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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는 ‘다다익악’(多多益惡) … 세끼 챙기면 하루권장량 충분

적당하면 변비·만성질환 예방 … 과도하면 성장장애·설사·복통·복부팽만 유발

입력 2016-04-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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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는 독성물질 등을 흡착해 배출하는 능력이 있지만 철분, 칼슘 등 체내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도 내보내 빈혈이나 골다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흔히 변비를 예방하려면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된다고 말한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 시중에는 식이섬유만 따로 공급해주는 음료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과도한 식이섬유 섭취는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장질환 관련 환자들이 식이섬유를 필요 이상으로 먹으면 부작용이 상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식이섬유 효용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식이섬유는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이섬유는 스펀지와 비슷해 장 속 내용물의 부피를 빠르게 부풀려 변을 신속하게 만들어 내보낸다”며 “수분을 끌어당길 때 유해물질도 함께 흡착해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식이섬유의 효과가 조명된 것은 불과 몇 십년 전이다. 고대 그리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알아냈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주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식이섬유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영국 연구팀들은 아프리카인이 영국인보다 대변량이 4배 이상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프리카인에게는 대장암, 심장병, 당뇨병 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식이섬유와 질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이 대장암을 비롯해 심장병,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식이섬유는 중요한 식품 성분 중 하나로 인식됐다. 식이섬유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에 이어 제6의 영양소로 대접하는 학자가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식이섬유는 대부분 식물에서 발견되는 고분자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다. 섬유질, 섬유소, 화이버(fiber) 등으로도 불린다. 크게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뉜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식물 세포벽을 만드는 성분으로 펙틴(pectin), 글루코만난(glucomannan), 난소화성 덱스트린(indigestible dextrin) 등이 대표적이다. 물에 녹지 않아 체내에서 흡수되지 못하는 불필요한 물질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변량을 늘리고 장 통과시간을 단축시키는 기능을 가져 변비를 해소하고 장염을 예방한다.  발암성 물질을 흡착해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기도 한다. 과일, 채소, 콩비지 등에 풍부하다.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식물 세포벽에 저장돼 있는 섬유소로 셀룰로스(cellulose), 리그닌(lignin),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 등이 해당된다. 위장에서 내용물의 점도를 증가시키고 영양분이 천천히 흡수되도록 돕는다. 최근 콜레스테롤의 함량 감소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리, 귀리, 콩류 등에 많이 들어있다.


식이섬유 과잉섭취의 문제는 흡착력에 있다. 식이섬유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붙는다. 철분, 칼슘 등 체내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도 배출시킨다. 빈혈이나 골다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식이섬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가스생성이다. 평소 식이섬유를 챙겨 먹지 않은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에 의해 장에서 심하게 발효가 일어나며 가스가 발생된다. 심하면 통증까지 유발한다. 예컨대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자주 나오는 이유도 식이섬유 때문이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낸 ‘201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자료를 분석한 결과 18세 이하 어린이의 3.7~8.6%(약 60만명)이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장기 어린이가 식이섬유도 과량 섭취하면 칼슘 체내 흡수를 막아 키가 덜 자라는 등 성장장애, 설사, 복부팽만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은 필요 이상으로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있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자료에 따르면 50~64세 37.8%가 식이섬유를 충분 섭취량 이상으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5~74세, 75세 이상 등 순이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챙기는 것이다. 충분섭취량은 ‘이 정도 먹으면 충분하다고 여겨져 더 이상 먹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소비자가 흔히 알고 있는 권장섭취량과는 개념이 다르다. 충분섭취량 이상 먹는 것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문 교수는 “2세 미만 어린이에겐 일반적인 이유식과 식사에 포함된 식이섬유의 양만으로도 충분하므로 따로 보충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인의 통상적인 세 끼 음식엔 식이섬유가 풍부해 정상적인 식사를 한다면 식이섬유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농무성과 한국영양학회는 건강한 성인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권장량을 20~25g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인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19.8g이다. 밥이 주식이고 건더기가 많은 국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김치를 밑반찬으로 먹어 일본인, 미국인들보다 섭취량이 많다. 특히 30대 이상은 25.4g으로 권장량보다 섭취량이 많다. 다만 10~20대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평소 끼니를 잘 챙기고 과일을 즐겨 먹는 식습관을 갖는 게 좋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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