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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산 코로나 백신은 세계를 구할까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백신 선도국 인도 (상) 인도산 백신은 세계를 구할까?

입력 2021-02-15 07:00 | 신문게재 2021-02-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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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을 아스피루스 병원에서 한 연구자가 인체 시험 접종을 앞두고 실험실에서 미리 테스트를 하는 모습. 사진=18뉴스

 

서방 제약사를 대표하는 미국 화이자를 비롯해 코로나19 펜데믹의 진앙지로 알려진 중국의 국영 제약회사 시노팜의 백신 등이 해외 사용 허가를 받으면서 백신을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서방의 민간 대형 제약사가 생산한 백신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영 기업들이 생산하는 백신과 경쟁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 경쟁은 이른바 ‘백신을 둘러싼 새로운 냉전’으로 언론에 묘사되며, 투명한 정보 공개의 선(善)과 불투명한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는 악(惡)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세상은 선과 악, 빛과 어둠 등의 대립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고 보는 마니교적(Manichaean) 사고와 관점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모두 간과하고 있던 인도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백신 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백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백신 수요의 상당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인도 남부 내륙에 위치한 하이데라바드(Hyderabad)는 ‘백신의 수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백신을 개발하는 6개 회사 중 4곳이 하이데라바드에 위치하고 있다. 인도의 또다른 도시 뿌네(Pune)에 위치한 새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SII, Serum Institute of India)는 이미 연간 15억개 이상의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 백신 제조업체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발생하는 저비용 이점 외에도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명성을 꾸준히 쌓아왔다. 현재까지 세계 보건기구(WHO)는 인도에서 생산하는 47개의 백신을, 인도와 경쟁하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5개 백신을 수출용으로 승인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인도의 엄격한 품질 관리 능력을 WHO 차원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여러 질병과 병균이 많은 인도에서 수억 명이 서로 다른 질병에 대한 대량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그동안 성공적으로 수행 했다는 기록이 인도에서 생산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최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자국의 생산 기반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코로나와 싸우는 모든 인류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인도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노바백스스, 러시아 카멜리아로부터 16억명 분량의 백신을 사전 주문 받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인도 백신 제조사 바라트 바이오텍(Bharat Biotech) 및 바이오로지컬 E(Biological E) 등을 통해 생산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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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벡신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인도 백신 생산기업 바라트 바오테크가 개발한 백신을 인도 내 1호 접종자인 병원 노동자 바이쉬 쿠라르에게 접종하고 있는 모습. 사진=Live Mint

 

인도 정부는 현재 약 13억 5000만명 인구 중 60%를 접종하고 전 세계의 다른 가난한 국가에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백신 사용 승인이 이뤄지면서 인도 백신과 인도에서 만든 외국 제약사 백신은 사전 주문할 수 없고 WHO가 주도하는 국제 백신 협력 프로그램 ‘코백스(COVAX)’을 통해 최빈국을 돕게 된다.

지난 3일 유니세프 사무 총장은 기자 회견을 갖고 인도의 주요 제약 회사 SII에서 아스트라 제네카와 노바티스가 각각 개발하는 백신을 우선 11억회 분을 공급 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WHO와 유니세프 등은 코백스를 통해 세계 각지의 의료 종사자를 비롯해 고령자 등 고위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20억 회 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올 상반기부터 개발 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145개 국가와 지역에 분배를 시작할 계획이다.

인도는 코백스에 15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백신 제조 국가들은 이기적인 행태로 타국에 대한 백신 공급에는 인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 생산된 백신은 아시아,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 빈국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II에서 생산되는데 평균 예방 효과가 70.4%로 다소 낮지만 독감 백신처럼 2~8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해 개도국들이 많은 열대 지방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SII는 저소득 국가와 중간 소득 국가에 생산하는 양의 50%를 배정하고 1회 접종 가격을 3달러로 결정했다.

인도 접경 부탄의 총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를 인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에서 대해 인도산 백신은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도 외교부장관 슈링글라는 최근에 “가장 가까운 이웃, 우리의 친구를 대상으로 최우선으로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며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에 인도산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WHO가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 생명을 구했다고 인정한 인도 SII가 생산하는 50센트 미만의 수막염 백신과 마찬가지로 인도산 코로나 백신은 전세계 공중 보건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1월 16일부터 시작된 자국민 대상 접종 며칠 뒤인 20일 방글라데시와 부탄, 몰디브 등 아시아와 인도양 국가에 무상 제공이 시작되었다. ‘백신에 의한 우애’ 정책을 내세워 국가의 규모 등에 따라 10만~200만 회 분량을 차등해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30만 회분의 무상 제공을 표명한 미얀마에는 5배에 해당되는 150만 회분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인도와 최근 여러 갈등 요소를 안고있는 네팔에 대해서는 100만 회 분량을 주며 네팔 총리의 입에서 “인도의 관대한 지원에 감사한다”라는 말을 이끌어 냈다.

세계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 백신은 평균 단가가 200루피 (약 1만6000원) 정도로 선진국 생산 제품에 비해 훨씬 저렴해 각국이 백신 조달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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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재가 발생한 세계 최대 백신 제조기업 새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SII)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회사 측이 “백신 생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백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는 일단락되었다. 사진=뉴스118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백신 공급을 위해 상대국에 부과한 과도한 정치적 조건으로 인해 태국과 필리핀 등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자극했다. 현재 중국에서 개발 된 백신은 인도산 백신에 비해 효과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이 임상 시험을 완료하지 않은 채 100만명 이상의 자국민에게 접종한 시노팜 (Sinopharm), 그리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수준인 상황은 이들 보건 위생에 취약한 국가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의 구세주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과학적으로 신뢰받는 서구 기업들과 인도의 광범위한 파트너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는 서구 국가들에게는 든든한 안정판이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백신이 글로벌 저개발 국가에 정치적 영향을 확대하는 것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을 받았을 때 안아야 하는 위험과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를 고립시키고자 중국은 그동안 인도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투자와 경제 지원을 지렛대 삼아 ‘일대일로’의 핵심인 ‘진주목걸이’ 전략 등으로 인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추진하며 인도 주변국들에게 영향력을 키워왔다. 중국이 국경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은 중국의 코로나 백신 카드를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인도의 존재는 이들 국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다급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산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이며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렇지만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했고 최근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중국이 자국 백신을 통한 패권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인도의 백신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로 인해 상황은 중국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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