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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클래식 앙코르의 미학

입력 2023-06-28 14:11 | 신문게재 2023-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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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클래식 공연에서 앙코르는 일반적으로 공연이 끝난 후 아티스트가 무대에 다시 나와 관객들의 요청에 화답하며 추가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앙코르는 연주 후 새로운 분위기에서 무대와 객석이 교감하는 긴밀한 소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연극이나 무용 등은 앙코르가 없고 뮤지컬의 경우 작품에 나왔던 유명 뮤지컬 넘버를 다시 부르는 커튼콜로 구성되는 데 비해 클래식 공연의 앙코르는 공연과 아티스트의 성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미학적 측면을 갖는다. 


가장 많은 앙코르 유형은 ‘여운 증폭형’이다. 에스메 콰르텟 제2바이올린 주자인 하유나는 SNS 계정에 “앙코르는 본 프로그램과 어울리는지, 앙코르 곡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등등 여러 가지를 다 고민해 봐야하는,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의 연장선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앙코르 준비의 신중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앙코르곡의 상당수가 본 공연의 느낌과 감흥의 연장을 위한 곡들로 선택된다. 협연곡 이후에 해당 작곡가의 소품이라든가, 곡의 분위기가 비슷한 작품들을 통해 정서적 여운을 이어간다. 

‘추모 및 사회적 메시지 제시형’도 있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전쟁 등 국제적인 이슈가 있을 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고 경종의 의미를 담은 곡들이 앙코르로 연주된다. 지난 교향악 축제에서 현충일에 공연한 국립심포니의 예술감독 다비드 라일란트는 “앙코르라기 보다는 오늘이 현충일이기에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애쓴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바치는 곡”이라고 소개하며 엘가의 ‘님로드’를 연주했다. 

또한 지난 주 KBS 교향악단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연주 뒤 “우크라이나의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며 조지아 작곡가 이고르 로보다의 ‘레퀴엠’(진혼곡)을 앙코르로 들려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아픔을 위로했다. 2019년 내한했던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헝가리 유람선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한국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부르며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어쩌면 가장 연주되지 않았으면 하는 앙코르의 유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상처받은 마음을 음악으로 보듬고 결코 잊히지 말아야 할 사회적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앙코르는 본 연주 이상의 뜻 깊은 가치를 지닌다. 

또 다른 유형은 ‘관객 이벤트 및 자국민 서비스형’이다. 얼마전 내한했던 노르트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는 사전에 관객들로부터 앙코르를 신청 받아 즉흥연주를 펼쳤다. 6년 전 내한당시 카카오톡 알림음과 애국가로 재치와 감동을 선사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과 ‘어머님 은혜’를 골라 절묘한 매시업(Mashup)을 만들어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역시 종종 준비한 앙코르가 다 소진됐을 때 객석에서 즉석 신청곡을 받아 연주해 관객을 설레게 한다. 이외에도 한국 가곡을 택해 더욱 뜨거운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한다.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는 17년과 23년 내한공연마다 한국어 발음을 적은 악보를 보며 ‘동심초’를 2번이나 불렀고 빈 소년 합창단원들이 선보이는 ‘아리랑’은 신년의 서설(瑞雪)처럼 맑고 청아해 새해를 기다리게 만든다. 

아티스트는 예술적 취향과 가치관을 담을 수 있고 관객은 아티스트의 탁월하면서도 창의적인 음악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앙코르 타이밍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는 더욱 각별한 교집합의 순간이다. 악보의 꾸밈음처럼 생동감 있는 클래식만의 특별한 매력의 순간을 기대하며 관객들은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는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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