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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태리 “반짝반짝 빛나던 나희도 캐릭터에 홀딱 반했죠”

[人더컬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입력 2022-04-04 18:00 | 신문게재 2022-04-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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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사람들은 무언가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어른들의 일이다. 난 뭔가를 잃기에, 너무 열여덞이니까.”

 

1998년 세기말은 암울했다. 국가부도 사태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수많은 기업이 몰락했다. 가정이 무너졌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쳤다. 그럼에도 단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빛이 나던 존재가 있었다. 시대가 꿈을 뺏어도 젊음과 가능성 하나로 앞만 보며 돌진하던 이들.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10대들의 ‘꼰대’ 부모가 된 X세대들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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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매 작품 탁월한 캐릭터 분석력을 보였던 배우 김태리가 이번에는 시청자들의 시계추를 1998년으로 돌렸다.

 

그는 1998년을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밝고 구김살 없는 고교생 펜싱선수 나희도로 분해 긍정 에너지를 안방에 전달했다. 그가 분한 나희도는 학창시절 슬럼프, 친구와의 갈등을 딛고 세계 1위 펜싱스타로 발돋움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종영 전 화상으로 만난 김태리는 자신의 연기보다 나희도가 가진 캐릭터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희도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완벽하고 멋있는 인물이었어요. 점수를 주면 120점?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희도 발톱의 때만큼도 표현을 못한 것 같아요. 드라마로나마 이런 캐릭터를 제가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드라마는 나희도를 중심으로 세기 말 고교생 감성을 MZ세대 식으로 해석했다. IMF 사태로 집안이 한순간에 풍비박산난 뒤 가장이 된 대학생 백이진(남주혁), 희도의 롤모델 겸 라이벌이자 국가대표 1위 고유라(보나), 전교 1등 반장 지승완(이주명), 7반 이쁜이 문지웅(최현욱) 등 드라마 속 각 인물이 마치 살아 숨 쉬듯 90년대를 표현했다. 

 

원수연 작가의 인기 만화 ‘풀하우스’를 빌리기 위해 대여점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거나 호출기(삐삐)로 연락한 뒤 공중전화로 확인하고 PC통신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이와 ‘벙개’(만남)를 치던 시대상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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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 (사진제공=tvN)

 

“제 기억 속 추억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우와우와우와’ 감탄사를 지르면서 연기하곤 했죠. 가장 그립고 절대 할 수 없는 건 채팅으로 만나기! 희도와 유라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PC통신으로 만나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어느 날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 꽃을 들고 무슨 색깔 옷을 입고 만나자고 약속하는 장면을 보며 정말 ‘낭만의 시대’였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건 나희도와 백이진의 ‘첫사랑’ 로맨스다. 슬럼프에 빠진 나희도와 우울한 가정환경에서 허덕이는 백이진은 조금씩 서로를 위로하며 가까워진다. 이진의 위로에 희도는 슬럼프를 딛고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고 이진도 방송사의 첫 고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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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때로 사소한 오해와 바쁜 스케줄로 티격태격할 때도 있었지만 변함없는 사랑과 애정을 과시했다. 

 

희도는 ‘절친’ 유림이 경제적 형편으로 러시아 귀화를 결심한 사태를 단독 보도한 뒤 자책감에 시달리던 이진을 붙들며 “여자친구로서 기쁨, 슬픔까지 다 나눠가질테니 힘들다고 숨지 말라”고 독려한다. 

 

하지만 이런 어른스러운 모습과 달리 변수가 많은 21살과 25살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못한다.  

 

“슬펐어요. 모두에게 첫사랑이 있다고 하지만 제게는 ‘희도-이진’ 같은 그런 첫사랑이 없었거든요. 무엇보다 두 사람의 아련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졌는데 마지막 결별이 너무 슬펐죠. 제 첫 사랑은…음 밝히고 싶지 않네요.(웃음)”

 

시종일관 유쾌하고 쾌활하게 인터뷰를 이끌어가던 김태리는 과분한 사랑에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30대 여성 연기자로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도 깊다고 털어놓았다. 

 

“제 연기를 보며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는 지인들이 계세요. 네가 나의 날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저는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만으로 족하거든요.(눈물) 하지만 저도 힘들 때가 있어요. 배우로서 고민이 깊죠. 제 얼굴 보이시죠? 이게 고민이 많은, 배우의 얼굴이랍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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