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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윤여정 “75세에 ‘자이니치’의 삶 새롭게 공부”

[人더컬처] 애플TV+ ‘파친코’ 선자 역 윤여정

입력 2022-03-21 18:30 | 신문게재 2022-03-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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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애플TV+

 

“1947년생인 나도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잘 알지 못했던 역사를 배우는 기회가 됐죠.”

배우 윤여정이 또다시 이민자의 아픔을 연기한다. 이달 25일 공개되는 애플TV+시리즈 ‘파친코’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재일 조선인(자이니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윤여정은 극중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이주해 모진 풍파를 겪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온 여성 선자의 노년을 연기한다. 아역배우 전유나와 신예 김민하가 선자의 유년시절과 젊은 시절을 맡아 윤여정과 함께 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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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로 분한 윤여정 (사진 제공=애플TV+)

 

윤여정에게 ‘이민자’의 삶은 낯설지 않다. 그 역시 1973년 결혼 뒤 미국으로 이주해 현지에서 아이를 낳고 10여년간 이방인으로 살았다.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에서도 미국 이민을 떠난 자식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한국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자이니치’란 단어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해 비하 발언인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언어와 성씨를 지키며 살아온 이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호칭이었어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그리고 고도성장기 시절 국가가 이들을 돌보지 못했잖아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알면 알수록 가슴이 아팠죠.”

애플TV+ ‘파친코’ 주연배우들. 사진 왼쪽부터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하 (사진제공=애플TV+)

 

‘파친코’의 공동 연출자인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이 배우의 얼굴은 인간의 역사, 한국의 역사가 그려진 지도 같다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극 중 선자의 손자로 자이니치 3세 솔로몬 백 역을 연기한 재미교포 배우 진하는 “윤여정과 같은 ‘연기 마스터’와 함께 연기한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첫 촬영 때 꿈을 꾸는 것 같았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그럼에도 윤여정은 “내가 늙은 배우라 그렇다”고 손사래를 치며 “연기에 ‘마스터’란 있을 수 없다”고 겸허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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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애플TV+

 

“만약 30~40대에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면 붕붕 떴겠죠. 지금은 달라진 게 없어요. 상을 받는 순간에는 기뻤지만 그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아요.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서 살죠. 정말 내 나이에 감사해보긴 처음이에요. 나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니까요. 봉준호 감독이 작품 감상을 위해 1인치 자막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듯 여러분들도 역사의 장벽을 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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