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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데이비드 살레 ‘트리 오브 라이프’의 ‘구획’…“긴장감 유발 그리고 정체성”

입력 2023-09-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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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살레
데이비드 살레(사진=허미선 기자)

 

“물론 하나의 패널에 다 둘 수도 있겠죠. 제 그림 중에 하나로 뭉뚱그린 것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의미가 매우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 3개의 캔버스 혹은 하나의 캔버스도 분할하는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생명의 나무) 시리즈로 잘 알려진 화가이자 큐레이터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는 자신의 작품세계 요소 중 하나인 ‘구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패널을 일부러 구획하게 되면 텐션,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두개의 패널이 서로 대항하는 가운데 힘이 생겨나고 텐션이 발생하죠.” 

 

데이비드 살레
데이비드 살레 ‘Tree of Life, Coupl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패널 간의 관계 맺기를 특징으로 하는 ‘트리 오브 라이프’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부터 데이비드 살레가 선보인 연작이다. 생명의 나무를 사이에 두고 ‘뉴요커’의 전설적인 삽화가 피터 아르노(Peter Arno)의 영향을 받은 신문 삽화풍 인물들이 분할되고 그 아래는 강렬한 추상적 표현이 공존한다.

5일 개막한 그의 두 번째 개인전 ‘월드 피플’(World People, 10월 28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2023년작 ‘트리 오브 라이프, 커플’(Tree of Life, Couple) 14점을 만날 수 있다.  

 

데이비드 살레
데이비드 살레 ‘Tree of Life, Coupl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개인전 ‘월드 피플’ 그리고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9월 6~10일 코엑스) 개막에 맞춰 내한한 데이비드 살레는 4일 한국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위의 패널은 여러 가지 액션과 행동이 복잡하게 나타난다면 아래는 평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 캔버스에 표현된) 나무의 뿌리가 땅을 뚫고 (아래 캔버스로) 내려가거나 (위 캔버스에 표현된) 현대풍경과 그 근간이 되는 (아래 캔버스의) 과거, 역사가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 혹은 현재 풍경(위 캔버스)의 속내나 심리(아래 캔버스) 등을 표현하던” 이전 ‘트리 오브 라이프’ 연작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데이비드 살레
데이비드 살레(사진=허미선 기자)

“3년여간 변화를 겪었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 연작으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인생이 멋지지 아니한가, 인생이 참 재미있지 아니한가’입니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저는 매일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이고 조금씩이라도 진화하려고 노력하죠.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의식적으로 결정해야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재료나 공간구성 등 여러 료소들이 어떤 관계성을 맺고 어떻게 기능하며 관계하면서 인식이 달라지는지를 생각하면서 작업하거든요.”

그렇게 구상과 추상, 코미디적인 요소와 진지한 사고, 현실과 그 자양분이 되는 역사, 형식과 개념, 익숙함과 낯섦, 현상과 평론 등의 공존을 한 화면이 아닌 ‘구획’하는 것은 ‘트리 오브 라이프’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 구획을 통해 살레는 우리 눈이 이질적인 다양한 것들을 동시에 스캔하게 하고 이들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탐구를 지속해 왔다.

 

생명의 나무로 수직 분할된 위 캔버스 인물들 간 관계와 서사, 아래 패널에 표현된 추상화의 의미와 상징 등을 상상하거나 가늠하도록 관람객들을 스토리라인으로 끌어들인다. 동시에 미술 작품을 바라보며 어떤 서사를 발견하려는 관람객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의도와 설계가 적용돼 있기도 하다.

“하나로 뭉뚱그리는 건 약간 초현실적인 페인팅이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하나의 패널에 뭉뚱그려 넣는다면 그건 제가 생각하는 아주 강력한 뉴욕 스쿨의 추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초현실주의죠. 꿈을 나타내는 그림인데 저는 초현실 작가는 아니거든요. 서로 상충하거나 이어지는 등 각 패널들이 관계를 맺음으로서 긴장과 텐션이 유발되기를 저는 원하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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