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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법정 드라마 보던 작가 지망생은 어떻게 소년범 소재 드라마를 썼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김민석 작가 인터뷰

입력 2022-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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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처음부터 소년부 판사를 목표로 대본을 쓴 건 아니었어요. 저 역시 소년범죄에 대한 지식수준은 뉴스에 보도된 것들이 전부인 상태였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3주 연속(17일 기준) 1위에 오른 ‘소년심판’은 신예 김민석 작가의 촘촘한 취재에서 출발한다. 김 작가는 ‘소년심판’ 대본을 쓰기 위해 4년간 전국 각지의 소년원, 청소년 회복센터, 지방법원을 오가며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인천 연수구 초등학생 유괴 살해 사건,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부터 촉법소년 문제, 청소년 성매매 문제, 가정 폭력 등 다양한 소년범죄를 담아냈다.


“우연히 법정 드라마를 보던 중 판사들이 그 자리에 앉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의문을 가지게 됐어요. 그동안 (변호사, 검사에 비해) 판사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죠. 판사들을 직접 만나 취재를 하면서 분야가 연구하는 판사, 소년들을 다루는 판사, 이혼만 맡는 판사 등 분야가 다양한 것을 알게 됐죠.”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오리진러 시리즈 ‘소년심판’을 집필한 김민석 작가 (사진제공=넷플릭스)

다양한 전문 분야 판사 중 김 작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소년부 판사’였다. 소년부 판사는 판결만 내리면 되는 민사 재판이나 형사재판과 달리 처분 받은 소년의 관리감독을 이어간다. 

 

김 작가는 “그런 법관과 소년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며 “어른으로서, 법관으로서,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고, 살아있는 드라마라 느꼈다”고 기획배경을 전했다.


그래서 ‘소년심판’은 소년들이 저지른 다양한 사건과 별개로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 태도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춘다.

 

김 작가는 “취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일부 부모들의 무관심한 태도였다”며 “자식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거나 ‘내 자식이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 뭐라 그러냐’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작가는 이런 파렴치한 부모들의 현주소를 ‘가정폭력’ 사건이나 재혼 뒤 자녀를 버린 가출소녀 에피소드 등에 녹이며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의 입을 빌려 “아버님은 왜 이렇게 당당하십니까?”, “어머니는 꼭 교육을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비판한다.

그렇지만 모든 어른이 소년들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소년범 교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힘을 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작가는 극중 소년범 출신으로 소년범 전담판사가 된 차태주(김무열) 캐릭터를 통해 어른의 따뜻한 속내도 표현했다.

“소년범 출신이지만 모범적으로 교화된 사례는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시설에 머물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다시 후배들의 과외를 해주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극중 소년범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장면은 실제 자문해준 판사들의 경험담입니다. 차태주 캐릭터는 이런 사례를 기반으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죠.”

김 작가는 ‘소년심판’이 데뷔작이다. 드라마 작가를 꿈꿔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과거 한 방송사의 공모전에서 단막극이 당선된 게 인연이 돼 제작사 길 픽쳐스와 계약했고 데뷔작이 넷플릭스 편성으로 이어지는 행운도 안았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에 작품을 대하는 김작가의 열의 그리고 이 드라마로 소년범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기를 바라는 판사들의 간절함이 좋은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김 작가는 “소년사건에 적극적이고 가슴아파하는 판사님들이 너무 많았다”며 “취재를 했던 모든 소년부 판사님들이 극중 4명 주인공의 모티브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작품을 통해 ‘촉법소년’의 상한선인 만 14세를 낮추자는 의견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소년범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시선에서 벗어나 보다 큰 숲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범을 엄벌하는 게 답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소년사건은 소년 스스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시스템과 가정, 친구관계 등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가 많아요. 무조건이란 게 없죠. 그래서 다양한 관점으로 논의하며 ‘소년범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도 개선이 돼야 될 필요가 있겠구나’라는 의견이 제기된다면 또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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