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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크러쉬 “제 음악의 방향성을 찾고 있어요”

[人더컬처] 두번째 정규앨범 낸 크러쉬

입력 2019-12-10 07:00 | 신문게재 2019-12-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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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크러쉬(사진제공=피네이션)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27)는 최근 2~3년 사이 가장 두각을 드러낸 R&B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시청률 20%를 기록한 tvN 드라마 ‘도깨비’의 OST ‘뷰티풀’(Beautiful)에서 들려준 감미로운 목소리를 비롯해 ‘잊어버리지 마’ ‘어떻게 지내’ ‘나빠’ 등의 히트곡은 크러쉬에게 ‘차세대 음원깡패’라는 수식어를 안겼다.

크러쉬는 지난 5일 두 번째 정규앨범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로 다시 한 번 차트 공략에 나섰다. 정규앨범 발표는 5년 6개월만이다. 그 사이 크러쉬는 아메바 컬처에서 가수 싸이가 설립한 피네이션으로 적을 옮기며 변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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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크러쉬(사진제공=피네이션)

12곡을 꽉꽉 채운 이번 앨범은 크러쉬가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하루 일과표를 그린 일종의 ‘생활계획표’다.

 

인트로곡인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로 시작해 ‘웨이크업’(Wake Up), ‘원더러스트’(Wonderlust), ‘티격태격’, ‘선셋’(Sunset), ‘버터플라이’ (Butterfly), ‘이비자’(Ibiza), ‘클로스’(Cloth),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잘자’ 등의 곡들이 하루일과 순으로 수록됐다.  

 

“곡 작업을 하느라 늘 새벽에 잠 들곤 했는데 한번은 일출 직전 새벽 6시쯤 한강 산책을 나갔어요. 동쪽에서 해가 뜨는데 서쪽은 어두컴컴한 모습을 보며 제 인생이 어디쯤 와있나 사색에 잠기게 됐죠. 그렇게 하루라는 테마에 맞춰 시간의 흐름에 맞게 곡을 배치했어요.”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얼론’(Alone)과 ‘위드유’(With You)가 서로 상반된 제목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크러쉬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 곡은 크러쉬의 친누나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노브(nov)가 작사에 참여했다. 크러쉬는 “어린 시절부터 누나와 음악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서로 기대고 의지하게 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얼론’과 선공개곡인 ‘위드유’ 모두 90년대 감성이 듬뿍 배어있다. 특히 ‘얼론’은 코러스와 화음의 조화가 얼핏 가스펠처럼 들리기도 한다. 보이즈투맨 등이 활동했던 90년대 알앤비 뮤지션의 영향이다. 음악을 처음 접하던 중학생 시절부터 90년대 알앤비 음악에 흠뻑 빠졌다는 크러쉬는 3년 전부터 바이닐을 수집하며 아날로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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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크러쉬(사진제공=피네이션)

특히 70~80년대 소울 재즈음악을 들으며 당시 뮤지션들이 어떤 악기를 사용했었는지 분석하고 당시 사운드를 사기 위해 직접 악기를 사들이기도 했다. 

 

로랜드사의 주피터6를 비롯해 그가 레트로 사운드를 찾기 위해 구매한 악기만 8개, 비용은 5~6000만원에 달한다. 크러쉬는 “펜더로즈사의 전자피아노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1971년생”이라고 웃었다. 


“신중현 선생님께서 어느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시대를 선택해서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신적 있어요. 과거 문화를 접해보지 않았지만 당시 감성을 유튜브를 통해 공부한 게 앨범 작업의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21살의 나이에 가수 자이언티를 만나 처음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인 크러쉬는 지난 7년 여간 많은 것을 이뤘다. 하지만 그는 공들여 만든 앨범 작업을 마치며 음악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음악을 하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그는 이런 심경을 공황장애로 고생하던 시기의 감정을 담은 ‘클로스’를 통해 노래했다. 크러쉬는 “당시 내가 소모품처럼 느껴지면서 갑자기 무대 서는 게 무서워졌다. 당시 일기를 토대로 만든 곡”이라며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형들과 함께 음악 하는 게 마냥 즐겁기만 했어요. 그렇지만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이 마냥 계단을 오르기만 하다 2017년에는 결국 음악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제 인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20대가 목적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여행 탑승 수속을 하는 젊은이라면 30대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을까요. 지금 제 목표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음악을 하는 것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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