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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尹정부 출범 1년 '과유불급'

입력 2023-04-04 14:04 | 신문게재 2023-04-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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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로 시작되는 고려말 이조년의 시조는 배꽃이 피는 꼭 이맘때 지었을 것이다. 봄 밤 은하수를 배경으로 배꽃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귀촉도는 울어대니 수많은 생각이 밀려와 자정이 되도록 잠 못 이루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시조를 소개하면, ‘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三更인 제, 一枝春心을 子規야 알랴마는, 多情도 病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도시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실제 은하수를 배경으로 달빛을 받은 배꽃은 햇빛을 받았을 때보다 더 하얗고 매혹적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새가 귀촉도(자규)라는 데 관심이 간다. 귀촉도는 둥지를 짓지 않고 휘파람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귀촉도가 밤새 서글프게 우는 것은 남의 둥지에서 휘파람새의 자식으로 자라는 새끼 걱정 때문이 아닐까? 고려말 왕을 등지고 고향 성주로 낙향한 이조년의 복잡한 심정이 걱정 많은 귀촉도 같았을 것이다.

논어에 過猶不及(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침과 모자람은 같다는 말이지만, 사실 넘치는 것보다 못미치는 것이 낫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나치지 않게 살라는 가르침이다. 허용치 이상의 무게와 속도는 반드시 부작용을 낳고 사고로 연결된다. 생각과 걱정이 지나치면 골프장에서 오비가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다음 달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다. 몇 년이 지난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일을 많이 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적·과속했다는 것이다. 골든타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설익었을 경우의 문제는 더 클 수 있다. 숙성시킬 것이 있고 과감히 버릴 것도 있다. 다정으로 병이 생겨 잠 못 자면 꼭 해야할 일은 어떻게 하나. 프로 경기에서는 멀리건이 없다.


- 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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