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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예능 자막 쓰다가 데뷔… 전 세계 홀린 당찬 20대 작가

SBS ‘그해 우리는’ 집필 이나은 작가

입력 2022-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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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은 작가 (사진제공=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소녀는 종종 일기를 썼다. 때로 짧은 소설을 쓰기도 했다. 교실에서 친구들을 앉혀놓고 직접 쓴 소설을 들려주곤 했다. 성인이 돼 사랑에 빠질 때면 일기를 썼다. 순간의 감정을 차곡차곡 정리한 그 기록은 작가가 된 지금, 큰 무기가 됐다. 종영한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집필한 이나은 작가의 이야기다.

이나은 작가는 지상파 데뷔작 ‘그해 우리는’이 글로벌 흥행을 하면서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드라마는 고교 시절 교제한 두 남녀가 성인이 돼 재회하는 과정을 소소하게 담았다. 전형적인 K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이나 투병, 교통사고같은 ‘대형사건’이 전무하다. 대신 두 청춘이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이는 만남부터 서로를 향해 설레고 이끌리는 모습, 작은 오해로 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다. 마치 한여름의 플라타너스처럼 푸른 배경은 MZ세대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제가 이제 갓 30대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청춘의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그 해 우리는’을 쓸 때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겠다 싶었죠. 사건과 갈등이 극적인 드라마뿐만 아니라 이렇게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1등과 꼴찌가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극 중 설정은 7년 전 EBS에서 방영된 ‘체인지 스터디-꼴찌가 일등처럼 살아보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우연히 그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뒤 ‘지금 그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드라마를 기획하게 됐다”며 “당시 꼴찌로 출연했던 엄규민 씨가 SNS를 통해 연락해 와 대본집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극중 두 주인공 최웅과 국연수를 연기한 배우 최우식과 김다미는 열애설이 일만큼 찰떡호흡을 선보였다. 실상 이 작가는 대본 집필 작업 당시 주인공 최웅 역에 최우식을 염두에 뒀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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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이 작가는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을 시청하며 저런 매력의 배우라면 최웅을 잘 표현해주지 않을까 싶었다”며 “최우식 씨가 캐스팅된 뒤 김다미 씨까지 덩달아 섭외됐다. 내게는 과분한 배우들이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단 한편의 작품으로 스타작가로 발돋움했지만 이 작가에게도 ‘미생’ 시절이 있었다. 다만 방송아카데미에서 수강하거나 보조작가를 거치는 여느 작가 지망생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처음부터 드라마 작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제작사에서 인턴을 한 뒤 웹드라마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자막을 작업하고 이후 SNS 카드뉴스 올리는 에디터 업무를 했다. 그러다 조금 글을 길게 쓰면 짧은 웹드라마를 쓸 수 있다고 해 ‘1분짜리 콘텐츠는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글을 쓴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자막에서 카드뉴스를 거쳐 1분 콘텐츠로 출발한 이 작가의 이력은 5분, 10분, 30분 분량으로 늘어났다. 그는 “10분 콘텐츠에서 30분짜리 콘텐츠로 늘어났을 때 어느새 드라마 작가가 돼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제 청춘이 별 것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기를 거치는 동안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드라마 마친 뒤 ‘위로받았다’는 메시지에 저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제서야 이 드라마를 집필한 이유가 완성된 느낌이었죠. 마지막 회 웅이의 내레이션처럼 청춘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니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 주변에는 함께 위로해줄 친구와 가족들이 있잖아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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