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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소년범’ 판사로 돌아온 김혜수

[人더컬처] 넷플릭스 '소년심판' 김혜수

입력 2022-03-07 18:30 | 신문게재 2022-03-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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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배우 김혜수 (사진제공=넷플릭스)

 

“어느 때보다 작품에 임하는 책임감, 무게감이 컸기에 현장에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전담판사 심은석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는 미디어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에는 소년범에 대한 막연한 분노만 있었다”며 “촬영을 통해 소년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소년심판’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소년범’과 이들을 마주하는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10부작 드라마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공개된 드라마는 1일 글로벌 7위까지 순위가 치솟았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용인 초등학생 벽돌 투척사건 등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이 뒤늦게 입소문 난 결과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을 연기한 그는 흔들림없는 시선으로 냉철한 법관 캐릭터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표현해낸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김혜수의 연기에 대해 “김혜수는 어떤 역할을 맡든 항상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배우”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실제 김혜수는 드라마 촬영 전 직접 소년범 재판을 참관하고 소년범 전담 판사 10여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의 고민을 새겨들었다. 그는 “판사들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과 무거운 사명감으로 고뇌하며 일하는지 느꼈다”고 전했다. 

“극중 차태주 판사(김무열)의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판사밖에 할 수 없다’는 대사가 있어요. 실제로 소년범을 비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책임있게 이끌 수 있는 이들은 판사들뿐이죠.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도 이 부분에 큰 사명감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얼마나 편협한 시선을 갖고 있었는지 깨달았죠.”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의 촬영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카메라 앞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심은석 역을 위해 촬영에 앞서 진행한 리허설을 포기하기도 했다. 김혜수는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비행소년인 서유리(심달기) 문제로 차태주 판사와 대립할 때 제 마음이 흔들려서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리허설을 하다 양해를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는 ‘촉법소년’ 문제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소재를 건드리기도 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에서 14세 미만의 범법행위를 저지른 형사미성년자로 1953년 제정됐다. 소년들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늘면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혜수
배우 김혜수 (사진제공=넷플릭스)

 

“‘촉법소년’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높고요. 현실에 맞게 소년법이 개정돼야 하는 건 맞지만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려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겠죠. 소년범 전담 판사가 전국에 20명 밖에 없는 게 현실이잖아요.”

연기 경력 36년차. 어느덧 지천명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느 50대 여배우들과 달리 누군가의 엄마 역할보다 배우 김혜수를 각인시킬 수 있는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다. 전 국민의 뇌리에 새겨진 ‘타짜’의 ‘이대 나온 여자’나 ‘도둑들’의 펩시부터프로페셔널한 직장인 ‘직장의 신’, 과거의 비리와 현재를 오가는 ‘시그널’의 형사 그리고 드라마 ‘하이에나’의 변호사까지 다채로운 직업군을 오갔다. 최근에는 IMF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 소외된 여성들을 그린 ‘내가 죽던 날’처럼 사회 정의를 강조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김혜수는 “의도한 건 아니다. 작품은 마음 가는대로 선택하는 편이지만 결정하면 최선을 다한다”라고 말했다. 

김혜수
배우 김혜수 (사진제공=넷플릭스)

 

“‘소년심판’처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어요. 드라마의 성공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대중의 의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피해자 분들의 상처와 고통까지 잊지 않도록, 인식이 변하고 소년범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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