2016년 제26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김광보 연출 역시 오세혁 연출에게 감동은 선사한 인물이다. 연극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이하 헨리4세) 각색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었다.

“사정상 대본만 보내고 한번도 연습실에 가보질 못했는데 단 한마디도 뭐라 하질 않으셨어요. 배우들이 낸 의견을 반영하다 보니 계속 대본을 수정해야 했죠. 그러기를 일주일째 되는 날의 연습일지에 완전 감동받았어요. ‘이제 작가 좀 그만 괴롭힙시다. 기존 대본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어요. 이제 이 대본으로 갑니다. 더 이상의 수정본은 없습니다’라고 써있었어요. 완전 감동 받았죠. 앞으로 김광보 연출님의 요청이라면 뭐든 해야겠다 마음먹었죠.”


◇‘나나흰’의 강필석 “이런 대단한 배우를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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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연출작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출연 당시 강필석.(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강필석, 최연우) 둘 다 의견을 많이 얘기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스케줄도 바쁠텐데 밤마다 문자를 보내와요. 이러면 어떨까요, 저렇게 하면 어떨까요…심지어 (강)필석이 형은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 축하공연 무대도 직접 연출하셨어요. 소나기 소리가 들려온다, 어둠 속에서 시를 읽는다…길게 문자를 보냈죠. 뭐 이런 대단한 배우가 있나 했어요.”

그 시상식에서 ‘나나흰’으로 연출상을 수상한 오세혁 연출은 공연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강필석이 제5회 예그린어워드에서 뮤지컬 ‘아랑가’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음날 ‘나나흰’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우주연상까지 탔으니 얼마나 잘할까 했는데 흥분하셨는지 ‘짱짱짱짱’을 8번이나 하셨어요. 다같이 엄청 웃었죠.”

넘버에 대한 의견이나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강필석에 대해 이진욱 음악감독은 그와 함께 작업했던 김태용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를 떠올렸다.

“가끔 되게 본인 스타일대로 막 부르세요. 그런데 너무 소화를 잘하니까 티가 안나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형이랑 꼭 해야겠다 했죠.”


◇‘보도지침’ 연출까지, ‘늙은 소년들의 왕국’ 일본투어, “우리 배우들 연극에서도 만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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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오세혁 연출.(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2017년에는 (제가 연출하는) 연극에서도 우리 ‘라흐마니노프’ 배우들과 함께 합니다.”

오세혁 연출과 이진욱 음악감독의 2017년은 여전히 분주할 전망이다. 오세혁 연출은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4월에는 대본을 집필한 연극 ‘보도지침’의 연출에까지 참여한다. 5월에는 몸담고 있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이 보름 동안 일본 순회공연에 나선다.

이후 ‘지상최후의 농담’ ‘추적’, 국립극단과 함께 하는 ‘김씨네 편의점’, 서울뮤지컬단과 함께 하는 ‘밀사’, 안산문화재단에서 제작하는 ‘전설의 리틀농구단’ 그리고 ‘나나흰’ 재연과 ‘모래시계’ 초연, 소속 극단의 명랑 가족음악극 ‘허클베리핀’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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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이진욱 음악감독.(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개인 음반발매, 콘서트 등 뮤지컬 하기 전에 하던 일들을 계속 해야죠. 그리고 어느 순간 잘 쓰고 싶은 것들이 생겨서 뮤지컬 몇 가지를 개발 중이에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를 소재로 한 대본 작업 중이라는 이진욱 감독의 말에 오세혁 연출이 “감독님이 대본, 음악을 마무리하면 제가 연출하기로 했다”고 귀띔한다. ‘라흐마니노프’로 시작된 인연은 그렇게 이어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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