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쁘띠’리뷰+This is Moment] 병 주고 약 주는 ‘지킬앤하이드’처럼…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프랭크 와일드혼, 레슬리 브리커스, 스티브 쿠텐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2004년부터 꾸준히 사랑 받는 한국형 ‘지킬앤하이드’, 조승우·홍광호·박은태, 윤공주·아이비·마틸다 해나, 이정화·민경아 등 출연
‘지금 이 순간’, 콘프론데이션’, ‘얼라이브’, ‘원스 어폰 어 드림’, ‘브링 온 더 맨’ 등 킬링넘버

입력 2018-12-22 18: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JoSU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인간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캐릭터, 헌신적이고 순정적인 약혼녀와 밑바닥 인생을 사는 클럽 댄서, 탐욕스러운 고위층과 종교 지도자 등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면면,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더할 나위없는 호흡을 자랑하는 앙상블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2019년 5월 19일 샤롯데씨어터)는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작품이다. ‘보물섬’으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베스트셀러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를 원작으로 1997년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작곡가와 레슬리 브리커스(Leslie Bricusse) 작가, 스티브 쿠텐(Steve Cuden) 연출이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지킬앤하이드] 그대 향한 길_조승우(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중 ‘그대 향한 길’을 부르는 지킬 역의 조승우(사진제공=오디컴퍼니)
브로드웨이에서는 2001년 이후 공연되지 않고 있는 ‘지킬앤하이드’가 유독 한국에서 사랑받는 데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캐릭터 구축, 인간적인 사연 보완 그리고 이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배우들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정신병을 앓던 아버지처럼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선악을 분리하는 실험에 절실하게 매달리는 지킬(조승우·홍광호·박은태, 이하 관람배우 우선), 그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인격 하이드와의 경계를 서성이면서 혼란과 고뇌 등을 느끼는 주인공 뿐 아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킬의 비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배치됐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성 캐릭터들의 상반된 성향도 ‘지킬앤하이드’의 매력 중 하나다.

지킬을 온전히 믿는 지고지순한 약혼녀 엠마(이정화·민경아), 지킬로 인해 희망을 얻지만 하이드로 인해 다시 절망으로 빠져드는 루시(윤공주·아이비·마틸다 해나) 등이 촘촘하게 엮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를 통해 한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악,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며 부조리한 귀족과 종교인 등 인간 본연의 문제와 사회현상까지 아우른다.

‘지킬앤하이드’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승우, 2008년 1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킬·하이드 역을 꿰찬 후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공연으로 한국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던 홍광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랑켄슈타인’ ‘팬텀’ 등의 박은태 등을 비롯해 이정화, 윤공주, 아이비 등 흥행력과 실력을 고루 갖춘 배우들이 대거 투입됐다.


[This is Moment] 어쩌면 비극의 시작 ‘지금 이 순간’

[지킬앤하이드] 얼라이브_조승우(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중 ‘얼라이브’를 연기 중인 하이드 조승우(사진제공=오디컴퍼니)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이야기, 잘 구축된 캐릭터, 세심한 심리묘사와 하모니에 탁월한 배우들 등으로 구현된 ‘지킬앤하이드’의 만듦새는 절망 속에 살아가는 루시에게 ‘병 주고 약 주는’ 지킬과 하이드 같다.

완성도 높은 만듦새에도 오래 회자되며 익숙해져 버린 이야기, 다소 뻔한 반전, 지나치게 안정적인 무대 등으로 긴박감이나 휙휙 바뀌는 배우의 열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반감되기도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킬앤하이드] 지금 이 순간_조승우 (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금 이 순간’을 부르고 있는 지킬 역의 조승우(사진제공=오디컴퍼니)
그럼에도 한국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 중 큰 몫을 차지하는 이는 누가 뭐래도 2004년 초연부터 유능한 신사인 헨리 지킬 박사와 난폭한 에드워드 하이드로 함께 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다.

더불어 지킬과 하이드로 번갈아 변신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콘프론데이션’(Confrontation)을 비롯해 엠마의 러브테마 ‘원스 어폰 어 드림’(Once Upon a Dream), 섹시한 루시가 남자들의 이중성을 풍자하는 ‘브링 온 더 맨’(Bring on the Man), 날 것 그대로 거친 하이드의 대표곡 ‘얼라이브’(Alive) 등 귀를 사로잡는 넘버들도 ‘지킬앤하이드’ 장기흥행의 일등공신이다.

이 중 최고의 킬링 넘버는 ‘지금 이 순간’(This is Moment)이다.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잘 알려진 곡으로 임상실험에 반대하는 귀족, 유력인사 등 성 쥬드 병원 이사회 구성원들로 인해 위기를 맞은 지킬이 스스로에게 실험할 것을 결심하고 주사를 놓는 장면에서 불리는 곡이다.

비장한 결심에 걸맞는 멜로디로 무장한 ‘지금 이 순간’은 실험에 대한 희망과 확신 그리고 처음으로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신하는 과정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환호를 지르게 되는, 그야 말로 ‘지금 이 순간’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