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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 새 기술 배워 '인생2막'을 사는 사람들 "30년 할 일을 찾았어요"

[준비 안된 100세 시대] 깨어나라 5060! 기술 배우니 미래가 보인다

입력 2016-09-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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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우리 은퇴 나이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화이트 칼러의 경우 50대 중반 문턱을 넘기 전에 직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고, 로봇 대체가 난무하는 생산직에서도 아무리 정년까지 간다 해도 그 뒤 삶이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로 인생 2막을 새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주목을 끈다. 대기업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버리고, 기존 기술에 새로운 기술을 배워 인생 2막을 더욱 풍요롭게 살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폴리텍대학의 단기 기술과정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앞으로 누구든 한 가지 이상 크고 작은 기술을 익혀, 연금과 기술이 혼합된 ‘반(半)연금, 반(半)기술’ 마인드를 가져야 남은 100세 시대를 여유롭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 준비 안된 100세를 살아가는 ‘은퇴 예정자’들에게 도움이 될 3명의 ‘기술 2막 인생’ 도전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단지 조경·배관 용접… 주택설비관리 전문가 김형희씨 "한번 기술 익히니 30년 미래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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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에서 재취업 교육을 받고 주택설비관리 기술자로 아파트 조경, 용접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형희(가운데)씨.(사진=양윤모 기자)

 

김형희(56) 씨는 뒤늦게 주택설비관리에 뛰어든 대기업 출신 50대 귀농인이다. 충남에 있는 ‘아산 더샵 레이크시티 2차’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2막 인생을 보내고 있다.

김 씨는 삼성그룹 입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가전사업 품질관리실에 근무했고, 이후에는 세계 최초로 반도체를 상용화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일하며 품질 관리, 생산 관리 영역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그러다 40대 중반에 회사 일에 염증을 느껴 고향 충남 천안시 성거읍으로 돌아가 과수원을 일궜다.

10여 년 동안 힘겨운 귀농 생활을 하던 와중에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가 운영하는 ‘공동주택설비관리 전문가’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용접배관, 조경실무, 전기공사 등 관리실 실무자가 갖춰야 할 여러 설비기술을 교육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4월 25일 20명 수강생 중 1호 취업자가 된 김형희 씨는 이때까지 일구던 포도밭에 대해 폐원 신청을 냈다. 새로운 직장에 전념하기 위해 잠시 농사를 접기로 한 것이다.

관리실 실무 일을 시작으로 김 씨의 100세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연금 수령 직전인 62세까지는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관리실에서 일할 계획이다. 지난 봄 폴리텍대학에서 익힌 기술들이 쏠쏠히 도움이 된다.

지난해 입주가 시작된 레이크시티 2차 아파트는 조경이 잘 돼있는 최근 아파트의 트렌드를 따라간다. 조경실무 교육과 맞는 장소인 셈이다. 용접 기술 과정 또한 아이들이 뽑아놓은 펜스 창살을 복구하는 데 사용됐다.

올해까지는 과일을 길렀지만, 다시 농업을 시작하게 되면 영산홍 등 철쭉류 묘목을 기를 계획이란다. 조경기술은 영농을 다시 시작하는 63세부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묘목을 길러 공급하는 사업은 80세까지 할 계획이다. 그리고 김형희 씨의 80세 이후는 전종, 수목 선정, 겨우내 수목 보온 등 정원 관리 내지는 조경 관리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0세 시대 은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백수가 되면 디자이너가 되더라고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거 해 봐야지, 저것 해 봐야지… 생각은 참 많습니다. 실행하지 않는 게 문제죠.”

김형희 씨는 자신이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것처럼, 일단 무슨 일이라도 시도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잘 몰라도 일단 시도하면 길이 보이고 시야가 넓어집니다. 전 교육을 수강하면서 앞으로 제가 30년 할 일을 찾았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항공관련 업체 고문으로… 항공기 기체제작 전문가 김구현씨 "40년째 한길 걸으니 두배로 행복"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이수 대명엔지니어링 김구현 고문3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에서 '항공기 기체제작 및 생산실무' 과정을 수료한 후 대명엔지니어링 항공기 조립사업본부 고문으로 재취업한 김구현(왼쪽)씨.(사진=양윤모 기자)

 

백발의 노신사 김구현(66) 씨는 재작년 6월부터 항공기 동체와 각종 부품가공 조립업체인 ㈜대명엔지니어링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한국항공대를 졸업한 김 고문은 76년 공무원으로 시작해 2014년 2월까지 38년을 항공공무원과 관제사로 근무해 왔다. 평생을 한 우물을 판 ‘프로’다. 12살 무렵 우연히 사천 공군비행장을 방문했던 그 때부터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로지 비행기와 항공에 대한 ‘창공(蒼空)의 꿈’을 이어온 셈이다.

은퇴 후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김 고문은 “정년퇴직 후 고향에 내려와 편하게 지내볼까 했는데, 주위 사람들의 잇따른 추천에 항공기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 나 계속 일을 하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이어 “내가 좋아하는 일로 제2의 인생으로 선택하니, 다른 직업에 비해 스트레스도 훨씬 덜하고 (재취업에 대한) 용기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3개월 간 폴리텍대학 사천 항공캠퍼스의 ‘항공기 기체제작’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자신의 경력과 폴리텍대학의 교육을 접목해 이곳에서 고문 역할을 하며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한편으로, 폴리텍대학에서는 자신과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 ‘경력단절녀’ 등을 위해 강의도 나가고 있다.

그는 주로 해외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설명회(IR)를 도맡고 있다고 한다. 올해도 옛 실력을 발휘해 해외 기업과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나이를 잊은 열정이 부럽다는 기자의 말에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도 필요합니다”라며 웃었다. 백발이 성성한 그에게서 젊은이보다 더한 열정과 행복감이 느껴졌다.

‘목적을 갖고 살아라’,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어 사명감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라’는 교훈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는 김구현 고문. 그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목표(?)를 회사와 학교 혹은 사회 어느 곳에서든 자신처럼 ‘제2의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후학 양성에 대한 포부를 내비친 셈이다.

그는 특히 “100세까지 살려면 RETIRE(은퇴하다)가 아니라, RE+TIRE(타이어를 갈아끼우다)라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희망을 갖고 제2 인생에 도전해 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등기구 조립·생산… 전기설비 전문가 정석홍씨 "하고픈 일 찾으니 삶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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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 '전기설비실무' 과정을 수료 후 진우시스템에 재취업해 전등기구를 조립·생산하는 일을 담당하는 정석홍씨.(사진=양윤모 기자)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전기설비실무과정을 시작한 지 꼭 1년 째. 정석홍(53) 씨가 등기구·배선덕트 전문회사 ‘진우시스템’에서 전등기구를 조립·생산하는 일을 한 지 7개월이 지났다.

15살 때 스테인리스 공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정 씨는 지금까지 원양어선 선원, 신문배달, 빌딩관리, 퀵 서비스 기사, 슈퍼 배달 등 안해 본 일이 없다. 그러다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겠다’라는 생각에 작년 9월부터 3개월 간 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에서 전기설비실무과정을 배워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정 씨는 담당 교수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

정 씨는 “폴리텍대학에서 배운 것을 시발점으로 해서 새로운 직장을 소개 받았는데, 이처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감사하다”며 “지난 1년 간 전기설비 일을 하며 몸이 피곤한 점은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진우시스템에서 정 씨는 주로 형광등·LED 등 전등기구를 조립한다. 지금은 전기 업무에 자신감이 붙은 정 씨지만, 1년 전에는 생전 처음 배우는 전기 이론 때문에 살면서 처음으로 하루에 8시간씩 앉아 이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몸은 힘들고 자꾸 직업을 옮기게 되더라”며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전기 기술을 배웠고 자격증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퇴근 후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전기가 내 집, 사회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 알고 보면 흥미 있는 부분이 많아 공부를 하려 한다”고 전했다. 아내와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 모두 정 씨의 일을 적극 응원한다.

그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부머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일단 찾으라”고 조언했다.

정 씨는 “나는 이제까지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걸 못 찾아서 방황했던 것 같다”며 “그 걸 일단 찾으면 시작은 동료들보다 늦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며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진호·신태현·이해린 기자 elma@viva100.com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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