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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벌써 다섯 번째 댄버스를 만나다…뮤지컬 ‘레베카’ 신영숙 “차근차근…시간을 거스르는 배우”

입력 2019-11-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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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예전에는 반전, 슬픔 같은 감정이 더 있었더라면 이번엔 분노가 더 많아져서 더 무서워질지도 모르겠어요. 다섯 번째 댄버스를 분석하고 연기하다 보니 슬픔보다는 분노가 더 커졌죠.”

벌써 다섯 번째 뮤지컬 ‘레베카’(11월 16~2020년 3월 1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오를 채비 중인 신영숙은 다섯 번째 댄버스 부인의 특징을 ‘슬픔이 깊어진 분노’라고 밝혔다. 그는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처럼 해보는 연습)에서 부들부들 사지를 떨면서 연기를 했다”며 “슬픔이 깊어지니 분노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의 대표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과 그를 바탕으로 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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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영국 멘덜리 저택의 주인인 막심 드 윈터(류정한·엄기준·신성록·카이,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실종된 그의 아내 레베카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보이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댄버스 부인(신영숙·옥주현·장은아·알리), 막심과 사랑에 빠진 멘덜리 저택의 새 안주인 나(이지혜·민경아·박지연)가 풀어가는 서스펜스 로맨스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돼 올해로 5번째 시즌을 맞았고 신영숙은 모든 시즌에서 댄버스 부인으로 분했다.


◇‘모차르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황금별’에서 시작된 꿈, 현실이 되다

“제 안에 쌓인 삶의 경험들이 캐릭터에 녹아나는 것 같아요. 처음에 할 때는 노래를 파워풀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이코 역할에 초점을 맞춰 외면적인 면을 중점으로 했다면 다섯 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어 신영숙은 “매번 미리 연습된 눈빛, 손동작 등을 하다 보니 댄버스의 마음과 감정들을 좀 더 깊숙이, 디테일하게 파고들게 됐다”며 “내외적인 부분이 맞닿아 시너지를 내면서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관객은 물론 스스로도 대표 캐릭터로 손꼽는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과의 인연은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또 다른 콤비작 ‘모차르트!’에서 시작됐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으로 분하며 대표 넘버의 이름을 딴 ‘황금별 여사’로 사랑받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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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맨 처음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오리지널 영상을 찾아봤어요.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라고 시작하는 파워풀한 넘버의 멜로디에서 중독성이 느껴졌죠. 제 음색으로 이 노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모차르트!’ 당시 르베이 작곡가가 ‘서늘하면서도 센 음색이 댄버스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힌트를 주셔서 (댄버스 역할에 대해) 더 꿈을 꿀 수 있었죠.”

이렇게 전한 신영숙은 “제 상징이 ‘모차르트!’의 ‘황금별’이라면 ‘레베카’는 꿈을 심어준 작품”이라며 “댄버스는 처음엔 도전이었지만 너무 재밌고 2막에선 숨소리도 안들릴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멋진 역할”이라고 말을 보탰다.


◇무대 뒤 20여분의 고군분투, 등장부터 긴장하게 만드는 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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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등장부터 몸이 너무 긴장돼요. 역할 자체도 긴장상태여서 제 몸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야 하죠. 날선 상태로 노래를 하다보면 목에 핏줄이 설 정도예요.”

뮤지컬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은 20분을 훌쩍 넘기고서야 처음 등장한다. 그 등장 자체로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발휘해야하는 데 대한 책임감과 중압감은 신영숙 스스로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가게 된다.

“특히 2막 1장(댄버스의 속내를 깨달은 나와 레베카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 댄버스가 팽팽히 맞서는 ‘레베카’ 넘버)은 너무 상징적인 장면이에요. 노래와 함께 몸이, 무대가 움직이면서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내는데 마법인가 싶어요.”

2막의 ‘레베카’에 대해 다시 한번 “정말 멋진 장면”이라고 강조한 신영숙은 그 장면에서 극이 끝나고서야 나올 듯한 박수가 나온다. 1막에서 ‘레베카’ 넘버를 부를 때랑은 다르게 승리에 만끽된 상태라 즐기면서도 막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댄버스는 뭘 해서가 아니라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를 경직시키는, 불편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에요. 확고하지만 잘못된 신념이 만들어낸 병적인 집착, 모남, 불편함, 왠지 모를 스산함 등이 대사나 동작, 연기 등이 아니라 등장만으로 절로 드러나야 하죠. 20분이 넘어서야 등장하지만 그 전까지 군인처럼 몸도, 걸음걸이도 댄버스의 상황과 감정, 분위기를 유지하려 노력하게 돼요.”

그렇게 5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신영숙은 “매 시즌, 매 공연마다 조금씩 더 쌓이는 게 저 스스로에게도 느껴진다”며 “절정에 이른 댄버스는 여전히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 관객들이 우스갯소리로 “에어컨 온도를 더 낮췄나” 싶게, 등장만으로도 서늘한 댄버스는 신영숙이 무대 뒤에서 벌이는 20여분 간의 부단한 고군분투로 여전히 만들어 가는 중이다.


◇4인 4색 전혀 다른 댄버스, 옥주현·장은아·알리 그리고 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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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옥주현 배우와는 3번이나 댄버스를 같이 했고 ‘엘리자벳’도 같이 하다 보니 친밀해요. 서로의 장점들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사이죠.”

신영숙은 2013년 초연부터 2014년, 2017년 그리고 올해까지 4번째 댄버스, 올해 공연됐던 ‘엘리자벳’의 타이틀롤을 함께 한 옥주현에 대해 “명실상부한 뮤지컬 배우”라며 “댄버스를 엄청 빛나게 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장은아 배우는 여러 작품에서 강력하고 파워풀한 목소리와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 요즘 급부상 중인 댄버스예요. 알리 배우는 위대한 것 같아요. 출산 후 한달 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엄마여서 뿜어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죠.”

그리곤 알리에 대해 “대단한 에너지, 정신력의 소유자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잘 나오는 것 같다”며 “네명의 댄버스가 전혀 다른 색”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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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저는 존재감이 무거운 댄버스인 것 같아요. 런스루를 하면서 앙상블들이 ‘소름이 끼친다’고 했는데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을 같이 하는데다 경력과 연륜에서 나오는 무거움이 있지 않나 싶어요.”


◇흉내 아닌 진짜 사랑과 감정들을 위해

“사실 극에 나오거나 대사로 설명되진 않지만 댄버스와 레베카에 대한 저만의 전사들이 섬세하게 있기는 해요. 레베카의 어머니는 여배우였고 댄버스의 엄마가 서포트를 하면서 레베카와 댄버스는 어려서부터 함께 성장했다 식이죠. 레베카를 어려서부터 보필했다고 대사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산 것처럼 하려고요.”

댄버스가 되기 위한 신영숙의 노력은 극 어디에도 없는 ‘레베카와 댄버스의 전사’를 만드는 것 뿐 아니다.

 

신영숙의 전언처럼 “댄버스가 너무 사랑하는 레케카를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에 이입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고로 잃거나 한 마음 아픈 뉴스들을 굉장히 자세히 보는 편”인가 하면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흉내가 아닌, 진짜 고통이 연기로 승화될 수 있도록 아픈 마음을 굉장히 많이 담는 편”이기도 하다.

“방명록, 편지지, 명함 등을 소개할 때 대사가 아니라 그 물건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 너무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들에 대한 감정 등을 담아요. 내(댄버스)가 너무 사랑하는 레베카가 있던 방을 소개하는 호흡과 감정들을 통해 레베카에 대한 사랑과 상실감을 사실적이고 진실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차근차근, 시간을 거스르는 배우 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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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댄버수 부인 역의 신영숙(사진제공=EMK)

 

“댄버스는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을 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막심이나 나와의 호흡 보다는 배우들마다의 차별된 매력들이 기대되는 것 같아요. 특히 돌아온 막심 류정한 선배가 반가워요.”

2019년 ‘레베카’에 새로 합류하거나 다시 돌아오는 출연진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신영숙은 특히 초연 이후 다시 돌아온 배우 류정한에 대한 반가움을 전했다.

“막심은 멘덜리 저택의 주인이자 귀족으로서 그만의 고급스러움이 있어요. 연기만으로는 쉽지 않은, 걷기만해도 귀족스러움이 묻어나야하죠. (루)정한 선배 자체가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거든요. 초연 이후 복귀여서 더 기대되고 반갑게 느껴져요.”

‘웃는 남자’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맘마미아’ ‘레베카’까지 신영숙은 배우로서 때 늦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지금에 대해 “정점에 올랐다는 생각은 안하고 살고 있다”는 신영숙은 스스로를 “시간을 거스르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앙상블부터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 40대에 와서 주연을 더 많이 맡고 있잖아요. 의도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의 여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는 것 같기는 해요. 20대부터 크든 작든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창피한 게 없어야 한다’ 였어요. 부족하면 노래, 연기 선생님을 찾아갔죠. 아무리 작은 역할일지라도 확신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가고 싶었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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