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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고학력·저연령일수록 임금 보다 근무여건 중요시"

입력 2024-04-2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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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전경 사진1
(사진=한국은행)

 

최근 임금 못지않게 근무여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근로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성이면서 고학력자이고 저연령일수록 직업 선택시 임금 보다는 더 좋은 근무여건을 주요 고려사항으로 여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이수민 과장 등이 발표한 ‘근무여건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과 저연령, 고학력 근로자들이 근무여건이 양호한 일자리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가능한 일자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고학력 근로자들은 육체적 능력을 덜 요구하는 인지적 일자리,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문직 일자리에 더 많이 근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성과 고학력 근로자는 근무여건에 대한 선호 및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으로 일자리 선택이 선호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고령층은 근무여건에 대한 선호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나, 낮은 교육 수준 등으로 인해 여타 계층과의 취업 경쟁에서 밀리며 근무여건이 양호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낮았다는 평가다.

한은은 근무 여건을 구성하는 요소로 유연근무·재택근무·육체적 강도·업무 강도·자율성·독립성·발전 가능성·직업 보람 등 8개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업별 근무 여건 지수를 산출했다.

근무여건은 직업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할 확률은 근무여건 지수가 가장 높은 그룹(5분위)이 가장 낮은 그룹(1분위)에 비해 14.9%포인트(p) 높았다. 특히 여성, 고연령, 고학력 근로자가 남성, 저연령, 저학력 근로자에 비해 근무여여건에 따른 직업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직업은 법률 및 감사 사무 종사자, 상품기획과 홍보 및 조사전문가, 디자이너, 작가 및 언론 관련 전문가, 대학교수, 의회 의원과 고위 공무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설 및 광업 단순 종사자, 기계장비 설치 및 정비원, 하역 및 적재 단순 종사자 등은 근무여건 지수가 낮은 직업으로 꼽혔다. 대체로 육체적 활동이 수반되며 단순 반복 위주의 강도 높은 업무가 많은 특징을 보였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 금융보험, 교육, 전문과학기술 등에서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직업들이 많이 분포했고,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은 업무 특성으로 인해 근무여건 지수가 평균을 밑돌았다.

근무여건을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소득 불평등은 더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분위 시간당 임금이 근무여건 반영시 33.3% 증가하는 반면 소득 5분위는 42.9%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득 5분위 배율은 근무여건 반영 전 4.0에서 반영 후 4.2로 0.2 증가했다.

한은은 이는 고소득, 고학력 근로자들이 근무여건이 양호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높은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여건을 반영했을 때 남성의 시간당 임금이 38.8%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44.8% 상승했다.

이로 인해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 수준은 근무여건 반영 전 70.5%에서 반영 후 73.6%로 3.1%p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는 여성들이 근무여건이 높은 일자리에 더 많이 종사할 뿐만 아니라 근무여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성별 임금격차 중 일부가 근무여건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경제활동인구에서 여성 및 고령층의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근무여건은 직업 선택 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근무방식의 변화가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근무여건 개선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유연한 근무여건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지원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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