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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상중이란 배우, 우리가 몰랐던 아재

[人더컬처] 영화 '나쁜 녀석들' 김상중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나쁜녀석들:더 무비'의 오구탁 반장으로 5년만의 영역 확장
시한부 삶 사는 전설의 형사 역할로 원샷원킬의 총기액션 선보여
연극과 영화, 드라마 넘나드는 비결,현장 분위기 좋게 만드는 아제개그 덕분. 후배 양성하고파

입력 2019-09-10 07:00 | 신문게재 2019-09-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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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인터뷰2

 

배우에게 5년 전 캐릭터를 다시 맡아달라고 하면 득일까 실일까. 김상중은 이에 대해 “희열감을 느꼈다”고 단언했다. 지난 2014년 방영돼 OCN 드라마의 부흥을 이끈 ‘나쁜 녀석들’은 장르의 확장면에서 기념비적인 영화다. ‘범죄자들이 더 나쁜놈을 잡는다’는 기본 플롯 아래 19금을 넘나드는 폭력, 살인, 노출이 묻힐 정도로 통쾌한 한방을 제대로 날리는 작품이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양산한 이 드라마는 시즌2까지 방영된 데 이어 드라마를 보지 않고도 충분히 이해가능한 15세 관람가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재탄생했다.

“진담반 농담반으로 드라마 촬영하면서 ‘액션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좀더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면 진짜 멋진 영화 한편 제대로 나올 것’이라고 (마)동석이랑 이야기 하곤 했어요. 그게 현실이 된 거죠. 역할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편인데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한다고 했습니다.”

 

김상중
극중 원샷원킬의 총기 액션을 보여주는 김상중.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원작에서 김상중은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은 경찰이다. 인신매매조직에 의해 딸을 잃고 수감 중인 범죄자가 흉악범을 잡는 극비 프로젝트인 ‘특수범죄수사과’를 만들어 범죄를 소탕하는 데 앞장선다. 까칠한 말투와 눈빛이 구부정한 체구와 맞물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영화에서는 암 투병을 하며 시한부 삶을 살지만 악질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다시금 현장에 투입되는 브레인으로 활약한다.

“거기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어요. 촬영 당시 목 디스크가 심해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어요. 거북 목에 뭔가 불편한 걸음걸이가 절로 나왔는데 그것마저도 사람들이 연기인 줄 알더라고요. 이후 수술을 통해 좋아졌는데 이번엔 하필 간암 말기 설정이라 생기라곤 없이 가야 했어요.”

김상중인터뷰1

연극무대를 통해 데뷔한 김상중은 유독 다양한 장르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드라마 대모 김수현 작가를 통해 아내의 친구를 사랑하는 나쁜 남자였다가(‘내 남자의 여자’) 자신의 오른팔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나는 전직 보스(영화 ‘투사부일체’), 홍상수 감독을 통해 속물적인 대학교수부터 누군가의 선배까지 옴므파탈과 코미디, 독립영화까지 김상중의 필모그래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조심스런 말이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사회에서는 명퇴를 할 혹은 경제적으로나 커리어적으로 힘든 남자들이 많은 시대잖아요. 그럼에도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대중의 환호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사실은 5년만에 원했던 캐릭터를 하게 돼서 기쁜 마음에 시나리오를 펼쳤는데 ‘아프다’는 설정에 맥이 좀 빠지긴 했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다잡은 건 아마도 그 간의 경험들이 저에게 준 의연함 덕분인 것 같아요.”

김상중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맡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의감’이란 단어로 정리했다. 드라마에서 딸을 잃은 부성애가 작품을 관통했다면 5년의 시간이 지나 노쇠한 오구탁이 죽어감에도 정의감의 DNA를 불사른다는 설정으로 접근했던 것. 그는 “액션을 크게 담당하지 않았지만 총기 액션을 할 수 있어서 신났다”고 말했다.

“경찰로서 당당하게 총 쏘는 장면을 보여주는 쾌감이 있어요. 명색이 형사이자 공무원으로 같은 공무원에게 쏴대는 대사들도 짜릿 했죠. 극중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받으면 예의 좀 차려라’ ‘물지도 못할 거라면 짖지도 말던지’ 같은 말들이 요즘 같은 시대에 분명 통쾌한 지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김상중은 오랫동안 사건추적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의 MC를 맡아왔다. 매회 나오는 대사인 ‘그런데 말입니다’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중에게 사건의 의문점을 제시하는 역할로 각인돼 왔다. 배우로서는 자칫 이미지가 고정될 수도 있지만 그가 이 프로그램을 애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상중인터뷰4

 

“그 프로그램을 통해 늘 뭔가를 제시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오래 했습니다. 지금도 초중학교 학생들은 제 이름보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나간다’고 소리를 쳐요. 차마 설명하지 못한 사건들, 마무리 되지 못한 주제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프레임에 갇힌다는 단점? 아이러니한 대답이지만 연기에 도전하며 답을 찾습니다. 무엇보다 공론화 시키는 데는 선수지만 시원한 한방을 주지 못한 아쉬움을 ‘나쁜 녀석들’의 오구탁을 통해 풀 수 있잖아요. 정말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그는 요즘 연극 ‘미저리’로 17년만에 무대에 서고 있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느낌이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연극을 하는 건 그동안 운 좋게 넘어갔던 나의 바닥을 드러내고 수치스러움을 느끼기 위해서”라며 “그 바닥을 통해 더 힘껏 다시 올라갈 힘을 얻고 싶다” 속내를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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