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영화 '살인의 추억' 진범, 콩밥 먹고있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 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부실 수사의 덫인가, 과학 수사의 눈부신 발전인가. 33년만에 미제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로 인해 관련 영화와 시사 프로그램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과거 이춘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했으나 정작 경찰 용의선상에서는 빠졌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춘재는 화성 일대에서 태어났으며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에도 화성에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찰은 6차 사건 이후 이춘재를 사건의 용의자로 보기 시작했다. 6차 사건은 1987년 5월 9일 오후 3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한 야산에서 주부 박(당시 29세)씨가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후 경찰은 탐문, 행적조사 등을 통해 이춘재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를 불러 조사했다.

주민 진술 등 첩보를 통해 그를 의심한 경찰은 지휘부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지만 족적과 혈액형이 달라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과학수사 기술로는 6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 등 증거물이 그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경찰은 8차 사건과 10차 사건이 일어난 뒤 두 차례 더 이춘재를 불러 조사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이춘재는 10차 사건 후 2년 9개월이 지난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후 과학 수사의 눈부신 발전으로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살인 사건을 제외한 9차례 사건 가운데 5차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가 알려진 18일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이춘재는 2차 조사에서도 자신과 화성 연쇄살인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를 통해 50대인 1971년 이전에 태어난 B형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임을 암시한 대목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것. 주연 배우였던 김상경은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된 것에 대해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어떤 기자분이 ‘왜 지나간 미제 사건을 굳이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라고 답했다”면서 “억울한 피해자 분들과 가족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진심으로 빈다”고 전했다.

한편 SBS는 28일 “‘그것이 알고싶다’가 2주에 걸쳐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심층 분석해 방송한다”고 밝혔다. 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당시 현장 상황과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범인의 정체를 추적한다. 더불어 2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춘재의 얼굴을 공개해달라는 청원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청원인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공익을 위해 필요하거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증거가 있을 것, 그리고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의 요건을 충족하면 범죄자의 이름, 얼굴, 나이 등 신원 공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씨가 현재 복역 중이고 용의자 신분인 점을 들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