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10년을 한결같이…뮤지컬 ‘영웅’ ‘잭더리퍼’, 연극 ‘극적인 하룻밤’

한 작품이 10년을 이어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뮤지컬 ‘영웅’(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잭더리퍼’(3월 31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연극 ‘극적인 하룻밤’(오픈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은 2009년 초연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시즌을 이어오며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에서 사랑받는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여덟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안중근 의거 100주기를 맞아 공연된 작품이다. 안중근을 중심으로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설희, 우덕순·조도선·유동하, 링링 등의 이야기로 ‘명성황후’의 유호진 연출, 류정한, 정성화, 김선영, 전미도, 소냐, 조휘, 박해수, 임철수, 조한철 등 현재는 내로라 하는 무대스타들이 대거 출연했었다.
 

뮤지컬 ‘영웅’ 이전 시즌 공연사진(사진제공=에이콤)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영웅’에 대해 관계자는 “설희와 동지 3인, 링링의 캐릭터를 강화했다. 안중근의 조력자이기 이전에 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며 “설희의 넘버가 추가되고 동지 3인과 링링의 행동에 적극성을 부여하며 장면전환이 보다 빠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6개월여의 대장정을 준비하던 ‘영웅’은 지난해 제작사 에이콤 대표이기도 했던 윤호진 연출이 위계질서에 의한 성폭력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광풍에 휩쓸린 데 이어 주인공 안중근 역의 안재욱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초연부터 일관되게 왜색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순항 중인 10주년 ‘영웅’에는 초연부터 함께 해온 정성화, 재연에 합류한 양준모를 비롯해 보다 강력해진 설희 역에는 정재은·린지(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우덕순·조도선·유동하에 김늘봄, 제병진·임정모, 김현진, 링링에 허민진 등이 출연한다. 

1888년 8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의 윤락가 화이트채플에서 최소 5명이 연달아 죽음을 맞은 실제 영구 미제사건을 변주한 ‘잭더리퍼’는 2009년 ‘살인마 잭’으로 초연됐다 2010년 재연부터 제목을 바꿔 10년째 공연 중이다.

뮤지컬 ‘잭더리퍼’(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

왕용범 작·연출로 초연에는 유준상·안재욱·엄기준·김무열·신성록 등 뮤지컬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왕용범 작·연출과 이별한 ‘잭더리퍼’의 10주년 공연은 2010년 재연부터 잭으로 합류한 가수 출신 배우 신성우를 연출로 기용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을 바탕으로 현재는 연출로 활약 중인 민준호와 ‘카포네 트릴로지’ ‘더 헬멧’ 등의 손지윤이 초연 무대에 올랐던 ‘극적인 하룻밤’은 지난 10년 동안 4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난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 10주년 공연에 협력연출로 이름을 올린 이이림(사진제공=연우무대)

스타캐스팅 보다는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고 18세 이상 관람 등급인데다 폐막일을 정해두지 않은 오픈런 연극이라는 데서 ‘극적인 하룻밤’의 10주년은 의미가 깊다. ‘극적인 하룻밤’은 연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나 홧김에 하룻밤을 보내면서 시작되는 한정훈과 정시후의 달콤쌉싸래한 로맨틱코미디다. 

‘극적인 하룻밤’은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극적인 하룻밤’ 관계자는 “가장 큰 변화는 결말”이라며 “열린 결말에서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설정, 내용 등 기본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캐릭터의 직업이 특수학교 체육교사와 출판사 카피라이터로 바뀌었다. 이는 바뀐 결말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를 층층이 쌓아 올려 좀더 탄탄해졌다. 극장이 바뀌면서 정훈이 방 위주였던 무대는 좀더 다양한 공간이 연출된다”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정훈으로 출연했던 배우 이이림이 협력연출로 이름을 올린 10주년 ‘극적인 하룻밤’에는 ‘사춘기’ ‘밀레니엄 소년단’ ‘라틴 아메리카 콰르텟’ ‘인디아 블로그’ 등의 김다흰, ‘그대를 사랑합니다’ ‘6시 퇴근’ ‘컨설턴트’ 등의 김주일,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만이’ 등의 신재열, ‘왕과 나’의 조혜선, ‘국화꽃 향기’ ‘김종욱 찾기’ 등의 정서희, ‘짬뽕’ ‘환도열차’ 등의 권진란 등 신예들이 대거 기용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