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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사회의 반영, 흥미로운 대본, 한국어 아리아, 웰메이드 음악…그 합은? 오페라 ‘텃밭킬러’

서울시오페라단이 2012년부터 시작한 창작워크숍 ‘세종 카메라타’ 개발작 ‘텃밭킬러’,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열여섯 번의 안녕’에 이은 세 번째
오페라판 '기생충' 지향하는 부조리극, 이경재 예술감독, 안효영 작곡가, 장영아 연출, ‘텍사스 고모’의 윤미현 작가, 정주현 지휘자 참여

입력 2019-07-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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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텃밭킬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 땅에 발 딛고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구둣방을 옥상까지 끌고 올라간,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오페라 ‘텃밭킬러’(7월 3~6일) 프레스콜에서 장영아 연출은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텃밭킬러’는 서울시오페라단이 2012년부터 시작한 창작워크숍 ‘세종 카메라타’ 개발작으로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열여섯 번의 안녕’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할머니 골륨(신민정·김보혜, 이하 공연일자 순) 입속의 금니 3개가 전재산인 가족, 남의 집 텃밭에서 딴 채소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텃밭킬러’는 연극 대본을 바탕으로 한국어로 노래하는 성악가를 만날 수 있는 창작오페라로 이경재 예술감독, 안효영 작곡가, 장영아 연출, ‘텍사스 고모’의 윤미현 작가, 정주현 지휘자가 참여했다. 늘 술에 취해 전쟁을 기다리는 진로(장철·김재섭), 결혼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는 청년(석정엽·조철희)과 아가씨(이세희·윤성희), 비싼 점퍼와 포경수술이 전부인 수음(홍종우·도지훈)이 꾸리는 부조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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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텃밭킬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패배자의 마음으로 매일 술을 마시는 진로, 결혼을 하고 싶어도 살 집이 없어 못하는 이 시대의 청년 등 특정한 이름이 아닌 상징하는 단어들로 이름을 지었어요.”

이렇게 설명한 윤미현 작가는 진로가 전쟁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구조적으로 진로가 새로 시작하거나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그럴 바에는 전쟁으로 너도, 나도 없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진로 역의 장철은 “진로는 이 시대의 제 나이 또래 약자를 대표하는 존재”라며 “구둣방을 20년간 해오면서 온갖 수모를 겪었고 배필도 가난을 못견뎌 집을 나간 후 결국 술에 의존하는 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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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텃밭킬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진로는 전쟁을 절대 좋아해서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무서워하죠. 철통같은 구둣방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무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쟁으로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이 다 죽어버리기를 바라기 보다는 그들이 구둣방에 와서 (그곳은 안전하니) 들어가게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짓밟고 모욕하는 마음으로 전쟁을 기다리는 사람이죠.”

안효영 작곡가는 “한국말로 하는 오페라가 많지 않아서 어려웠다. 한국어의 리듬, 어감, 각각의 정서를 잘 표현해야 인물의 심정을 잘 나타낼 수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전체 음절에 음악을 붙이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하는 오페라들은 전체를 음악으로 꾸리지만 대사가 많은 오페라도 많아요. 이제는 오페라의 외연도 넓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안효영 작곡가의 말에 이경재 예술감독은 “독일 초기의 징슈필(Singspiel, 노래연극) 등 대사가 많은 오페라들도 있다”며 “대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음악으로 이어지게 하는 제안으로 앞으로 오페라가 나아가야할 다양한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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