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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륜&막장…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둘'만큼은 응원했다!

[Hot People] 사랑에 목맸던 女, 드라마 '이브' 유선

입력 2022-07-28 18:30 | 신문게재 2022-07-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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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5대 5 칼 단발은 유선의 아이디어였다. 평소에도 핸드폰에 따로 폴더를 만들어 헤어스타일과 의상등을 빼곡히 모아 앞으로 맡을 역할을 준비한다고. .(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결국 새드엔딩이었다. 남편에게 집착했던 아내는 기억을 잃었다. 그 사랑이 버거웠던 남편은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복수를 위해 두 사람에게 다가갔던 주인공 역시 공허함만 남았다. 최근 종영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는 서예지의 복귀작이란 점에서 화제성을 모았으나 결국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1일 종영한 ‘이브‘는 마지막회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사진제공=tvN)

 

모든 걸 다 가진 여자 한소라 역의 유선은 역대급 하드캐리를 보여준 악역이었지만 주부 커뮤니티에 응원의 글이 쏟아질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실수라고는 용납하지 않았던 사업가인 강윤겸을 연기한 박병은이 보여준 순애보 역시 ‘불륜’이란 손가락질 대신 지지를 받았다.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각자 최고의 학벌과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갖춘 공통점 외에도 비슷한 또래라는 연대로 빠르게 친해졌던 두 사람을 드라마 종영 후 만났다.


◇슬럼프 끝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이브’… 유선 “단, 남편하고는 따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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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브’는 ‘경이로운 소문’의 박봉섭 감독과 드라마 ‘미녀의 탄생’ ‘착한 마녀전’ 등을 집필한 윤영미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오간 영화와 달리 드라마속에서 참하고 순종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유선의 캐스팅을 위해 감독은 무조건적으로 “한소라 역할은 이 배우가 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배우 유선에게 이런 악랄함이라니. 살인 교사, 고문은 물론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를 지하감옥에 가두는 패륜도 가뿐하다. 전작 ‘어린 의뢰인’에서 폭력을 일삼던 계모, ‘검은집’에서 보여준 두 얼굴의 사이코패스는 애교수준이다.

‘이브’의 한소라는 재력과 외모, 뛰어난 두뇌까지 모든 걸 가진 여자다. 재벌가 사위로 모두가 점찍었던 남자 강윤겸을 가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최고의 것만 취하고 그 조차 완벽하게 어울리는 찬란함 뒤에는 인하무인급 갑질과 덜 자란 인격이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사랑했던 윤겸 앞에서 만큼은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

“너무 떨리고 벅찼어요. 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축복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 떨리기도 했고요. 사실 그간 예상되는 연기를 한 게 아닌가 자책하고 있을 때 이 역할을 만났습니다. 나 조차도 ‘이런 모습이 있었어?’라고 놀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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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브’의 유선.(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구멍없는 연기란 이런 것’ ‘유선의 하드캐리가 드라마를  살린다’ 등 칭송이 줄을 이었다. 욕하고 미워하며 봐야 할 드라마인데 되려 한소라의 팬덤이 생겨났다. 극 중 유선의 스타일링과 그가 착용한 브랜드, 각종 패션 아이템은 추앙받았고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행들이 적어도 온라인상에서 만큼은 ‘모두 용서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유선은 “욕하고 소리치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신하듯 진이 빠지는 나날들”이라면서 “열심히 하면 그만큼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미소 지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극 초반 탱고를 배우고 세련된 모습을 소화하기 위해 필라테스를 하며 만들었던 몸매와 자세는 한소라에 빠질수록 뒤틀리고 고통스러웠다. 악행을 지르고 소리지를수록 등은 굽고 어깨에 담이 오는 등 몸이 뒤틀리기 일쑤였다. 유선에게 한소라는 연기의 쾌감이 큰 만큼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다. 정신적으로 병든 엄마와 필요한 걸 취하기 위해서는 불법도 마다 하지 않는 아빠 밑에서 감정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였다.

“그렇기에 윤겸은 소라에게 따듯하진 않아도 성품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있었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 남자였던거죠. 마지막 신에서 기억을 잃고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이 아이를 낳은 순간이잖아요.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다른 건 다 잃어도 단 하나 지킬 수 있는 게 윤겸의 사랑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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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브’의 유선.(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연기적으로 이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한소라의 악행이 이해돼야 했지만 배우로서는 꼭 처단 받아야 하는 인물이었기에 유선이 느끼는 ‘이브’에 대한 감정은 남달라 보였다. 소라에게서 그간 재벌가에서 보여준 지능적인 악랄함을 넘어 뭔가 결핍된 천진난만함이 보이길 원한 것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상류층 악역이 보여주는 한계를 깨고 싶었어요. 최고만을 고집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살아온 터라 아직 아이 같은 면이 있는 일종의 천진난만함이랄까요? 부모에게 한번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점이 괴물 같은 인간을 만든거죠. 연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무너졌고 아팠습니다.”

실제 학부모인 그에게 연기라 해도 노출신을 비롯한 각종 갑질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미리 출연을 상의한 실제 남편은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연기해”라고 했지만 정작 방송을 볼 때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보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아이 역시 촬영을 할 때는 오롯이 엄마가 아닌 배우로 집중하는 걸 인정해주는 터라 ‘이브’에 대한 여러 논란과 화제성을 넘길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과거에는 제가 맡은 역할에만 빠져 집중했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다른 작품도 찾아봐요. 개봉영화도 극장에 가서 보고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도 시간 내서 보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나에게 오면 잘 할 수 있을지, 나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하면서요.(웃음) 자극을 받는 후배요? ‘안나’의 김준환씨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씨요. 둘 다 눈여겨 본 배우인데 어찌나 잘 하던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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