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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힐링무비의 선구자 오기가미 나오코, '힐링'을 거부하다

[人더컬처]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심사위원 맡은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대표적인 친한 감독으로 유명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내한해 환경 영화제 심사위원 맡아
인간의 이기심과 수려한 영상미 돋보이는 수작 많아
힐링무비의 창시자보다 인간관계의 확장 주목하는 감독으로 불리고파

입력 2019-05-28 07:00 | 신문게재 2019-05-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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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감독이 될 수 있었다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그는 “분리수거를 꼼꼼히 하고, 물건을 많이사지 않는 행동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영화제)

 

“힐링무비의 선구자? 사실 ‘힐링’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영화 ‘안경’ ‘카모메 식당’으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가진 오기가미 나오코(47)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제16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심사위원 자격으로서다. 이미 무주산골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등 국내 영화제의 단골손님인 그는 이번에도 한국을 찾아 영화삼매경에 빠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로 한 날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터라 그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정말 축하합니다. 작년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받으셨죠. 아시아 감독들의 약진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살짝 질투도 나긴 하지만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했던 25년 전이나 최근 몇년까지도 아시아 영화가 그렇게 대우받지 못하는 시대였어요. 변화된 아시아 영화에 대한 시각과 더불어 보수적인 유럽영화계를 매료시키는 영화적 기발함에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때
자신의 연출작 대부분을 직접 쓴 시나리오로 작업하는 그는 하루에 평균 6~7시간이 넘는 시간을 창작 시간에 보낸다고. 오기가미 감독의 최근작은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

오기가미 감독은 음식과 동물을 소재로 조용하고 느린 영화를 주로 찍어왔다. 해외 평단과 국내 팬들은 그런 감독의 작품에 열광했고 ‘슬로 무비’라는 장르가 파생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사실 저란 사람이 쌍둥이 어린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고 도쿄에서 바쁘게 사는 입장이라 그런 표현이 참 민망하다”면서 “굳이 그런 구분보다 인간관계와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는 감독으로 봐달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도 한국의 음식, 사우나 문화, 도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오기가미 감독은 올해 환경영화제를 위해 개인 일정을 대폭 줄였다. 심사위원인 만큼 오롯이 영화를 제대로 보겠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하는 환경실천은 말하기도 민망해요. 분리수거를 꼼꼼히 하고 검소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뭐든 안 남기고 뭔가를 사지 않는 것이 나름의 실천이랄까요. 올해 영화제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이 엄청나게 무서울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도 있고 여러 모로 수작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오기가미 감독의 영화를 온도에 비유하자면 사람의 체온에 가장 근접하다. 36.5도의 따듯한 영상에는 기발함도 깃들어 있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만나게 된 외할머니와의 소통을 다룬 ‘토일렛’과 다양한 1인 가구들의 삶을 고양이와의 동거로 풀어낸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부터 휴대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독신녀의 황당무계한 민박집 투어를 그린 ‘안경’ 등이 그렇다. 

 

최근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한 단계 더 성장한 관계에 접근한다. 트랜스젠더 애인을 둔 외삼촌과 어린 조카의 소통을 담은 이 영화를 두고 그는 “인생 2막을 열게 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제 영화가 누군가의 위로가 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단 한번도 그것을 겨냥하진 않았어요. 저는 사람과의 관계에 ‘열린 시선’을 다루고 싶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그 주제를 가지고 계속 매진하고 싶어요. 차기작으로는 고독사한 아버지의 유골함을 받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한일합작영화도 기회가 되면 찍고 싶어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배우가 아주 매력적이어서 꼭 한번 작업하고 싶네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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