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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스무살·1000회 맞은 개콘, 자축보다 겸허한 반성의 시간

입력 2019-05-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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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출연자와 제작진 (사진제공=KBS)

 

KBS 2TV ‘개그콘서트’가 19일 방송 1000회를 맞는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내보낸 ‘개그콘서트’는 20여 년 시간동안 1천 500개 이상의 코너를 내보내며 시청자들의 일요일 밤을 책임져 온 프로그램이다.

전성기 때는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공개코미디를 관람한 관객만 90만명에 달하며 숱한 유행어를 양산했다. ‘개그콘서트’가 마무리할 시점이면 직장인과 학생들은 한주의 시작을 체감하며 ‘월요병’(월요일마다 피로가 느껴지는 증상)에 몸부림 치곤 했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에 힘입어 SBS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MBC는 ‘개그야’ 등을 제작하며 한동안 방송가에 공개코미디 붐이 일기도 했다.

공개 코미디의 원조이자 단일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최장수 방송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지만‘개그콘서트’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개콘 1천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개그콘서트’의 원로들은 “‘개그콘서트’가 초심을 찾았으면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개그콘서트’ 창립멤버인 전유성은 “초창기 성공은 대학로에서 검증된 코너를 TV로 가져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검증이 없어져서 나태해지고 식상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에서 재밌다는 칭찬을 듣던 친구들이 방송국에서는 지적을 받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유성은 “20년 시간이 지나는 동안 PD가 숱하게 바뀌었는데 나한테 조언을 구하는 PD가 한 명도 없었다. 나도 아이디어를 보탤 수 있다”고 서운함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가 재미없어하면 (방송이)없어지고 재미있으면 오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창립멤버인 김미화는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분들이 식상하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인들이 노력하고 시대에 맞춰 새로운 요소로 공연해보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청자들의 인권 감수성이 예민해지면서 코미디 소재가 제한되는 것도 ‘개그콘서트’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신봉선은 “10년 전 선보인 코너는 지금 무대에 올리지 못한다”며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강유미도 “과거에는 외모 비하 개그나 풍자개그를 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개그를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후배들에게)마음껏 펼치라고 하고 싶다“” 조언했다.

원종재 PD는 “과거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내보내던 가학성, 외모 비하같은 소재는 최근 사용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못생긴 개그맨을 뽑을 수도 없다.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원PD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부진에 대해 “과거에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개그콘서트’는 연출자의 힘이 아니라 전적으로 코미디언들의 힘이니 그들의 저력을 믿고 맡길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선후배 개그맨들이 똘똘 뭉쳐 ‘개그콘서트’를 살리자고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물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형근PD는 “코미디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도 공영방송의 책무”라며 “지상파 방송의 제한과 검열을 깨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결국 ‘사람을 웃기는 것’이 코미디의 본질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에는 김병만,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등 ‘개콘’ 출신 스타들이 출연, 후배 개그맨들과 레전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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