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 2080] 창업성공 CEO에게서 배운다… 다키자키 다케미츠 ‘키엔스’ 회장

입력 2023-07-25 11:03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키엔스 5
키엔스 창업자인 다키자키 다케미츠 회장.

 

영업이익률 50%에 직원 평균 연봉이 2억 원이 넘는 ‘꿈의 기업’. 직원 개개인의 역량보다 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회사. 그럼에도 ‘30대에 집을 짓고, 40대에 무덤을 마련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엄청난 업무 강도를 요구받는 곳. 하지만 직원 모두가 완벽하게 시스템을 소화해 내는 기업. 이 회사가 ‘사람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이라는 극찬을 듣는 일본의 제조업체 ‘키엔스’다. 공장자동화 센서의 제왕’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본 시가총액 톱 3 기업으로 일군 창업자 다키자키 다케미츠 회장의 창업 스토리는 경탄 그 자체다.


◇ “최소의 자본과 사람으로 최고의 부가가치를”

신 오사카역 남쪽에 위치한 엔키스 본사 빌딩 안 곳곳에는 암모나이트와 공룡 알 같은 갖가지 진품 화석이 비치되어 있다. 창업자인 다키자키 다케미츠 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묻어난 의도된 디스플레이다. “키엔스는 화석이 되지 않는다. 늘 변화하고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영원히 지속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굳은 결의의 표현인 것이다. ‘최소의 자본과 사람으로 최고의 부가가치를 올린다’는 회사의 경영방침도 ‘영속적인 기업’에 목표가 맞춰져 있다.

이 회사는 남들이 목을 매는 ‘점유율’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점유율 목표도 잡지 않는다. 점유율은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을 놓고 다투기 보다는 미래 잠재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더 중요하다고 본다. 보통 12개월 안에 개발 비용을 회수한다는 무언의 내부 목표에 따라, 신상품에 투입하는 비용 대비 효과 역시 ‘매출’로만 보지 않고 ‘매출총이익’으로 확인한다.

키엔스는 ‘전 제품 당일 출하’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고객이 영업사원에게 주문을 넣으면 그날 바로 출하해 직접 배달해 준다. 창업 당일부터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다. 이런 시스템이 키엔스의 높은 수익률을 견인해 준다. ‘즉납’의 대상은 놀랍게도 회사 카탈로그에 실린 1만 종이 넘는 제품 모두에 적용된다. 정확한 재고 관리는 물론 고객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 그리고 ‘배우자’라고 공언할 정도로 끈끈한 협력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1만 엔 짜리 ‘즉납’에 10만 엔을 쓴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 “고객보다 고객을 더 잘 아는 회사를 만든다”

키엔스의 고객사들이 키엔스 영업사원들을 평가하는 한 마디가 있다. ‘신출귀몰(神出鬼沒)’. 1만 종류가 넘는 회사 제품 가운데 70% 가량이 세계 최초 혹은 업계 최초인 것도 놀랍지만, 영업사원들이 그 제품들을 속속 들이 파악하고 직접 현장 시연할 정도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실제로 키엔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직접 판매’다. 대리점 같은 중간 조직 없이 영업 사원이 직접 고객사를 찾아 다닌다. 고객이 부르기도 전에 어떻게 문제점을 알고 있는 지 즉시 달려가 마치 준비라도 해 두었다는 식으로 즉각 해결해 준다.

그 비결의 하나가 외보(外報) 시스템이다. 이 회사 영업사원들은 상담 약속이 하루 5건이 넘어야 외근 허가가 나오는데, 그 상담 전후로 모든 것을 상담 종료 후 5분 이내에 외보에 촘촘히 기록하도록 요구받는다. 면담 시작과 종료 시각을 1분 단위로 작성한다. 상담과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즉시 기록한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다음 영업 전략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이런 마케킹 데이터에 직접 시연과 수리까지 엔지니어적 기능까지 수행하니 고객들이 찾지 않을 수 없다.

키엔스 만의 영업 지원 시스템 SFA은 영업 성공률을 높이는 비결이다. 영업사원들이 매일 자신의 활동 상황을 기록한 데이터다. 다양한 정보를 다른 사업부서와 공유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영업 데이터로 활용한다.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 쯤 다음 제안을 할 것인지 등에 관한 생생한 정보가 전사 차원에서 공유된다. 사람이 바뀌어도 데이터는 남는다.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효율적인 영업활동이 지속되는 이유다. 성공 패턴을 도출해 다른 직원들에게도 실천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키엔스1
키엔스 본사 빌딩.

 

◇ 수평적인 조직이 생산성을 높인다

키엔스 사람들은 자사를 소개할 때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직함도 없고 나이 적고 많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두가 존대말을 쓴다. 회의장에 들어갈 때도 들어간 순서대로 앉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이런 문화는 키엔스가 ‘고객조차 몰랐던 숨은 니즈’를 찾아내는 데 탁월하게 만든다. 2인 1조 롤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제품 스펙 확인부터 제품 사연 방법까지 매일 10~15분 동안 비즈니스 상담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 직급 고위 여하에 관계없이 모두 등등한 자격으로 참여한다. 당연히 존대말로 진행된다. 대단히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제품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비결이다.



◇ 개별 성과보다 ‘과정’과 ‘공유 협업’이 우선이다

업계 최고의 연봉 수준이라면 철저한 성과주의 기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키엔스는 인사 평가 때 프로세스 즉, 과정을 더 중시한다. 키엔스에서는 특히 ‘정보’를 독점하려는 사람이 배척된다. 키엔스 전체의 최우선 목표가 고객을 돕는 것인데,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느냐는 문화다.

이 회사에는 ‘해피콜’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상사가 부하 직원의 고객에게 거는 전화다. 뜻하지 않게 부하 직원의 근태를 파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진짜 목적은 부하 직원이 고객의 수요를 완벽하게 알아냈는지 혹은 만족할 만환 제안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용도이다.

거짓말을 들킬 바에 차라리 제대로 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만들어 주는 효과는 덤이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고객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직원의 단점과 장점을 모두 상사가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프로세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 직원을 성장시키는 문화

다키자키 창업자가 사장일 때 그가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금요일 밤에 잠들 때까지 계속 일만 생각해 주세요”라고 요구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엔스는 사담(私談) 금지’라는 소문도 있다. 회사 측은 “단지 업무 중에 쓸 데 없는 이야기를 안 하는 분위기가 곡해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 정도로 업무 몰입도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높은 연봉의 대가로 어찌 보면 잔혹한 압박을 가하는 회사로 생각할 수 있지만, 키엔스에는 ‘목표 의식과 목적 의식, 그리고 문제의식을 갖고 늘 긍정적으로 행동한다’는 행동지침이 유지되고 있다. 창업자가 1980년대 중반부터 직원들에게 공유했던 지침이라고 한다. 이런 지침이 ‘직원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회사’를 만든 원동력이다.

창업자인 다키자키 회장은 자신이 카리스마 경영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존재가 혁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지 못하게 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하는, 그 과정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뿌리내리게 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자신이 없더라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2000년에 회장으로 물러난 이유이기도 하다. 후계자도 한 명만 키우지 않았다. 시스템을 구축해 사람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최적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키엔스에는 슈퍼 스타가 필요치 않다. 개인의 역량에 기대지 않고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