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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각자 방향으로 가는 시대의 ‘보도지침’…한명 한명이 작은 언론!

1986년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584건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극 '보도지침'
오세혁 작·연출, 박정복·이형훈, 조풍래·기세중·강기둥, 오정택·손유동, 안재영·권동호, 윤상화·장용철, 최영우·장격수, 이화정·김히어라 출연

입력 2019-05-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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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
연극 ‘보도지침’ 김주혁 역의 박정복(오른쪽)과 김정배 강기둥(사진제공=인사이트)

 

“지난 시즌이 공연되던 때와는 달리 현재는 각자의 방향으로 가는 시대여서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14일 대학로 TOM2관에서 진행된 연극 ‘보도지침’(7월 7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오세혁 작·연출은 2017년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해 “서로의 생각, 세계관, 가치관, 언론관이 다른 각자의 방향”을 언급했다.

이어 “이 작품을 처음 공연(2016년)하던 시기는 지난 정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였다”며 “당시에는 할 말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세상이 달라졌고 이제 할 말은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나 말을 할 수 있지만 누구 말을 들어야하고 누구 말이 옳은지를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고민했습니다. 더불어 말 한마디가 얼마나 감당과 상처를 견뎌오면서 나오게 됐는지를 살펴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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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김주혁 역의 이형훈(왼쪽)과 황승욱 손유동(사진제공=인사이트)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584건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꾸린 작품이다. 김주언 기자를 캐릭터화한 김주혁, ‘말’을 극화한 ‘독백’ 편집장 김정배의 보도지침 폭로사건을 두고 변호사 황승욱, 검사 최돈결, 판사 송원달 등이 벌이는 법정공방을 담고 있다.

연극은 보도지침 폭로 사건으로 격돌하는 김주혁·김정배·황승욱·최돈결을 같은대학 연극반 동기로 설정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김주혁 역에는 이형훈·박정복(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이 번갈아 연기하고 김정배는 강기둥·기세중·조풍래, 황승욱은 손유동·오정택, 최돈결은 안재영·권동호, 송원달은 윤상화·장용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남자와 여자는 최영우·장격수와 이화정·김히어라가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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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최돈결 역의 안재영(왼쪽)과 황승욱 오정택(사진제공=인사이트)

 

오세혁 연출은 “인물들이 동시에 말하는 장면이 바뀌었다. 언론은 말에 대한 이야기다. 한명 한명이 작은 언론이라는 설정을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지난 시즌에서는 해야할 말을 정확하게 보여주려고 했다면 이번엔 날을 세우고 부딪쳐서 다 펼쳐보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혁 역의 박정복은 “공연을 할 때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에 집중한다. 이번엔 언론의 역할과 그것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설명되는 게 좋은가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했다”며 “각자 언론관과 지금 정권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보려했고 실제 사건이 있었던 80년대와 이 시대를 어떻게 접목시킬까를 찾아보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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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김정배 역의 조풍래(왼쪽부터)와 최돈결 권동호, 황승욱 손유동(사진제공=인사이트)

 

조풍래는 “김정배가 (보도지침 사건이 있었던) 그 시대의 눈으로 바라봐야할까 2019년의 눈으로 바라봐야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그 시기와 현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방식만 달라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자신이 택해야할 정보를 빠르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국민들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오세혁 연출은 눈여겨볼 대사에 대해 “지난번 시즌에서는 정배의 ‘숨 좀 쉬게 해달라’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였다”며 “이 대본의 바탕이 되는 법정기록들이 있는데 읽을 때마다 와닿는 것들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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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사진제공=인사이트)

 

“이번 시즌에서는 마지막 김주혁의 최후독백에서 ‘보도지침 파일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꽂혀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는 말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민주주의라는 거대담론도 필요하지만 연극을 만드는 과정, 일하는 현장에서의 대우·조건이 올바르게 되는 것, 가족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사는 것,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서 사는 것 등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에는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외침이 꾸준히,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송원달 역의 장용철이 서울연극협회 임원으로 있을 때 만든 표어다.

“연극은 ‘햄릿’에서 나오듯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대신 다 들어가면 좋겠어요. 영화, 무용, 기사 등도 될 수 있죠. 언론이야 말로 정신적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외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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