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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반지하 삶에서 50억 자산가로 '인생 2막'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베스트셀러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작가 정선용

입력 2021-05-03 07:00 | 신문게재 2021-05-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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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것을 꾸준히 했을 때 ‘별’처럼 다가왔다. 반지하 삶에서 50억원 자산가가 된 비결이다. ”

25년간 근로자의 인생 1막을 마치고, 사업가·자본가의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정선용(61) 씨.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정신으로 절약하고, 지출을 줄이고 줄여, 온몸을 내던지는 의지로 투자를 해 왔다던 그는 인생 2막을 위해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퇴사 후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한편씩 부동산 카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 경험과 ‘돈’에 대한 경제 지식을 글에 담았다. 누적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생각지도 못한 뜨거운 호응을 얻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책을 써달라는 요청도 잇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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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지난 3월 말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했다. 출간 한 달여 만에 4만 부 가량의 책을 찍어내며 베스트셀러 순열에 오르는 등 새로운 인생 2막의 시동을 켰다.


25년간 유통업계에 종사한 정 씨는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부문장(상무)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9월 회사를 퇴직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탓에 말단 사원에서 빠른 나이에 상무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유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미국산 소고기 최초 판매, 숱한 화제를 모은 ‘통큰치킨’의 현장 판매, 가정간편식 ‘요리하다’ 브랜드를 기획했다. 대한민국 대형마트의 태동과 성장, 침체의 역사를 함께하며, 실생활의 경제 원리를 깨우쳐 왔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는 퇴직하는 순간 막막함을 느꼈다고 했다. “수십 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코로나19 한복판에서 퇴직 후 고정 소득을 주는 소속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 점점 가난해 지는 것은 아닌가. 무능에 의한 업보인 것일까. 많은 생각 끝에 경제 구조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무지했기에 벌어진 일이라 깨닫게 됐다.”

그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아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미리 현실을 깨달고 경제 지식을 습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돈에 관련된 책이지만 재테크 책이 아니다. 돈과 경제를 토대로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 쓴 책이다.”

1960년 서울 미아리에서 5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의식주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가난한 집안에서 살아왔다. 형제 서너 명이 한방에서 어느 자리서 잘 것인지 실랑이 벌이는 게 일상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가난한 시절 작아도 좋으니 나만의 방을 가져보는 게 소망이었다.

그의 소망은 결혼하면서 이뤄졌다.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그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1997년 단돈 2500만원으로 시작한 그의 신혼살림은 고덕동 반지하 전세였다. 4년 간 반지하 전세를 전전긍긍하며 살았는데, 당시 태어난 아들이 곰팡이로 피부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을 보고 주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는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이 교육 등 꼭 필요한 지출 외엔 매월 100~200만원씩 저축하고 월급의 30% 가량은 투자를 했다.

“돈을 모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종잣돈이 있어야 돈을 불릴 수 있다. 돈이 돈을 버는 금융자본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으로 2001년 반지하를 벗어나 24평 아파트 전세를 얻었고, 같은 해 살던 전세 집을 구매했다. “당시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크지 않아 대출을 끼고 과감하게 집을 샀다.”

그렇게 생애 첫 집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종자돈을 모아 집 평수를 넓혀갔다.

“첫 집은 대출을 끼고 마련했지만, 이자가 아까웠던 아내의 의지로 은행 대출 없이 집을 구매했다. 대신 살기 편안한 신축 아파트가 아닌 저렴하고 낡은, 하지만 재건축 하게되면 집 가치가 부풀려 질 수 있는 그런 집으로만 이사를 갔다. 총 15번 가량 이사를 갔다.”

그렇다. 그가 50억원 자산가가 된 것도 집이라는 부동산 안전자산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집에 투자해 부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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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를 이루기 위해선 계단을 오르듯 단계가 있다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소득, 지출, 투자’ 전략을 잘 펼쳐야 그 계단을 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가 말하는 지출 부분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는 부동산·주식 등의 투자 지출과 생활 필수품 등을 사는 필수 지출, 그리고 욕망 지출을 잘 관리해야 부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돈이 오는 길 이정표에는 소득이 아니라 지출이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부자들은 소득보다 소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진 돈이 적거나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적은 돈을 어떻게 지출하고 경제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돈이 모아지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한다.”

그는 집에 굴러다니는 10원짜리 동전도 소중히 여겼다. 적은 돈도 불필요한 곳에 쓰지 않았다. 아내는 신혼 때 산 옷을 아직도 입고 있다고 한다. 그 또한 17년 째 같은 국산차를 몰고 다닌다.

“생각보다 부자들이 소비가 많지 않다. 2001년 영등포 롯데마트 오픈을 위해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 허름하고 누런 외투를 걸친 한 노인이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가서 봤더니 고(故)신격호 회장이었다. 그는 5년 뒤 부산 현장에도 그 누런 점퍼를 입고 왔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25년간 살아왔지만 현실적인 경제적 부는 근로소득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다고 아들에게 가르친다. 최종적으로 ‘자’가 아닌 ‘가’의 삶, 기술자나 노동자가 아닌 사업가나 자본가의 삶을 살라고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금을 알고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욜로족? 100세 시대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 앞으로 닥칠 일은 험난할 수 있다. 돈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돈 공부 해야 한다.”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그는 건국대학교 축산유통 경제학과 박사 과정과 사업가로서의 ‘스마트팜’ 프로젝트도 기획 중이다. 그런 그가 요즘 빠져 있는 공부가 있다고 한다. 영어 회화다. 전세계를 홀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을 보면서 자신도 영어로 삶을 표현해 보고 싶어졌다. 영어가 능통해지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매일 꾸준하게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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