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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스마트폰 사용의식에 무관심한 국내 이동통신 3사

입력 2017-04-12 14:58 | 신문게재 2017-04-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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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국도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아기 돼지를 자동차 운전하던 남성이 발견하고는 차에 싣고 집으로 데려온다. 이는 필자가 해외 생활 중 시청한 광고의 내용이다. 광고주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서비스 기업이다. 스마트폰이 인간 세상의 생활 질서를 파괴하는 역작용이 나타나는 시대에 스마트폰 사용자인 인간이 남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해준 광고였다. 광고의 내용이 신선해 귀국하면 한국의 광고와 어떻게 다른지 한번 분석해봐야겠다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최근 귀국해 언론매체를 통해 유심히 살펴본 우리의 광고들은 완전히 달랐다. 필자가 직접 관찰한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광고 총 12편은 “우리 신기술 따라올 자 있으면 나와봐” 하는 류였으며, 천편일률적으로 새로 출시된 자사 신기종 과시에만 치중한 일차원적 광고였다. 어디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공익적인 내용을 담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미풍양속 파괴는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제는 대중교통 수단에서 경로사상은 접하기 힘들다. 젊은이들은 버스 탈 때부터 빈 자리 차지하기에 준비정신이 철저하다. 빈 자리가 있어 보이는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은 빠른 동작으로 버스 입구를 선점한다. 먼저 자리에 앉아 게임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버스에 많은 승객이 서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빈 좌석이 나자마자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자리를 차지한다. 서서 하던 스마트폰 메세징을 앉아서 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무질서와 무례가 판친다. 스마트폰의 역작용은 미풍양속 파괴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대중교통 내에서 오랜 시간 통화로 인해 옆 사람이 겪는 스트레스는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나이든 이들은 자랑스럽게 큰 소리로 통화해서 문제지만 젊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작은 소리로 통화한다고 해도 잡음이 무려 30분 이상 옆에서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그런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무질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탈리아에서도 목격한 장면이 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통화에 열중한 나머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거의 쓰러지다시피 몸을 가누기 힘든 할머니가 옆에 서 있는데도 내릴 때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도 예절 선진국은 되지 못한다는 방증이었다. 이런 류의 사회 무질서는 누군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할 일인가.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무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기 돼지 광고는 바로 영국 것이었다. 영국은 스마트폰 기업들이 사회질서 역작용 개선에 누구보다 앞장 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광고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해주는 바는 고객을 매출 증대 수단으로만 봐왔다는 점이다. 어디에서도 건전한 사회문화 조성에 기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할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3사들은 스마트폰 광고부터 과시형보다는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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