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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따스한 감성, 옛 향수 그리워'… 2D 애니메이션을 찾는 사람들

[아날로그에 취하다] 한컷, 한컷… '손맛' 담아내다

입력 2015-07-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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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브릿지경제 이희승 기자 =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3D’는 대세를 넘어 필수로 자리잡았다. 시장을 선점한 픽사는 오히려 자신을 인수한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를 쥐락펴락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3D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를 떠올려보자. 한동안 거의 모든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던 ‘렛잇고’ 리듬은 엄청난 파급력을 증명한다. 


게다가 2D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이었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해체를 선언하면서 아쉬움은 더해졌다. 기술적 화려함 대신 이야기가 주는 힘을 강조해 왔던 지브리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나에게 애니메이션은 꿈이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여전히 따스한 감성의 2D 애니메이션을 찾는 관객들이 있다. 누가 이들에게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돌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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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 천대받던 2D애니메이션… 옛 향수 불러 일으키며 유망산업으로

“만화야말로 원소스 멀티유스의 대표적 콘텐츠다. 정부가 만화산업을 잘 지원해 연관 산업이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허영만전-창작의 비밀’을 관람하며 만화에 대한 가능성을 극찬했다. 만화는 이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산업이 됐다. ‘허영만전’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가로 꼽히는 허영만 화백의 작가인생 40년을 아우르는 첫 개인전이다. 1974년도 ‘각시탈’ 초판본 원화와 TV시리즈로 방영된 2D애니메이션 등 3050관객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지난달 10일에도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한국영화계가 기억해야 할 애니메이션 영화 두 편의 원화가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에 영구 보존됐기 때문이다. 보존되는 원화는 ‘소중한 날의 꿈’과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의 원본 총 10만 장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최근 일반적으로 컴퓨터로 이뤄지지만 이들 작품은 2D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택해 디지털파일이 아닌 그림 형태로 원화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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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창의와 박신혜가 더빙에 참가한 ‘소중한 날의 꿈’.(사진제공=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은 10여년의 제작 기간을 들인 작품으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나 국내 극장가에서는 개봉 1주일 만에 조기종영됐다. 이후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의 꾸준한 상영 요구로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재상영됐고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우수영상물 다국어자막 DVD’로 선정 제작돼 세계 110개국에 배포됐다.

2014년 제작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국내 최초로 단편 문학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최근 지속해서 위축되는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안재훈 감독의 고유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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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입소문 난 애니메이션 '다시보기'

아직까지도 국내 포털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전체 평점 1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올초 무려 12년 만에 재개봉을 확정지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된 이후 극장을 찾은 관객만 무려 15만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개봉 당시 경이로운 판타지 세계관의 구축으로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는 두터운 마니아 층을 만들어냈던 수작이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제 52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제 75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제 68회 뉴욕비평가협회상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 전문 수입사인 스마일 엔터테인먼트의 윤선영 대표는 “언젠가부터 ‘디즈니의 재미있는 3D’로 편중된 관객들의 취향이 점차 다양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이런 뜨거운 반응이 ‘도라에몽’ 극장판과 ‘짱구는 못말려’ 개봉에 큰 영향을 미친것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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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도라에몽’극장판.(사진제공=대원미디어)

 

지난 2008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봉된 ‘도라에몽 : 진구의 마계 대모험-7인의 마법사’는 당시 3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는 꾸준히 관객 동원에 성공했으며 다양한 세대로부터 관심을 얻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도라에몽:스탠바이미’는 2D로 만들어졌던 이야기들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7가지 에피소드를 3D로 만들었다. 이는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2D로 남아주길 원했던 원작 마니아들의 비난을 피해 갈 수 있었다.


◇ 동화책 한장씩 넘기 듯 '감성 자극'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고녀석 맛나겠다2’는 2D애니메이션의 결정체로 완성된 작품이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최고의 동화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티라노사우르스’ 시리즈 중 7권 ‘나를 닮은 당신이 좋아요’와 8권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7만장의 셀로 이뤄진 2D 애니메이션을 보노라면 Full CGI 3D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에게 동화책을 한 장씩 넘기는 듯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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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이라 불리우는 일본에서 먼저 배급사를 선정, 계약을 완료한 ‘고녀석 맛나겠다2’의 한장면.(사진제공=미디어캐슬)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아담 스페이스의 김은 실장은 “일본 원작을 국내에 들여 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진행 과정 또한 캐릭터의 뒷배경부터 선 하나까지 컨펌 받기가 까다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2D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한일 양국이 똘똘 뭉쳤다”면서 “세계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제작진의 화려한 액션과 남다른 유머, 생생한 음악까지 일본 스태프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비롯해 스피노사우르스, 파우파우사우르스, 프테라노돈, 트리케라톱스, 안킬로사우르스, 크로노사우르스, 파테야라 등 다양한 종류의 육식, 초식공룡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을 살펴보면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돋보이는데 이는 2D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감과 세심한 묘사가 묻어난 결과물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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